국토교통부가 2015년 12월 17일 확정 고시한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방법 및 하자판정기준’에서 31조 1항 개정안을 뒤집었다. 즉 조경수 식재 후 뿌리분 결속재료를 제거하지 않은 것은 하자가 아니라고 고시한 것이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같은 해 10월 6일 행정예고를 통해 조경수 뿌리분 결속재료 유무에 따라 시공하자를 판단하도록 했던 것이다. 이에 조경계에서는 뿌리분 결속재료 제거여부는 시공하자가 아니라는 의견서와 관련 논문을 국토부에 제출, 기준 개정을 촉구해 지금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바로 그 중심에는 박현 박사의 ‘조경수목 이식 시 고무밴드 결속재가 활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논문이 개정안을 반박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석사·박사논문에서 일관되게 해당 분야를 파고든 박현 박사를 만나 ‘고무밴드’와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력
강릉원주대 산업대학원 환경조경학과(석사)
강릉원주대 대학원 환경기술협동과정(박사)

경력
1993~현재  강릉수목원 대표
2012~현재  강릉조경건설(주) 대표

논문
석사 : 조경수목 이식 시 고무밴드가 활착에 미치는 영향(2007)
박사 : 조경수목 이식 시 고무밴드 결속재가 활착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2012)

“고무밴드 결속, 오히려 생장에 도움”
제거 땐 뿌리분 지탱 못해…왜곡보도 현실 잡고자 연구 시작

논문 주제로 ‘고무밴드’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언론을 통해 매번 고무밴드가 조경수 고사 주범으로 보도됐다. 오랜 현장 경험으로 볼 때 그럴 리가 없는데 왜곡된 보도는 반복됐고 관에서도 불이익이 가해지는 등 고무밴드 논란이 조경업계에 핫이슈로 떠올랐다. 그래서 ‘정말 고무밴드가 수목생장에 영향을 미칠까?’하는 궁금증이 논문을 연구하기 시작한 계기다.

드디어 ‘하자 딱지’를 뗐는데 소감은?
우선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논문을 인용해 관련 내용을 심층 보도하고 공론화 시킨 한국조경신문 공로가 매우 컸다고 생각된다. 고맙다. 알다시피 조경식재업은 국토 환경개선과 맑은 공기, 녹음 등 다양한 기능으로 국민 건강증진에 크게 기여하는 소중한 업종이다. 예술성과 창작성이 뛰어나야 하며 건설에서 유일하게 생명을 다루는 수목생리학까지 겸해야 하는 고난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업종에 묵묵히 종사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격려를 보내며 내 논문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다니 감사할 따름이다.

어떤 실험을 통해 결과를 도출했는가?
논문 발표내용처럼 뿌리분의 고무밴드 감기방법은 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노지시험의 소나무 뿌리분은 시공현장에서 실시하는 방법에 따라 뿌리분 표면적의 20%를 차지하도록 결속했다. 고무밴드는 조경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라 넓이 30mm의 시판용 제품을 사용하는 등 노지시험 및 포트시험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냈다. 이 같은 과정은 논문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고무밴드 결속, 고사 원인 아닌 이유는?
작물이나 관목, 아교목의 고사를 볼 때 고사원인은 병해충, 가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실무현장에서 체험한 고사원인은 가뭄, 제초제 살포 후 이식수목의 고사, 과다한 비료사용 등을 꼽을 수 있었다. 또한 관목류는 두더지 등 동물피해도 원인이 된다. 특히 앞서 언급한 제초제의 경우 조경수 주위에 잡초를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살포됐을 때 제초제를 흡수한 수목이 쇠약한 상태에서 이식될 경우 뿌리를 내리지 못해 고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도 단순히 고무밴드를 결속했다고 고사로 결론짓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이다.
오랫동안 강릉지역에서 직접 조경식재공사를 해온 경험을 말하겠다. 강릉은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부는 특성이 있는 지역이다. 4년 전 이 지역 모래밭에서 수고 10m 이상의 곰솔을 옮겨 심은 적이 있다. 당시 일반토양의 배 이상 고무밴드를 사용, 약 50%의 결속력을 높여 모래땅에 이식했다. 현재까지 푸름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조경수가 고사하는 다른 원인들은?
가로수는 식재 후 관수로 인해 분이 굳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형차들의 주행 진동 피해도 고사의 원인이 된다. 그 진동으로 흉고 30cm의 소나무의 경우 0.5톤의 하중으로 참하가 예상되며 생육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 고무밴드의 지지가 없을 경우 분의 형태가 유지되기 어려울 정도로 침하붕괴가 될 수 있다. 조경수도 이식 후 뿌리를 내려 지지하기까지는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며 토양환경에 따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수목의 버팀에 장애가 되는 요인은?
태풍과 많은 강수량은 수목의 버팀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고무밴드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그 예로 2007년 석사과정 때 소나무와 잣나무로 실험했던 연구를 이야기 해보겠다. 당시 강릉지역에 초속 25m 강풍이 불었다. 이에 시험구들이 쓰러져 실험이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됐다. 강풍이 멈춘 후 나무들을 살펴본 결과 고무밴드 사용분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밴드 제거분은 뿌리 파손 및 노출 등 심한 훼손이 되어 있었다. 추후 풍압으로 쓰러지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밴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다. 그전까지는 인건비 절약, 설계변경 등에 미제거의 목적을 두고 있었다. 당시 실험을 통해 고무밴드는 풍압예방에 가장 결정적인 요소라는 것을 알았다.

고무밴드 결속이 도움된다는 건가?
우선 뿌리가 튼튼해야 거목이 될 수 있듯이 분뜨기도 필수적이다. 농경지에서 농작물처럼 관리를 받으며 자란 조경수 혹은 자생지에서 뿌리를 내리며 성장하던 조경수들이 식재 될 경우 넓게 분포되어 있던 뿌리를 자르는 대형수술을 받게 된다. 이때 조경수에 최소한의 예우로 흙이 깨지지 않게 고무밴드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사람도 뼈에 부상이 있을 경우 깁스로 뼈가 아물 때까지 기다린다. 수목도 뿌리를 자르고 대형수술과정 후에 완전하게 뿌리가 형성 될 때까지 부자재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70년대 조경이 시작할 당시 비닐끈, 새끼와 가마니, 거적을 사용했지만 탄성의 부족함, 부식 때 가스와 열 발생으로 수목이 고사되는 일이 빈번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현재 동물의 피해가 없고 탄성이 좋아 뿌리분이 훼손되지 않는 고무밴드는 수목의 버팀과 성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조경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생명의 유지는 예측불허다. 어떠한 확신도 갖지 못한다. 때론 거친 암반에서 뿌리를 내리는가 하면 정성스런 식재에도 고사하는 안타까운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여러 상황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습도 대비 관수, 지주의 풍압기준, 수목병해충에 관한 방제 작업 등 관리의 지속성을 갖출 수 있는 연구가 시급하다. 이 같은 연구로 관련 문제점들의 원인을 하나씩 밝혀 나간다면 완벽한 시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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