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일본 전국 마치즈쿠리 회의 첫째 날 일정을 보내던 중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동경대학 도시공학과의 고이즈미 교수이고, 마치즈쿠리 관련해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학계 연구자이자 교수 중 한 사람이다. 10여 년 전부터 주민참여 마치즈쿠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펼쳐왔던 고이즈미 교수는 이번 전국 마치즈쿠리 회의에서 ‘한일 마치즈쿠리센터 포럼’ 진행을 맡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필자는 잠시 요코하마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오늘날 요코하마의 도시디자인을 있게 한 3인방 중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쿠니요시 나오유키 선생과 모토마치상점가 건축협정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계시는 사쿠라이 준 선생을 만나 근 3년여 만에 대화를 나눴다.

특히 쿠니요시 나오유키 선생의 최근 소식은 광주광역시의 도시디자인 자문관으로 위촉을 받아 1년에 4회 정도 광주에 체재하신다는 것이었고, 요코하마시가 근 10여 년간 강력하게 추진했던 ‘Creative City’에 관해서도, 기존의 ‘창조도시추진본부’에서 ‘창조도시추진과’로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10월 4일. 전국 마치즈쿠리 회의 2015 in TOKYO

전국 마치즈쿠리 회의 둘째 날에는 아침 9시 반부터 ‘한일 마치즈쿠리센터 포럼’이 시작되기 때문에 서둘러 숙소를 나왔다. 도착하니 한창 접수를 하고 있었고, 한국과 일본의 마치즈쿠리 관계자와 이를 듣고자 하는 방청객들이 조금씩 모여들고 있었다.

▲ 일한 마치즈쿠리센터포럼 모습
▲ 일한 마치즈쿠리센터포럼 모습

아직 마치즈쿠리센터 활동이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의 마치즈쿠리센터는 구체적인 활동사례들을 발표하고 있었다. 특히 네리마구에서는 경관과 관련한 협정 등의 사업들을 직접 추진하고 있었고, 지원되는 마치즈쿠리 보조금이 5만 엔(우리 돈 50만 원)짜리도 있다고 하였다.

당시 이 내용을 들은 국내 관계자는 그 보조금에 인건비가 포함되어 있는지 필자에게 물어와 인건비는 고려대상이 아니어서 애초부터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얘기해 주었다. 그 이유로 자신들이 사는 마을을 가꾸는 일이므로 인건비를 포함하게 되면 행정에서 고용한 형태가 되므로 마치즈쿠리가 아니라고 설명해주었고, 그래도 이해를 못 하고 있기에 직접 질문을 해보라고 하였다. 네리마구 마치즈쿠리지원센터장은 질문을 받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는데, 마찬가지로 인건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마치즈쿠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사업형태로 지원하는 것이라고 답을 해줬다. 즉, 마치즈쿠리 추진 과정에서 재료가 부족하거나 도구가 부족하거나 하는 경우에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설명을 듣고 나니 한국에서 온 그 관계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국에서 인건비를 포함하지 않은 소위 ‘마을만들기 지원 사업’을 하게 되면 분명 항의와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필자에게 토로한다.

이 외에 현재 일본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인 ‘지방 창생’에 관한 세션이 있었는데, 담당 부서인 내각관방의 사무관이 발표하기를, 아직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지방 창생 사례가 없어서 국가에서도 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얘기할 정도로, 일본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는 심각하다. 인구감소는 도시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지만 중산간지역의 위치하는 지역은 더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우리나라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떠오르게 한다.

12시부터 13시까지인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가지고 홀에서 식사를 했고, 동시에 ‘東北카페와 마르쉐(시장)’라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2011년에 발생한 동북지역 지진 피해지역의 부흥을 위해 다양한 먹거리의 발굴과 개발을 통해 동북지역의 부흥을 돕고자 하는 목적의 행사를 개최하고 있었다.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나, 지진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의 파괴와 그로 인한 방사능 유출로 오염된 그 일대의 토양과 바다에서 난 재료들로 만든 먹거리를 해당 지역의 부흥을 위해 판매하고 있다는 것에 동감은 하지만, 돈을 주고 사서 먹기에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우리의 정서상으로도 맞지 않는 이런 방식이 일본에서 통용되는 것은 왜일까.

이렇게 둘째 날 행사도 끝나갔다.

▲ ‘東北카페와 마르쉐’ 행사 진행 풍경

 

▲ 마치즈쿠리 회의에서 판매하고 있는 먹거리들

오민근 집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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