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깔렸지만 외야관람석에는 난지형자디인 ‘장성중지’가 깔려있다.

“잔디밭에서 돗자리를 깔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는건, 기아팬들 로망이자 특권이죠”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를 찾았던 관중의 얘기다. 이곳 경기장에는 한지형잔디인 켄터키 블루그래스가 깔렸지만 외야관람석에는 난지형잔디인 장성중지가 깔려있다. 야구장에서 입장료가 가장 싼 곳이지만, 가족 단위 관중들에게는 특권처럼 여겨진다. 이곳에 돗자리를 펴면 아빠는 치맥을, 엄마는 아이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내버려두는 공간이다.

외야석 잔디는 밟혀도 무럭무럭 다시 자랄 수 있는 생명력과 이를 관리하는 데 관리비 부담이 없어야 한다. 경기장을 관리하는 구단 측도 이에 동의했기 때문에 장성중지를 선택했다.

장성잔디, 강한 적응력과 생명력 가진 “자생력 뛰어난 상품”

장성지역에서 재배되는 잔디는 장성중지를 비롯해 세록, 밀록, 켄터키블루글래스 등 다양한 품종이 있다.

장성지역 잔디는 잔디 밀도가 높고, 잔디 뗏장의 회전율은 연간 1회 정도로 강도가 매우 높다. 장성지역에서 재배되는 대부분의 한국잔디의 예지높이는 45mm내외로 필요한 경우 이를 더 낮춰 좋은 품질의 잔디생산이 가능하다. 또 잔디 출하 후에 제초제를 지속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잔디밭 내 잡초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장성잔디 재배 농민은 “장성지역 잔디는 어떤 환경에서도 강한 적응력과 생명력을 갖고 있다”며 “강수에 강하고 값이 싼 것이 경쟁력”이라고 전했다.

장성에서 주로 생산하는 잔디품종인 ‘장성중지’의 경우 가뭄과 습해, 냉해에 강하며 뿌리 발육이 좋고 자생력이 뛰어나다. 병해충에도 강해 고급주택정원, 공원, 스포츠용으로 적합하다.

서울↔장성 ‘하루만에’ 잔디출하 가능

장성에서 유통되는 잔디는 30년 역사만큼 생산인프라 및 유통시스템도 확실하다. 생산인프라의 경우 경기장용부터 단독주택용까지 여러 종류 생산이 가능하고, 땅에 있는 잔디를 규격대로 자르고 분리해 작은 차에서 큰 차로 옮기기까지 ‘단 하루만에’ 서울로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나병옥 장성잔디협회(장성잔디생산자영농조합법인) 회장은 다른 지역에서도 잔디생산을 하지만 특히 장성잔디가 유명해진 이유는 유통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나 회장은 “오늘 저녁에 장성잔디에 전화하면 내일 아침에 바로 식재할 수 있도록 유통시스템이 마련돼있다”며 “잔디를 생산하는 농업인이 자연스럽게 유통인이 되었고 대부분의 유통업자가 장성지역 출신이다”고 말했다.

장성잔디 ‘브랜드화’…장성군 ‘잔디인증·등급제’ 도입

장성군은 전국 잔디생산량의 약 62%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잔디생산지다. 면적 1670ha, 약 1000여개에 달하는 잔디 농가들 이익과 권익보호를 위해 만든 ‘장성잔디생산자영농조합법인’은 장성잔디를 브랜드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30년간 장성지역에서 분리, 운영되고 있는 생산자 단체와 사업단체를 하나로 묶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특히 잔디 유통을 일임하는 사업단체 쪽에서 개인적인 거래처를 협회에 뺏기게 될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잔디를 직접 생산하는 잔디농가는 협회가 나서서 일괄적인 장성잔디 브랜드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잔디 생산자가 직접 유통에 참여함으로써 ‘잔디 관리’까지 맡겠다는 것이다.

협회 입장에서는 양쪽 의견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 ▲잔디 가격을 균일화하고 ▲잔디 품질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잔디등급제를 도입해 ▲장성군의 인증을 필히 받은 잔디에 대해 특혜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30년 동안 장성잔디가 일반인에게 널리 인식되지 않은 이유는 바로 ‘흩어진 개인사업자’의 힘이 컸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개별 사업자의 힘이 크지만 잔디등급제를 도입해 잔디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장성군’이 인증한 마크를 찍어 개별사업자가 자연스럽게 장성잔디제도화에 개입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것.

나병옥 회장은 “장성잔디 브랜드를 전국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도입할 생각”이라며 “가격도 균일화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소비자, 생산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장성중지의 경우 강한 적응력과 생명력을 갖고 있어 학교운동장으로 깔리면 학생들의 부상위험을 낮추고 정서적 안정감도 기대할 수 있다.

장성잔디 ‘학교운동장’ 눈길…잔디농가 ‘꿈’

‘들어오지 마세요’로 일관했던 잔디문화가 ‘얼마든지 들어오세요’라는 문화로 바뀌었다. 최근 협회는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는’ 학교운동장을 장성잔디로 조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올해 5월 단국대 녹지조경학과 최준수 교수가 발표한 ‘잔디의 기능과 환경 개선효과’에 따르면 200㎡의 잔디는 4인 가족이 소모하는 양의 산소를 생산하는데, 이를 서울시 모든 학교운동장 면적에 대입하면 5만가구의 20만 명이 숨 쉬는 데 필요한 산소양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특히 천연잔디 운동장은 학생들의 부상을 감소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 최 교수의 연구결과는 8월 기준으로 잔디가 없는 운동장의 평균온도는 36.8˚인데 반해 인조잔디의 경우 47.4˚, 천연잔디운동장은 25.7˚로 나타났다. 흙으로만 구성된 일반 운동장보다 인조잔디의 평균온도가 더 높고 천연잔디구장이 더 효율적인 온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천연잔디는 유지관리가 힘들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고, 비용이 비싸다는 이유로 학교운동장에 들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 회장은 “장성에 있는 중학교에도 장성잔디를 조성했지만 지역 축구동호회에 관리를 일임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학교잔디=관리어렵다’는 인식이 이젠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교 운동장의 평탄 작업만 잘 하고 잔디가 잘 자랄 수 있는 기간만 지킨다면 10년 동안 유지 관리 가능한 것이 천연잔디의 장점”이라며 “잔디를 제공하는 생산자가 학교를 광역단위로 묶어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면 전혀 문제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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