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의 마로니에 낙엽들과 조각상이 석양에 더욱 황홀한 정경

낙심(落心)하는
낙엽들을
 
바람이
다시 모아
제3악장을 작곡한다.

노을이
호수에 내려
낙엽과 듀엣이 되는
황홀한 소나타를

달빛이
낙엽을
은빛으로 적시는
달빛 소나타를

낙엽들이
낙담(落膽)하지 않고
실버 합창단이 되면

바람과 노을과 달빛은
모두 베토벤이 되어
제3악장을 연주한다.

※ 낙엽진 12월의 숲은 낙목공산(落木空山)에서 낙목한천(落木寒天)으로 들어가는 텅 빈 춥고 쓸쓸한 정경이다. 마치 낙엽이 계절의 제3악장을 노래하며 대지로 귀소(歸巢)하는 것 같다. 이는 봄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풍상풍우를 감내하며 키워주고 나서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돌아가는(空手來空手去) 군자(君子)의 귀거래사(歸去來辭)인 듯하다. 그래서 새순이 돋던 유년시절은 청초한 제1악장 같고, 녹음방초 무성했던 시절은 청춘의 제2악장 같으며, 이제 조락에서 다시 갈색으로 변모하는 낙엽의 기승전결(起承轉結)을 베토벤의 제3악장인 월광 소나타로 은유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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