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국회의 문을 두드렸던 ‘국가도시공원법안’이 100만명 서명과 16차례의 전국순회 심포지엄 등 범국민운동을 펼친 끝에 19대 회기 내 법제화가 성큼 다가왔었다.

소관 상임위인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수정가결되어 법사위를 넘어 본회의로 가면 되는데, 느닷없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반대로 한발 물러서게 되면서 회기 내 국회 통과가 힘겹게 됐다. 이미 상임위에서 논의되고 조정해서 올라온 사안을 법사위 소속 새누리당 국회의원들과 국토교통부장관이 반대하고 나서는 현재의 모양새가 당혹스럽다.

‘오비이락’이라 했던가? 많은 사람들은 현 상황을 곧이 곧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라서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해석한다. 정 의장을 향한 직권상정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또는 대통령과 대립각 세우는 것에 대한 보복으로 ‘정의화표 법안’에 린치를 가하는 것이라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보복으로 타격받게 될 실체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넘어서 국민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하길 바란다. 우리는 현 상황을 똑똑히 목격하고 있다. 만약 9부 능선까지 올라왔던 법안을 끌어내려 폐기시킬 경우에는 돌아오는 총선 국면에서 모든 조경인과 서명에 참여했던 100만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 또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번 법사위 보류 사태는 이해 못할 대목이 많다.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법안의 내용을 축소하고 삭제하고 수정해서 합의로 통과시킨 사안이다. 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와 의견 조율이 있었던 것은 당연하다. 국민에게 더 쾌적한 녹색복지를 제공하려면 현재 지방사무로만 돼 있는 도시공원 제도의 한계를 넘기 위해 대규모 공원에 대한 국가 조성 근거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취지에 동의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9부 능선까지 올라온 법안을 친박 성향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축이 돼 이런저런 이유를 꺼내며 제2소위에 재심을 요청한 사실은 정상적인 흐름이 아니다. 특히 강호인 국토교통부장관과 부산 북구강서을 지역구 김도읍 국회의원의 언행은 이율배반적이며, 그들을 믿고 따르는 조경인과 지역구민들에게는 배신이라 할 수 있다.

명색이 국토교통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공원녹지를 늘리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거꾸로 국가재정을 걱정하며 다된 밥에 재를 뿌려댔다. 녹색인프라에 대한 국가예산 지방배분에 인색해하는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국토부 공무원들이 그동안 힘겹게 공원녹지 예산을 따내기 위해 활동했는지를 살펴본다면 부하직원 등에 비수를 꽂는 행위이기도 하다.

국토부장관은 기재부도 요청하지 않은 사항들을 끄집어내 ‘셀프걱정’까지 해가면서 국가재정을 먼저 챙겨야 하는 자리인가? 자신이 ‘기획재정부 장관’ 완장을 찬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것을 권한다.

더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은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이다. 이날 법사위 때 앞장서 반대한 인물인데 그의 지역구인 ‘부산 북구강서을’은 국가도시공원법이 생기면 수혜를 받게 될 것으로 유력한 둔치도가 소재한 곳이다. 부산시민과 지역주민들은 이곳에 개발을 막고 공원을 조성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를 바라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국가도시공원 운동이 발원한 곳도, 시민참여가 가장 뜨거운 곳도 이 지역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김 의원이 앞장서 국가도시공원법을 막는 일이 얼마나 반시민적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우리가 국가도시공원법을 바라는 이유는 국가가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데에 따른 차선책을 주문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더 쾌적한 삶을 누리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국가에 세금을 낸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가는 녹지를 통한 국민복지를 늘리는 데에는 소홀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범국민적 염원을 담아 어렵게 올라온 ‘국가도시공원법’을 좌절시킴으로써 끝내 녹색복지 포기를 선택하고 말 것인가?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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