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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만나다] 나무에 기품과 혼을 담다
제주 분재정원 '생각하는 정원'
[0호] 2015년 12월 30일 (수) 16:05:39 장현숙 기자 info@latimes.kr

[월간가드닝=2016년 1월호] 여기, 한 평생을 바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돌 쌓는 농부가 만든 정원이 있다. 개척에 손댄 지 47년, 개원 23주년이 된 제주도의 ‘생각하는 정원(spirited garden)’이 바로 그곳이다.
두 갈래의 길이 있다. 넓은 길과 좁은 길. 평범한 사람이라면 고민없이 대로를 향한다. 그러나 작정한 듯 좁을 길을 가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서울에서 와이셔츠 공장을 운영하던 성범영 원장이 불현듯 제주도에 내려와 가시덤불로 뒤덮인 황무지를 개간해 정원을 만들겠다고 작정하고 좁은 길로 발을 내디딘 건 하늘이 내린 운명이었을까.

   
 

“저 두루외 낭이 밥 멕여주나?”
1968년 그의 나이 서른이 채 안되어 북제주군 한경면 저지리에서 농부의 삶을 시작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그를 두루외(미친놈이라는 뜻의 제주 사투리)라 불렀다한다. 낭이 밥 멕여주나?(나무가 밥 먹여주나?)라며 손가락질 했지만, 분재정원을 만들겠다는 그의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강인한 개척정신만은 아무도 막지 못했다. 일이 어찌나 힘든지 성 원장의 아내는 매일매일 “오늘 살 수 있는 힘을 주세요”라고 울면서 새벽기도를 했다. 한계에 부닥친 것이다. 아내의 일화가 정원 한 켠 시비에 적혀있다.

1980년 여름, 나는 남편과 이 땅을 등 뒤로하고 떠나려고 했다. 그 당시 가시나무와 돌밭에서 일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고, 된장과 보리밥을 먹으면 배에 가스가 심하게 차던 나에게 이곳은 너무나 살기 힘든 곳이었다. 더욱이 서울에 두고 온 자식들이 마음에 걸려 이곳을 떠나려고 작정했었다. 남편에게 서울로 올라가겠다고 이야기하고 마지막으로 설거지를 하고 떠나려다 그만 지쳐 부엌바닥에 쓰러져버렸고 깨어나서 쓴 글이 영주원시(永主苑詩: 주님이 원내에 영원히 계신다는 뜻)다. 그리고 결심했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절대 남편과 이 정원을 떠나지 않겠다고….

   
 
   
아내가 쓴 영주원 시

정원에서 눈을 들어 주변을 보면 천지가 돌담이다. 정원 안에 전시한 분재와 나무들을 바람과 태풍에서 보호하기 위해 높이 쌓을 수밖에 없었다. 개원 당시 시간에 쫒겨 원하는 높이만큼 쌓지 못해 틈틈이 돌담을 계속 쌓았다. 달이 밝으면 새벽 4시부터 일어나 돌쌓기를 하기도 했다. 한 번 쌓으면 다시 허물지 않는 이상 다시 보수할 수도 없어 언제나 돌쌓기는 성 원장의 몫이었다.


오름 형태의 분재정원, 중국에서 찬사
제주도의 자연환경 중에서도 기생화산, 즉 오름을 살려서 정원을 꾸며보라며 지인이 스케치해 준 종이 한 장이 지금의 오름 형태로 이어진 동산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분재정원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배운 적도 없고 설계도도 없으나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우리 고유의 분재정원은 성원장의 머릿속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밀감과 관엽식물, 분재를 재배하는 농장으로 출발해 1992년 분재예술원으로 개원하게 되었다. 1995년 중국 국가주석 장쩌민이 이곳을 방문하고 돌아가서 “한국 제주에 있는 생각하는 정원은 일개 농부가 정부 지원 없이 혼자서 세계적인 작품으로 만들어낸 곳이다. 가서 보고 개척 정신을 배우라”고 말해 국내외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 그 후로도 1998년 후진타오 국가 부주석의 방문과 판징이 등 중국의 주요 인사들이 앞다투어 생각하는 정원을 찾으며, 이곳은 국외에 먼저 알려진 후 국내에 알려지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기기도 했다.

특히 판징이 인민일보 총편집장이 ‘생각하는 정원’을 방문하고 쓴 ‘신병매관기 新病梅館記’는 중국의 왜곡된 분재문화를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다.
청나라때 유명한 작가 공자진이 쓴 ‘병매관기’로 인해 중국 분재는 왜곡되는 불운을 겪고 그 후로도 분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았었다. 그 내용은 “인격과 인성을 왜곡시키고 짓밟은 청 왕조의 죄악을 분재로 상징해 바른 줄기는 자르고 옆 가지만 키우고, 풍성한 가지는 솎아버리고 병적인 가지만 키우며, 곧은 부분을 잘라 생명력을 억압하는 것으로 가치를 추구하고, 건강한 매화를 기형적이고 이상한 모습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징이 총편집장은 생각하는 정원을 방문하고 성 원장을 통해 들은 말은 평생 잊을 수 없어 돌아가서 ‘인민일보’에 연재를 하기에 이른다.
성 원장은 “분재는 나무를 괴롭히는 일이 아니라, 교정하는 일이다. 야성적인 화목들을 설계하고, 양성하고, 조화시켜 사람들이 감탄하는 예술품으로 만드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분재를 기르는 일이 나무를 괴롭히는 일이라면 그 나무는 죽었어야 하나, 나무들은 죽지 않았을 뿐더러 제한된 생활공간에서 생존해내고 더 훌륭히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미적 경지까지 도달한다. 이렇듯 사회의 많은 일을 관리하고 시정해야 한다”고 말해 그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이 밖에도 국외 국빈들이 이곳을 찾고 글로 남긴 방명록이 정원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또 중국에서 2015년 9월부터 사용되는 9학년 교과서 ‘역사(歷史)와 사회(社會)’(하권)에 ‘생각하는 정원’의 성범영 원장이 한국의 정신문화의 상징적 인물로 소개되었다. ‘물도 전기도 없는 황무지를 개간하여 오늘날의 정원을 만든 그는 한국 민족정신의 상징이다’며 중국에서 얼마만큼 이 정원을 높이 평가하지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정원산책
생각하는 정원은 야트막한 구릉(제주의 오름)사이로 조용히 분재를 감상하며 산책하는 코스로 되어 있다. 30년에서 250년의 세월을 이겨낸 100여 종의 희귀한 수목들이 2000여 점의 분재로 전시되어 있다.
잘 가꿔진 잔디동산 오름 길로 난 돌계단을 올라가보자. 제주 특유의 돌담과 연못, 돌다리, 야자수, 인공폭포 등이 전시장이 한눈에 들어와 더욱 아늑하고 고풍스럽다.
정원을 산책할 때는 느린 걸음으로 적혀 있는 안내 문구들을 꼼꼼히 읽어야 이 곳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나보다 오래 살아온 수령 150년의 적송과 주목, 수령 100년의 해송, 심산해당, 매화, 모과나무, 수령 70년의 혹느릅나무 등이 덕담을 건넬 지도 모른다.

   
 

나무와 정원이 주는 교훈
“분재는 뿌리를 잘라주지 않으면 죽고, 사람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빨리 늙는다”
생각하는 정원에서 관람객들에게 분재설명을 할 때 꼭 하는 말이다.

분갈이를 주기적으로 하면서 뿌리를 잘라주면 나무는 훨씬 오래 산다. 관리만 잘 해주면 무제한으로 살 수 있다고 하는 전문가도 있다. 분재의 뿌리 연장 비법은 사람도 오래되고 낡은 생각을 주기적으로 잘라내야 창의적인 생각의 뿌리가 돋는다는 설명이다.
또 나무를 자연 그대로 성장하게 놔두면 나무의 수명이 그리 길지 못하다. 나뭇가지들이 서로 뒤엉켜 서로의 생장을 방해하고 통풍과 채광이 나빠지고 병해충이 많아진다. 그러나 나무에 올바른 전정을 해주면 나무를 건강하게 하고 수명을 연장시킨다. 부러진 가지는 마디를 만들어내고, 표피에는 연륜이 배고, 많은 고통과 싸워 이겨낸 나무일수록 수형이 격을 갖추어 사람들의 사랑을 더 받게 된다.

나무마다 주는 철학 또한 다르다.
제주도 마을의 정자목인 팽나무는 모진 세파 속에서 다듬어진 수형미를 자랑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은 신기하게도 줄기는 굵어도 뿌리는 파뿌리처럼 여리디 여리다. 주목은 줄기가 죽어도 죽은 부분과 살아 있는 부분이 조화를 이루며 다시 천년을 산다. 죽은 부분은 조각도로 결을 따라 자연스럽게 조각을 하고 석회와 유황을 섞어 바르면 부패방지가 되고, 하얀 목질부분도 멋스럽게 세월의 풍상을 묵묵히 견뎌내준다.
부드러운 남성이 떠오르는 모과나무는 매끄러운 수피가 얼룩무늬처럼 벗겨지는 특징이 있고 굵은 줄기와 가지, 표피색등이 우람하고 남성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부드럽고 여유가 있다. 나무끼리 접합이 잘되어 분재목으로 가장 매력적이기도 하다.
또 백의민족이라 불리는 우리와 더없이 잘 어울리는 소사나무는 백색의 표피로 눈길을 끌며 소박하면서도 은은한 멋을 풍긴다. 잎도 독특해 갸름한 잎 표면에는 힘줄처럼 돌기가 있고, 가장자리는 톱니바퀴 모양으로 분재목으로 인기가 아주 높아 명목들은 일본으로 많이 건너가 있는 상황이라 한다. 10여 년 전 산에서 잘 자란 100년 된 소사나무를 밭에서 모양목으로 키워 분재로 옮긴 적이 있다한다.
이 밖에도 느릅나무, 제주도 혹느릅나무, 매화, 모과나무, 배나무, 소나무, 명자나무 등이 분재목으로 사랑받고 있다.

   
 

왜 생각하는 정원인가?
많은 사람들이 정원을 다니며 아름다움에 심취해 야속하리만큼 사진 찍기에만 몰두한다. 성 원장은 이 곳 ‘생각하는 정원’에서만큼은 부디 꼼꼼하게 글을 읽으며 머물다 가기를 당부한다. 그저 여기 적혀있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울리는 교육이 되기를 희망하고 또 희망한다.
나무도 잘린 뿌리는 새 흙에 놀라지만, 온 힘을 다해 다시 가는 뿌리를 뻗으며 새 흙에 적응해 가며 긴 세월의 고통을 감수하는데, 하물며 사람의 인생의 어떠한가? 모진 시련을 겪어낸 자만이 아름다운 향기를 뿜을 수 있다고, 나무를 가꾸듯 인생을 가꾸라고…. 세월을 이겨낸 우직한 그가 나지막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세월이 허락하는 한 그는 여전히 정원 모퉁이에서 돌을 쌓고 있을 게다.

   
"분재는 나무를 괴롭히는 일이 아니라, 교정하는 일이다. 야성적인 화목들을 설계하고, 양성하고, 조화시켜 사람들이 감탄하는 예술품으로 만드는 일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분재를 기르는 일이 나무를 괴롭히는 일이라면 그 나무는 죽었어야 하나. 나무들은 죽지 않았을 뿐더러 제한된 생활곤간에서 생존해내고 더 훌륭히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 미적경지까지 도달한다."

분재를 감상하는 방법

1. 허리를 굽혀 아래에서 위로, 전체에서 부분으로 감상한다.
-튼튼하고 잘 생긴 뿌리 뻗은 모습
-연륜을 나타내는 웅장한 자태
-조화와 변화를 갖춘 가지의 방향
2. 수종이나 수령도 중요하지만 전체 모습이 뛰어나야 더 좋은 작품이다.
-인위적인 흔적이 없는 작품
-전체적으로 균형과 조화를 이룬 작품
-기른 사람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품
3. 분재를 감상하려는 사람은 예의를 지켜야 한다.
-손대지 말 것 : 사람의 손이 자주 가면 안 된다.
-가격을 묻지 말 것 : 아름다움은 가격으로 환산할 수 없다.
-함부로 평가하지 말 것 : 같은 나무도 보는 사람의 마음과 상태에 따라 달리 보인다.

계절별 좋은 관상을 위해

나무와 분재는 사계절 관상의 포인트가 각각 다르다.
봄에는 꽃, 여름에는 푸른 잎, 가을에는 열매, 겨울에는 나무의 수형미이다.
-봄 : 봄에 물을 줄 때 꽃에 물이 닿지 않도록 해야 꽃을 오래 볼 수 있다.
-여름 : 물을 줄 때 더운 여름에 한낮의 경우 활엽의 이파리에 물이 닿게 되면 타버릴 수 있다.
-가을 : 열매를 종이로 싸주기도 하고 상한 잎을 따주기도 한다.
-겨울 : 가지치기 및 분갈이 등으로 화분과 전체적인 조화미를 점검하고 교정하는 시기다.

생각하는 정원 이용방법

찾아가는 길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경면 녹차분재로 675
       제주공항에서 올 때 1135번 도로 경유(약 50분 소요)
       공항-신제주-평화로(1135번 도로)-동광로터리에서 오설록 뮤지엄 방향으로 직진
       오설록에서 우회전 후 유리의 성을 지나 3분 거리에 위치

· 관람시간 : 11월~3월 - 매표시간 : 오전 8:30~16:00
               4 월 ~10월 - 매표시간 : 오전 8:30~19:00

· 이용요금 : 어른10000원, 경로/청소년 8000원, 초등생 6000원

· 점심녹색뷔페 : 어른 /청소년 9500원, 초등생 6000원, 미취학 5000원

· 문 의 : 064-772-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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