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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 포트폴리오] 청재설헌
우영팟을 가꾸는 진정한 정원사의 정원
[0호] 2013년 11월 14일 (목) 10:28:47 문현주 편집장 objectpl@chol.com
   
 

[월간가드닝=2013년 12월호] '우영팟'은 제주도 방언으로 텃밭이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과 화산석이 섞인 토양의 척박한 농업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영팟(텃밭)을 집 안으로 끌어들였다. 우영팟에서 재배하는 식물은 채소류뿐만 아니라 귤나무, 갈옷을 물들이기 위한 감나무, 죽제품을 위한 대나무 등 제주인의 중요한 생활의 자급자족을 위한 공간이었다.

이 우영팟을 보기 위해 제주도 서귀포에 있는 정원을 찾아갔다.

서귀포시에서 한라산을 향해 516번 도로, 지금은 1131번 도로를 따라 올라 가다 인정오름 쪽으로 1Km 쯤 들어가면 삼나무 숲길이 나오고 그 중간에 청재설헌이 있다.

입구에서 70~80m 이상 들어가면 안쪽에 주차장이 나온다. 들어가는 길 양쪽에 동백나무와 귤나무,담팔수 등이 자라고 있다. 그곳은 정원으로 꾸몄다기보다는 정원수를 키우는 농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길 따라 낮은 돌담 밑으로 가지런하게 피어있는 털머위 꽃이 한창이다. 털머위의 연두색 부드럽고 넓은 잎과 노란 꽃이 거친 제주도의 검은 현무암과 잘 어울린다.

입구에서 멀리 보이는 건물은 노출 콘크리트와 유리로 지은 현대적 건물이지만 그 주변에 나지막한 꽃과 나무들이 함께 어우러져 그냥 흘러내리는 한라산 자락에 묻혀 있는 듯하다.

주차장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은 부정형의 제주석 판석이 깔려 있어 경계가 자유롭다. 그 자연스러운 틈 사이에서 연분홍 꽃망울을 달고 귀여운 개모밀이 흘러나오고, 뒤에는 꽃향유의 보라색 꽃이 색의 조화를 이루며 소박하게 피어 있다.

안마당은 입구 반대쪽에 있으며 건물이‘ㄱ’자로 에워싸고 있는 단아한 정원이다. 건물을 닮은 네모난 연못과 그 주위에 키 작은 초화들 그리고 수형이 아름다운 배롱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연못가에 앉아 있는 토우 한 쌍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그 배롱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다.

   
 

 

   
   
 

이런 작은 토우(土偶, 흙으로 빚은 사람이나 동물상)들은 정원 곳곳에 있다. 흙으로 빚어 숨 쉬고 있고, 무덤덤하고 부드러운 표정은 혼자 산책하거나 사색하는 사람의 얼굴 모습을 닮았다. 그리고 그들이 앉아있는 그 자리는 딱 내가 앉고 싶은 자리다. 2층 난간 끝에 걸터앉아 멀리 풍광을 즐기거나, 마당에 작은 꽃들을 감상하거나, 나무 밑에서 잠시 낮잠을 즐기고 싶은 곳, 그런 곳에 자리하고 있다.

   
   
   
   
 

넓은 정원은 지형에 따라 크게 4단으로 나누어져 있다. 맨 윗단은 화단, 잔디밭, 온실 그리고 큰 연못이 있다. 그곳은 초기에 수영장으로 사용하였으나, ‘돼지 한 마리 잡는 데 물 한 허벅’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물 사정이 어려운 제주도에서 너무 사치라고 생각하여 주인은 그곳을 연못으로 바꾸었단다.

   
 

지금은 그곳에 수련을 띄워놓았고 주변에 있는 백동백 꽃과 붉게 익은 감이 물위에 비친다. 수영장을 위해 건물과 연계하여 그늘막으로 만들었던 것 같은 큰 구조물이 조형물처럼 어우러져 시원스럽게 잔디밭에 놓여 있다. 그 가운데 지금은 쓰고 있지 않는 듯한 의자에 걸려 있는 풍선덩굴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가볍게 흔들린다.

   
   
 

둘째 단은 우영팟이다. 이곳에서는 이 집 식탁에 올라가는 거의 모든 채소가 자라고 있다.
지금도 미나리, 배추, 무, 참나물, 부추, 근대, 신선초, 컴프리, 대파, 시금치, 토마토, 겨자, 루꼴라, 치커리, 앤다이브, 삼십일빨강무, 당귀, 돌나물, 냉이, 민들레가 자라고 있다.
이 시기에 이런 채소가 자라고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서귀포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곳에서 자리는 다양한 채소들은 계절에 따라 신선한 채소로 먹거나 김치, 장아찌로 담아 저장하거나 말려서 겨울철 묵나물로 요리한다. 정원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녀에게 정원일의 즐거움은 이 우영팟에 있었다. 그리고 손님들도 남는 반찬이 없을 정도로 ‘밥상에서 설거지를 끝낸다’고 하니 그들의 즐거움도 아마 이곳에서 나오는 듯하다.

 

   
 

셋째 단은 주차장과 건물이 연결되는 길이 있는 곳으로 길게 화단이 양쪽으로 조성되어 있다. 작약, 샤프란, 노루오줌이 가을을 맞이했고, 감국, 해국, 방아초, 체리세이지, 한라부추 등이 경계 없이 자연스럽게 심겨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자연스럽게 피고 지는 꽃들도 주인의 손길이 없었던 것은 아니란다. 특히 씨로 퍼지는 부용은 새싹의 숫자를 통제해 주지 않으면 나중에 괭이로 파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쑥부쟁이나 향유, 프렌치메리골드, 금불초도 씨앗으로 그냥 알아서 크지만 이들도 어렸을 때, 제자리에 있지 않은 것들을 미리 솎아내 주어야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현관 옆에서 붉은 열매를새들에게 나눠주는 가막살 나무는 줄기가 여러 갈래로 올라와 멋진 수형을 자랑한다.

   
 

마지막 단에는 닭장과 염소우리가 있고 그 뒤로 나무를 심은 농원이 넓게 펼쳐진다. 18마리 닭과 오리가 매일 내어 주는 10여 개의 신선한 알은 웰빙 식단에 제공되고, 산양은 암수 두 마리로 내년 쯤 새끼를 낳으면 산양 젖으로 치즈를 만들 계획이란다. 그리고 1년에 댓 번 닭장과 염소우리를 청소할 때 나오는 귀중한 부산물은 우영팟에 질 좋은 퇴비를 제공한다.

   
 

정원을 다 둘러보니 인간이 자연에서 누릴 수 있는 아니, 자연에서 빌려 쓸 수 있는 모든 모습이 담겨 있는 듯하다. 즉,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으로 살아 갈 수 있는, 그리하여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둘러 본 듯하다.

이곳 청재설헌( )은 ‘맑은 삶, 향기로운 집’이란 뜻이다. 주인은 감귤농사와 인연이 되어 제주에 내려온 지 30년이 넘었다. 그리고 이곳을 잠자고 아침을 함께 나누는 ‘B&B house’로 운영한지 13년이 되었다.

그녀는 한 지붕에 깃들어 잠이 들고 아침을 맞는 인연들을 위해 먹을 것을 준비하고 소소한 일들을 직접 챙긴다. 십 년 넘게 심어 온 다양한 나무들의 꽃피고 열매맺는 모습을 보면서 우영팟에서 풍성한 먹을거리를 거두어들이고 소박한 우리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는 것이 그녀의 기쁨이란다. 그녀가 만든 우리의 먹을 것은 한류 열풍을 타고 외국에도 많이 알려졌다 한다. 특히 일본의 우메보시(매실에 소금을 넣고 절인 일본저장식품)보다 더 아삭하고 맛있게 만드는 매실장아찌는 일본 식객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한다.

청재설헌은 화려하거나 첨단을 갖춘 숙박시설은 아니지만 그녀의 부지런함으로 소박함과 정갈함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녀는 계절에 따라 우영팟에서 나오는 우리의 건강한 먹을거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것을 지향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머물다 가는 집으로 지켜가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연을 호흡하고 즐기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훈훈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힐링 정원을 그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초겨울로 들어선 양평에서 제주로 내려간 사람에게 아직도 쑥부쟁이, 구절초, 꽃향유 등 꽃들이 피어 있는 서귀포의 정원과 그녀의 부지런함은 부럽기 짝이 없다

   
   
   
 

 

문현주 월간가드닝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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