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넬러피 홉하우스 지음/최종희·윤상준·고정희 옮김/도서출판 대가 펴냄/2015년11월30일 출간/544쪽/3만5000원

정원을 조성할 때 정원사들은 식물중심설계와 공간디자인중심설계라는 간극의 바다에서 조화로운 결합을 꿈꾼다. 지난달 출간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서양정원사’는 이러한 현재적 고민을 역사 속에서 고찰하며 식물과 정원양식과의 관계를 고금의 방대한 사료를 토대로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필자는 새로운 식물을 정원사들이 수용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적용된 정원설계철학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 새로운 식물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원에 자리 잡게 되었으며 수집가들의 품목으로 취급되었는지 포괄적으로 연구했다. 또한 특정 시기의 식물이 식물원, 가로수길, 정원 같은 공간에 유입된 이후 어떻게 재배되고 식재 설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정원양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상세히 기술함으로써 당시 정원에 반영된 시대정신과 미의식을 구조화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필자는 그동안 분리 연구돼 왔던 정원식물의 역사와 정원설계의 역사를 통섭하는 데 중점을 둔다. 단순히 원예산업적인 측면에서 식물의 유통과정을 추적하는 데서 한걸음 나아가 그 식물이 정원양식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정원에서 특정 식물이 어떻게 정원에서 미적인 가치를 지니고 안착했는지 전후세대와의 역사적·시대적 맥락을 통해 유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르네상스 시기, 인쇄술 발달로 약초 의학서가 대중적으로 보급되었고 이후 그리스의 디오스코리데스 같은 약초재배가들의 재배지식이 널리 알려지면서 수집가들의 식물탐사여행 붐이 일었다. 이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인본주의라는 시대정신이 뒷받침되면서 곧 식물학 연구로 자연스럽게 동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처럼 식물이 역사라는 수레바퀴와 어떻게 맞물리고 있는지에 대한 세심한 고찰은 각 장마다 친절하게 기술돼 있다.

이 책은 역사에 각인된 식물의 발자취와 당대의 정원양식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광범위한 시각적 자료로 접근함으로써 흥미를 더한다. 식물을 둘러싼 역동적인 이해를 위해 일러스트나 그림, 사진, 고문헌을 특정식물을 위한 고증적 자료로 자유롭게 활용함으로써 과거라는 시간에 묻힌 식물에 숨을 불어넣었다. 16세기 튤립과 패모 같은 구근식물이 콘스탄티노플에서 유럽의 정원으로 전해진 뒷이야기를 당시 발행한 식물목록필사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다빈치의 사실적인 그림 ‘수태고지’를 통해 성모백합과 나무들의 당시 풍경과 양식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필자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익숙하지 않은 학명이나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식물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장마다 해설편을 실어 당시 식물과 용어 등을 덧붙여 설명하고 있다. 폭 넓은 정원식물에 대한 정보와 정원의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정독할 만한 책이다.

지은이 소개

퍼넬러피 홉하우스 : 1929년 북아일랜드 출생. 영국 캠브리지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탈리아 토스카니 빌라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정원을 독학해 정원작가이자 정원역사가, 정원설계가로 활동했다. 대표저서로 ‘정원가꾸기의 역사’(2002)가 있다.

옮긴이 소개

최종희 : 성균관대 조경학과 및 이탈리아 국립 제노바대 건축 전문대학원 ‘정원건축 및 경관계획’ 전공 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배재대 원예조경학부에 재직 중이며,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및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상준 : 영국 셰필드대 조경학과에서 정원의 역사 및 역사정원 보전이론과 정책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조경설계 이화원과 이화원 정원문화연구소 연구소장으로 있다.

고정희 : 서울대에서 농교육학을 전공한 뒤 1981년 독일 유학, 베를린 공과대 조경학과에서 워터시티(Water-City) 개념 이론으로 석사학위, 20세기 유럽조경사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베를린에서 써드스페이스 환경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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