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을 만나다] 그대, 붉은 열정을 품었는가 ::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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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만나다] 그대, 붉은 열정을 품었는가
제주 동백수목원 카멜리아 힐
[0호] 2015년 11월 30일 (월) 11:24:31 장현숙 기자 info@latimes.kr

뜨겁게 태운 인생이 여기에

[월간가드닝=2015년 12월호] 카멜리아 힐은 양언보 회장의 30년 붉은 열정이 그대로 녹아 있는 곳 이다. 30년을 하루같이 나무와 꽃을 가꾸고, 손수 돌을 고르며 강인하 고 뜨겁게 태운 인생이었다.

6만여 평의 부지에 80개국의 500여 품종인 동백나무 6000여 그루가 가을부터 봄까지 수만 번 수십만 번 꽃이 피고 지기를 달리하며 사그라진 세월만큼 성목이 되었다.

처음부터 관광지로 개발하려고 시작한 곳은 아니다. 꽃이 좋아 개인정 원을 오래 가꿔오다 유럽과 아시아·환태평양 일본 등 세계 각국의 동백 품종이 많아지면서 동백수목원을 꿈꾸게 되었고, 참꽃, 피라칸사스, 구실잣밤나무, 후박나무, 치자, 차나무, 금목서 등 제주 자생식물 250 여 종이 함께 어우러진 카멜리아 힐로 2009년 오픈했다. <사진 장현숙·카멜리아힐>

   
▲ 동백수목원 제주 카멜리아 힐

제주도에서 만추를 재촉하는 가을비를 만났다.

혼자 느린 걸음으로 걷기에 알맞을 만큼의 가랑비와 바람,

그리고 약간의 낯선 설렘을 안고

붉게 피어나는 가을 추백(秋白)을 만나러

동양 최대의 동백수목원 카멜리아 힐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 카멜리아 힐 동백꽃

마치 꿈길인 듯 동백꽃길 따라 걸었네

정원 초입에 유럽동백숲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영국, 프랑스, 이탈 리아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온 100여 종의 동백은 영원한 우아함 과 강렬한 사랑을 상징한다. 2월과 3월에 아름다움의 절정을 느낄 수 있다.

애기동백숲길에서 만나는 애기동백은 봉오리째 낙화하는 토종의 동 백과 달리 꽃잎으로 낙화한다. 10월에 붉은색, 연분홍색, 흰색 사상까 동백이 만발한 뒤 12월이 되면 하나 둘 떨어진 꽃잎들로 붉은 레드카 펫이 펼쳐진다. 이 숲을 지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어 연인 들은 발도장을 찍고 가는 곳이다.

아태지역 동백숲은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와 미국에서 자라는 동백 이 식재되어 있다. 붉은 꽃잎이 5장 달리는 토종 동백은 선이 곱고 꽃 송이가 작아 한국 여인네의 단아한 아름다움을 닮았다. 꽃이 송이째 떨어져 마치 땅에서 수줍은 붉은 동백이 다시 피어나는 듯하다.

보통 동백은 겨울에 피는 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여기 카멜리아 힐에서는 11월 추백(秋白)부터 한겨울 동백(冬白), 3월 춘백(春白) 까지 붉은색, 흰색, 연분홍, 진분홍색 등 다양한 색상의 꽃을 만날 수 있다. 한여름 하백(夏白)은 전시할 만큼 양이 많지 않지만 수국축제 가 또 하나의 카멜리아 힐의 자랑거리로 자리잡을만큼 꽃송이가 크 고 화려해 제주도민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자자하다.

향이 진하고 달콤한 꿀이 많은 동백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동박새는 부리에 온통 꽃가루 범벅인 뾰족한 부리를 모으고 동백나무에 날아온다. 자연은 가장 위대한 예술이다.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가 가득한 새 소리바람소길을 지날 때면 모두가 자연과 하나가 된다.

   
 

느려도 괜찮아요

서귀포시 안덕면 해발 250미터에 자리잡은 카멜리아 힐은 뒤 로는 한라산이, 앞으로는 국토의 끝 마라도와 너른 바다가 가 장 아름답게 보이도록 자연을 끌어안은 정원이다.

1970년대 후반 가시덤불과 잡나무 덩굴로 우거졌던 중산간 의 황무지를 “천천히 가면 된다”는 신념으로 일구기 시작했다. 그래서였을까. 정원을 걷다보면 곳곳에 마음에 새겨둘 문구들 과 포토존이 상당히 많다.

   
 

문구를 읽으며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여기서도 바쁘냐고, 느려도 괜찮다고...

그래, 여기서만큼은 시간을 잊기로 한다.

마음의 정원에 이르면 사람의 마음이 다 다르듯 각각의 다른 모습으로 조성된 정원들이 있다. 정원이든, 사람의 마음이든 잘 가꿔지면 아름답다.

 

천의 얼굴 ‘제주석’

양언보 회장은 평생을 함께하며 헌신적인 사랑 을 베풀어 준 아내를 위해 자신의 이름 끝자와 아내의 이름 끝자를 따 ‘보순연지’라 이름짓고 얼굴을 형상화한 두 개의 연못을 만들어 고마 움을 표했다. 또 용이 누워 있는 듯한 형상을 한 ‘와룡연지’도 늠름한 자태를 자랑한다.

이 보순연지와 와룡연지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용암이 흘러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검 은 ‘제주돌’이다. 제주가 화산섬이기에 뜨거움 을 품어봐서였을까? 큰 돌이 작은 돌을 품는 모 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정원 어디든 지천으로 쓰인 곳이 많은데 자세 히 보아도 어느 것 하나 같을 것 없이 다른 모 습을 하고 있고, 본디 있어야 할 제 자리에 자리 잡은 듯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보순연지의 우뚝 선 늠름한 돌도, 올렸다가 내 렸다가 곡선으로 쌓아올린 낮은 담벼락도, 지 나는 이가 간절한 소망을 담아 하나씩 쌓았을 돌무더기도, 야생화 길에 깔린 화산송이도 여 기 정원에서 놓인 모든 돌이 너무 아름다워 자꾸만 눈길이 간다.

   
 
   
 

오래된 일상

카멜리아 힐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망해초당은 양언보 회장의 조부모가 살던 초가를 옮겨 지은 집으로 제주도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지금도 회장 내외가 이곳에 기거하고 있고 동백차와 겨우살이 차를 말리고 덖어낸다.

마당 한편엔 초가집을 지을 때 올린 듯한 상량문(上樑文)과 처마밑 전선줄을 끌어가는 애자(碍子), '좀 멀리갔어요', '금방 돌아와요', '저녁 때쯤 와요'하고 집주인의 소재를 알려주었다던 정낭, 오래된 것들이 이곳에선 평범한 일상인듯 더 정겹다.

마당 가득한 항아리마다 부레옥잠이 자라고, 오래된 고욤나무와 감나무 열매가 농익고 있는 제 주의 풍경이 나른하다.

   
 

 

낙화(落花)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중 략-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

토종 동백꽃은 질 때의 모습이 다른 꽃에 비해 좀 특이하다. 꽃송이가 통째로 쑥 빠져 떨어진다. 떨어진 꽃송이의 꽃잎은 모두 하늘로 향하고 있다. 그렇게도 싱싱 하던 꽃잎이 시들지 않았는데도 마치 백마강에 삼천궁녀 떨어지듯 뚝 떨어진다.

살아 있는 날 동안의 짧은 사랑이 아쉬워 떠나지 못하고 낙화한 꽃잎은 땅에서 다 시 붉은 울음을 남긴다.

서둘러 가슴 속 열기를 비워두고 지금은 가야 할 때.

불꽃같은 붉은 꽃이 눈 속에서 피어날 때, 다시금 제주도에 올 일이다.

 

   
 

 <카멜리아 힐 이용방법>

 · 카멜리아 힐 찾아가는 길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병악로 166(상창리271)

제주공항에서 올 때 1135번 도로 경유, 공항-평화로-중문방향-상창교차로 지나 좌회전 후 1 k m 가면 된다. 약 40분 소요된다.

· 관람시간 : 하절기(6~8월) 8:30~19:00(입장마감 18:00) 동절 기(12~2월) 8:30~18:00(입장마감 17:00) 간 절 기(3~5월, 9~11월) 8:30~18:30(입장마감 17:30)

· 이용요금 : 어른 7000원, 청소년 5000원, 어린이 4000원

· 문 의 : 064-792-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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