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덕석 (K-water 시화본부 도시경관팀장)

네이버 백과사전은 시민참여(citizen participation, 市民參與)란 시민들이 어떤 일이나 정책 등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또한 시민참여는 현대 사회에서 참여 민주주의(participatory democracy)의 강조와 더불어 확대되고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나는데 각종 자문, 공청회·청문회 등에 참여하는 활동, 시민단체나 시민위원의 참여도 시민참여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조경의 주요 대상 중 하나에는 우리가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대하는 ‘공원’이 있다. 공원의 공(公)은 ‘Public’을 의미하는데, 여기서의 ‘Public’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우리’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다. 그동안 공원 등의 계획은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 했지만 진정한 최종소비자로서 시민의견이 배제된 측면도 없지 않았다. 최근에는 참여의 숲, 수목 헌수, 공원 함께 가꾸기, 사전 준공 검사제 등 조경분야에서도 시민참여가 활발하고 보다 확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제초, 청소 등 비교적 간단한 유지관리 등에 국한되어 있기도 하다.

시화멀티테크노밸리사업(MTV)은 경기도 서해에 있는 시화호 북쪽에 약 300만 평 규모의 산업, 주거용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올해 K-water 시화지역본부에서는 시민을 공원 조성 과정의 주체로 인식하고 적극적 형태의 시민참여 형태로서 지자체, 시민정원사, K-water가 함께 모여 시민참여 정원을 조성하였다. 참여정원 조성 위치는 MTV 공원 내로, 해당 공원은 이미 실시설계가 완료되어 시공단계에서 참여정원을 도입해야 한다는 한계점을 극복하고 시민과 어떤 과정을 거쳐 조성되었는지 등 시민참여 정원 진행시 고민했던 내용 중 참고할 만한 사항 몇 가지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시민 중 누구와 함께 할 것 인가?’이다. 지자체나 K-water에는 공원분야 업무담당자가 별도로 있지만, 시민에는 담당자가 없다.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불특정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이 부분은 의외로 쉽게 해결이 되었는데, 관할 지자체인 시흥시는 시민정책모델인 ‘시흥아카데미’를 통해 조경관련 과정(시민조경학교 등)을 이수한 시민을 ‘시민정원사’로 임명해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은 기초적인 이론과 경험을 가진 시민이었고, 관내 공원 유지관리에 적극 참여하고 게릴라정원을 만드는 등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었다. 사실 이들이 있었기에 시민참여정원 조성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업무분장이다.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크게 보면 계획과 설계, 시공이 필요하고 향후 유지관리도 필요하다. 업무분장은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계획과 기본설계는 시민정원사가, 실시설계 및 시공은 K-water가 시행하기로 하였다. 지자체는 전체적인 조율과 시민정원사 관리 및 조성 후 유지관리를 담당하기로 하였다. 또한 시민정원사는 시공 중 시민감독 업무를 담당하기로 하였고 관목, 초화류, 잔디 등의 식재, 소원 돌탑쌓기 등 일부 공종은 직접 시공도 하기로 하였다.

세 번째, 시민 참여정원 부지이다. 먼저 MTV 시흥시 구간 17개소의 공원 중 부지조성이 완료되어 정원 조성이 가능한 지역 3개소를 선정하였고, 선정된 부지를 시민과 함께 사전답사, 부지 장단점 파악 등 논의 후 최종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최종 선정된 곳은 사업부지 내 간선수로변의 수변공원으로 결정되었다. 앞서 기술했듯이, 해당 수변공원은 시공을 위한 실시설계가 완료된 공원이었지만 시민참여정원 도입을 위해 기존 공원설계의 마스터플랜을 변경하였고, 개략적인 시민참여정원의 규모도 정하여 6개소의 정원이 들어설 자리를 마련하였다.

네 번째, 예산 문제이다. 우려사항 중 하나는 현실과 동떨어진 유지관리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는 이상적인 계획과 설계, 고급 사양의 시설물 도입 요구에 대한 처리방안이었다. 해당 수변공원 조성 금액은 이미 정해진 상태였고 시민참여정원 도입에 따른 예산 증액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기존 공사금액 범위 내에서 수용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다만 기존 시설물과 식재를 일부 조정하여 면적당 조성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참여정원 예산을 충당한 부분이 있었다.

다섯 번째, 계획 및 설계에 대한 부분이다. 시민정원사가 소정의 교육을 받았다고 하나 실제 시공을 염두 해둔 설계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 대안으로 전문가를 초빙하여 자문을 받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시민정원사들은 그렇게 되면 시민이 직접 계획한다는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본인들이 잘 할 수 있는 자신이 있으니 스스로 계획하기를 원하였다. 다만 시공을 위한 실시설계는 시민정원사의 경험상 한계가 있으니 이는 K-water에서 시행하여 시민정원사와 상호 협의하여 결정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참여정원을 조성하면서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된다. 섬세한 연출과 예민한 시공이 수반되는 정원의 특성상 시민정원사가 구현하고픈 모든 의도를 도면으로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시민정원사와 실시설계자, 시공사가 함께 모여 도면을 두고 충분한 설계의도 파악과 전달과정을 수차례 진행하였다. 시공자가 설계자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하여 진행하는데 많은 시간투자가 소요되었지만, 시공 중 사전에 교감되지 못한 부분이 나타나 재시공한 부분도 없지 않았고, 아쉽지만 시민정원사가 받아들여준 부분도 있었다.

여섯 번째, 시공 중 세세하고 중요한 의사결정과 정보공유 방법이다. 정자 이름짓기, 참여자비 문구, 시설물의 색채 등 시공 중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가 있고, 또한 매일의 시공과정을 서로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SNS가 위력을 발휘하였다. 시민참여정원이라는 밴드를 만들어 진행 상황을 사진과 함께 설명을 올려 시민정원사의 끊임없는 관심과 의견을 반영하였으며, 중요한 의사결정을 시민정원사가 직접 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11월 중순 이후 비가 지속적으로 내려 공사 진행을 힘들게 하더니 급기야 11월 말에는 폭설과 한파가 왔다. 11월 28(토)에는 참여자가 ‘모두 모여 나무심기날’로 정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한파는 기우였다. 시민정원사들이 직접 시공에 나서는 이날에는 시민정원사 50여 명과 시흥시, K-water가 함께 모였다. 아이들도 함께 나와 나무를 심으면서 즐겁게 웃음 짓는 모습에서, 소원돌탑을 쌓은 진지한 모습에서, 직접 계획하고 조성한 정원을 뒷배경으로 파이팅하면서 사진 찍는 모습에서 참여정원 존재가치를 느꼈다. 며칠 후면 정원이 최종 완성될 예정이다. 참여정원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나 개선사항 등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도 시행할 예정이다.

시민참여 정원의 가장 큰 의의는 시민들이 참여정원을 내 것이라 여긴다는 것이다. 또한 타인이 만든 공원을 객체로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로서 만든 정원을 또 다른 주체인 시민에게 이용토록 하는 것에 있다. 이쯤 되면 시민참여정원이 아니라 ‘시민주체정원’이란 명칭이 어울리겠다. 계획하고 만든 공원을 많은 시민이 이용해 주는 모습에서 조경가가 가장 많은 보람과 뿌듯함을 느끼듯이 시민정원사도 그 자랑스러움이 마음을 차지하고 한동안 삶의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확신한다. 참여자비에 새겨진 시민정원사 본인의 이름을 손가락을 짚어가며 찾아내던 그 맑은 눈길이 그립다.

양덕석(객원 논설위원·K-water 시화본부 도시경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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