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재심 중학교 교사

14일 아침 일찍 조경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뚜벅이 선운사 운곡습지 여행에 설렘을 안고 가을 동화 같은 여행을 꿈꾸며 버스에 탔다. 대학 때 갔던 옛 기억의 아련함과 지난해 여름에 잠깐 들러 단풍을 즐기질 못해 못내 아쉬웠던 기억을 안고 뚜벅이 여행에 합류했다.

도솔산은 선운산(禪雲山)이라고도 하며, 조선 후기 선운사가 번창할 무렵에는 89개의 암자와 189개에 이르는 요사(寮舍)가 산중 곳곳에 흩어져 있어 장엄한 불국토를 이루기도 했다.

도솔산 북쪽 기슭에 자리 잡고 있는 선운사는 김제 금산사(金山寺)와 함께 전라북도의 2대 본사로서 오랜 역사와 빼어난 자연경관, 소중한 불교 문화재들을 지니고 있어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눈 내리는 한겨울에 붉은 꽃송이를 피워내는 선운사 동백꽃의 고아한 자태는 시인·묵객들의 예찬과 함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동백 못지않은 이 가을에 선운사 초입 은행나무 노오란 잎새와 등산복의 조화는 사진 속으로 추억을 위해 찰칵….

선운사 가는 길에 사찰 담벼락과 어울리는 붉게 타오르는 단풍의 위력으로 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가을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내 인생의 가을 한 날의 가을 동화가 됐다.

선운사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단풍과 사찰을 구경하고 우린 운곡습지로 향했다. 운곡습지는 유네스코에 등재됐으며 습지를 향하는 길목에 고인돌 유적지를 보너스로 선물했다.

습지는 생태자원 중에서도 보전 가치가 매우 높은 서식처이다. 육상생태계와 수생태계의 전이 공간을 창출하는 중요한 자연 자원이다. 특히 오베이골 일대 습지 주변은 자연 생태가 훼손되지 않은 내륙의 대표적 습지로, 넓은 면적과 빼어난 자연경관, 오염되지 않은 청정 지역으로 다양한 식생이 분포하고 있다.

운곡리 일대에 자리 잡고 있어서 ‘운곡습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운곡’은 마을 주변이 아침저녁으로 안개가 덮고 있어서 운곡이라고 하였다는 이야기와 화시산(화시봉) 아래 골짜기라 ‘운곡’이라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습지를 개간해서 사용했던 계단식 논이 1980년대 초부터 운곡저수지(운곡댐) 물이 영광원자력발전소 냉각수로 공급되면서 주민이 이주한 후 30년 넘게 폐경지로 유지되던 곳이다. 이 때문에 자연적으로 생태 복원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원시 습지 상태로 복원됐다. 수량이 풍부하고 오염원이 없어 주변 환경과 물이 깨끗하다. 운곡습지에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3종(수달, 삵, 말똥가리)과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2종(붉은배새매, 황조롱이), 산림청 지정 보호식물 1종(낙지다리) 등 6종의 보호 동·식물이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들 6종을 포함해 식물 459종, 포유류 11종, 조류 48종, 곤충 22종, 양서·파충류 9종 등 549종의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해설사와 함께 운곡습지를 뚜벅뚜벅 걸으면서 모르는 나무 이름도 알게 되었으며 자연이 나와 하나 되어 너무나 자연 그대로의 멋이 살아 있어 제주의 에코랜드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운곡습지는 말로 형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너무너무 멋지다. “와~ 와~ 이쁘다~”의 감탄사가 절로 튀어 나온다.

‘자연과 함께’라는 행복감으로 이번 여행은 ‘참으로 오늘 하루 뿌듯하고 의미 있더라 행복했노라’고 표현하고 싶다. 앞으로 겨울잠을 마치고 뚜벅이가 깨어나면 다시 함께 뚜벅이 여행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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