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텃밭] 흙, 맨살을 보이지 마라 :: 한국조경신문
2017.11.16 목 09:45 편집  
> 뉴스 > 정원 | 월간가드닝 연재
  가드닝/도시농업, 원예, 도시농업, 월간가드닝, 행복한 텃밭, 오창균, 하자센터, 김진덕
     
[행복한 텃밭] 흙, 맨살을 보이지 마라
흙의 침식 예방하는 유기물, 멀칭(Mulching)
[379호] 2015년 12월 21일 (월) 16:57:15 오창균 ockhh5@naver.com

[월간가드닝=2016년 1월호] 농사에서 중요한 것은 흙이다. 흙의 상태에 따라 작물의 성장과 영양적인 요소들이 결정된다. 그래서 농부라면 흙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1cm의 흙이 만들어지려면 수백 년에서 천 년의 시간이 걸리기도 함을 이해한다면 흙을 함부로 다루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살아있는 흙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미생물을 포함한 토양생물들의 가치도 들여다봐야 한다. 겨울에 맨살을 드러낸 채, 깨끗하게 정리된 밭을 보고 있으면 매우 안타깝다. 흙의 지력(地力)을 높이기 위해서는 흙에서 살아온 것들을 다시 되돌려줘야 하며, 이것은 유기순환을 실천하는 첫 걸음이다.

   
▲ 겨울에도 겉흙이 드러나지 않도록 풀을 덮어두면 표토층의 침식을 막을 수 있다.

겨울에 농사를 잠시 쉬고 있는 논과 밭의 풍경이 쓸쓸하다 못해 바람만이 살아있는 사막처럼 보인다. 농사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먹을거리를 키워낸 흙을 겨울에는 비우고 흐트러진 밥상의 빈 그릇처럼 남겨져야 하는 것일까?

   
▲ 문래텃밭. 풀과 작물을 수확하고 남은 줄기와 잎은 버리지 않고 흙을 덮어준다.

농사는 지구를 감싸고 있는 얇은 살갗과 같은 표토층의 흙에서 시작된다. 불과 한 삽날 정도 들어가는 표토층의 흙이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서 농사가 잘 되고 안 됨은 물론, 건강한 먹을거리의 잣대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소중한 흙을 어떻게 다루고 보존하느냐에 따라 농사의 승패(?)는 결정된다.

이처럼 흙에서 나오는 먹을거리로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겨울의 얼음과 칼바람에서 흙이 편안하게 동면(冬眠)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 하자센터 옥상텃밭. 볏짚을 덮어서 겉흙을 보호했다.

우리는 어떻게 농사를 지었는가

 

“자주 오지도 않았는데 농사가 잘 되었네요!”

“배추가 튼실한 것이 여기(농장)에서 제일 잘 되었네요. 뭐 좋은 것 줬어요?”

 

서울시 영등포구의 하자센터 작업장학교 텃밭과 영등포구청에서 운영하는 문래동 공공텃밭에서 해마다 들었던 말이다. 물론 온전하게 흙으로 덮여 있는 문래텃밭에서 농사와 하자센터 안 콘크리트 위에 흙을 얹어 만든 인공지반에서의 농사 사이에는 분명하게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 환경 차이가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흙을 보호하는 관리만 잘 한다면 무난하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필자는 그것을 규모가 큰 농장뿐만 아니라 작은 텃밭에서 수년의 경험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 문래텃밭. 겉흙이 드러나지 않도록 풀을 덮어서 겉흙을 보호하고 보습유지와 가뭄예방에 도움이 된다.

중요한 점은 함부로 흙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농사를 쉬고 있는 겨울에 흙을 잘 보존하는 것이 농사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이해한다면, 겉흙이 겨울바람에 맨 살을 드러내거나 날아가도록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학생들과 텃밭농사도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했다. 농사를 하는 동안에 겉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흙 위에 풀과 같은 유기물을 덮어주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작물과 함께 자라나는 풀을 무조건 뽑지도 않을 뿐더러, 관리가 필요할 때에는 뿌리째 뽑는 것이 아니라 줄기를 베어서 그 자리에 덮어주는 멀칭(Mulching)작업을 하였다.

   
▲ 마른풀과 낙엽은 분해가 느려서 멀칭재료로 좋다.

풀은 왜 끊임없이 자라는가

지구를 감싸고 있는 얇은 살갗의 흙을 보호하는 것은 끊임없이 솟아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잡초(풀)다. 농사에서 잡초를 뽑아버려야 할 적(敵)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안타깝고 잘못된 것이다. 잡초는 흙을 살리는 데 일등공신이다. 흙이 살아야 농사가 잘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잡초 또한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

동래불사동(冬來不似冬)의 변화를 느끼고 있는 겨울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농사이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음을 매번 느끼고 있다. 그 이유 중에는 농사와 기후변화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봄가뭄과 가을장마가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올해는 더 많은 생각을 가지고 농사를 준비한다.

농사의 시작과 끝은 자연의 변화를 존중하며 따라가야 하는 숙명이다. 무수한 자연의 변화 속에서 한 알의 씨앗을 키우는 농부가 갖춰야 할 농(農)철학은 지속가능한 농사를 위해 흙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에 바탕한다. 흙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잡초에 대해 일정하게 배려하며 끊임없는 성찰을 이어갈 때 비로소 건강한 농사가 된다는 것을 깨우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 작물의 줄기도 흙을 덮는 데 사용한다.(봄마늘 줄기)
   
▲ 유기물(풀)로 멀칭을 하고 적절하게 풀을 키운 고추밭은 병충해 없이 많은 수확을 했다.

 

 새 필자 오창균 농부를 소개합니다

김진덕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장에 이어 오창균 농부(하자센터 작업장학교 도시농업 강사)가 올해부터 행복한 텃밭의 새 필자로 연재를 맡았습니다. 현재 농림부 지정 도시농업전문인력기관 지도교수요원이자 좋은이웃공동체농장에서 농장장을 맡고 있는 오창균 농부는 농의 가치를 도시에 전파하고자 강의와 원고 집필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농사의 기본인 흙과 풀을 농사의 중요한 언어라고 말하는 그만의 농사일기를 앞으로 기대해봅니다.

오창균(하자센터 작업장학교 도시농업 강사)

ⓒ 한국조경신문(http://www.latimes.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닉네임 비밀번호 이메일
제   목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꽃 피는 서울상’ 시상식 28일 개
[포토뉴스] 조경사회, ‘조경시공사례
[화보]평창겨울올림픽 성공 개최 꿈꾸
신현돈 서안알앤디디자인 대표 루미너리
<뚜벅이투어를 다녀와서> 아쉬움도 많
산림청, 정원분야 일자리1500여 개
지리산 산골 ‘심원마을’ 자연의 품으
서울시, 벤치·펜스 등 ‘우수공공디자
서울시, ‘2017 놀이정책 포럼’
선진도시의 보행환경과 녹색교통을 한눈

기술과 자재

빗물 저장하는 잔디블록으로 임대시대 개막
수년전 전국적으로 추진했던 학교 천연잔디운동장 사업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용률이 높은 학교 운동장의 특성상 답압으로 인한 잔디의 고사, 유지관리의 한계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수많은 시민에게 개방된 서울광...
(주)한국조경신문|발행인 겸 편집인 정대헌|주소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 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920호
전화 02)488-2554|팩스 0505-696-3114|이메일webmaster@latimes.kr|개인정보관리책임자 전성용|청소년보호책임자 차요셉
정기간행물등록번호 서울아00877(2007.4.16)|사업자등록번호 402-81-63670|통신판매업 신고번호 : 제2011-서울송파-0472호
Copyright Korea Landscape Architecture Newspaper Co., Ltd.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