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조경이 위기다. 한 달 후면 꿈에 그리던 조경진흥법이 시행된다. 푸닥거리를 해주려는지 이곳저곳에서 발목 잡는 이슈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뒤늦은 대응을 탓하면서 우리 구심점은 어디 있는 거냐는 등 조경계 리더십을 갈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초 조경계 수장격인 (재)환경조경발전재단 7대 이사장에 취임한 정주현 이사장은 이목을 집중 받으며 이 난국을 헤쳐 나가고 있다. “조경인들이 맨 날 ‘큰 일 났다’고만 하는데, 이제는 ‘큰 일 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신을 직접 만나서 들을 수 있었다. 이슈 한복판에서 그의 광폭 행보와 향후 계획을 담아보았다.
<대담 : 정대헌 발행인, 사진 : 박흥배 사진부장, 정리 : 김영명 기자>

정주현 이사장 약력
조경기술사
영남대 조경학과 졸업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석사
서울시립대 대학원 조경학과 박사

전 동명기술공단 전무이사
   (사)한국조경사회 회장

현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
   경관제작소 외연 대표

요즘 얼마나 고생이 많나?

최근에 다녀온 곳이 국회, 산림청, 국토교통부, 국무총리실 등이다. 국가도시공원 법제화를 얼마 남지 않은 이번 국회에서 꼭 처리하기 위해 국회의장과 간담회를 가졌고 좋은 성과를 얻었다. 또 산림기술자 육성법 제정과 관련해서는 국회 논의를 중단시키기 위해 산림청과 국무총리실을 다녀왔다. 강력히 항의해서 중점법안으로 다루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경계를 늦추지 말고 감시를 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가서는 조경기술자격제도 개방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설명했으며 조경정책의 무관심에 대해 항의했다. 국회가 총선을 앞둔 막바지 상황에서 서로 다른 이슈들이 엉켜있어 정신없지만 그나마 방문 목적들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어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최근 위기들의 원인은 무엇인가?

조경의 위기는 우리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있다. 흔히들 ‘자승자박’이라고 이야기 한다. 트랜드를 읽지 못했고, 눈앞에 이슈가 생기면 그제 서야 대응을 하다보니까 수습이 제대로 안되고 놓치는 것들이 많다.
현재의 조경이 건축·토목·산림·원예 등 여러 분야를 기반으로 해서 40년 전에 생겼는데 처음 20년은 잘 끌고 오다가 최근 90년대 들어서는 생태복원·경관·공공디자인 등으로 상당한 분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지금 ‘규제완화’ 등으로 다시 통합이 되고 있는 분위기다. 분화되던 시대가 빠르게 종결되고 ‘재융합’ 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누구랑 융합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해야 한다.

정부 역할, 이대로 좋은가?

기획재정부는 국토교통부가 ‘공원’이라고 하면 국가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면서 산림청이 ‘도시숲’이라고 올리면 예산을 주고 있다. 물론 모순된 면이 있지만, 환경부가 조경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생태복원, 자연마당 명칭으로 국가사업을 펼치는 것 또한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본다. 또 건축에서는 최근 ‘랜드스케이프 건축’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토목에 억눌려 있던 영역을 확장하려는 추세다.
그동안 회색인프라 사업에 집중했던 국토교통부가 사업이 적어지면서 예산도 줄게 생겼다. 그 비중을 녹색인프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논리와 명분을 국토부 국장 및 실장들을 만날 때마다 전달하고 있다. 그들은 내용을 공감했으며 발상의 전환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국토부에는 ‘조경’ 소관부처가 있다. 비록 건축·토목 보다 규모가 작지만, 조경을 서자 취급하는 부분에 대해 강력히 항의를 했다. 계속 그럴 거라면 차라리 산림청으로 보내 달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산림청은 계속 조경을 침범해 들어오는데 국토부에서는 몰랐다고만 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건설기술자격 때문에 건축·토목도 유사종목들이 합쳐지고 있다고 한다. 국토부에 조경이 처한 상황(조경은 개방됐지만 산림기술자격은 폐쇄하려는 움직임)을 이야기하니까 모르고 있다. 국·실장들은 산림청이 정원정책을 가져갔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과연 그동안 우리는 국토부와 얼마나 상의했었나? 조경정책 주무부서인 녹색도시과만 협의해서는 안된다. 기술정책과, 기술조정과, 건축정책과 등등 여러 부서들과 긴밀히 관계를 맺어가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유관 정부기관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가서 대화해보면 수긍하고 협의가 되는데 문제는 때를 놓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조경에 희망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조경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까지는 사실상 ‘무정부상태’에서 시장이 커져왔기 때문에 이만큼 연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이 커지는 것보다 외부에서 잠식하는 게 커지고 있다. 이제는 ‘조경진흥법’이 생겼기 때문에 이 법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양적 팽창만 해왔을 뿐 질적 성장은 못해왔지 않은가? 내년이 바로 ‘질적 성숙의 원년’이 될 것이다. 국가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경진흥법에서 정한 ‘조경산업진흥센터’ 설립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범조경계의 모금운동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앞으로 트랜드는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사장 취임할 때도 그랬듯이 이제는 기득권을 버리고 주도권을 가지고 가야한다. 조경인들이 맨날 ‘큰일났다’고 하는데, 이제는 ‘큰일했다’는 말도 할 수 있어야 된다.

발전재단 시스템은 괜찮은가?

발전재단 이사장은 5대까지 한국조경학회장이 겸직을 했고, 6대에는 학회장과 업계대표가 공동이사장 체제였다. 금번 7대에 와서 업계 단독으로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만큼 업계 영향력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학회 중심으로 할 때에는 ‘조경학’ 영역에 묶여 있다 보니까 확장·분화되는 새 영역들에 대해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 발전재단이 사무국 체계를 안정화하면서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움직인 결과 ‘무정부상태’에서 이만큼이라도 대응할 수 있었다.
이제 ‘조경진흥법 시대’를 대비해서 그 역할이 새롭게 개편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속 정부부처가 적합한지, 참여단체들의 확대는 어떻게 할지, 연합회 성격은 어떻게 확보할지, 기부금 접수창구 마련 등 종합적으로 새 모델을 만들어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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