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7회 대한민국 도시 숲 설계 공모대전 최우수상은 ‘곶자왈을 잃은, 그대에게’를 발표한 (왼쪽 첫 번째부터) 신혜인·김수정(이상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윤다운(서울대 환경대학원 환경조경학 석사과정)에게 돌아갔다.  사진 = 박흥배기자

“제주도 사람들이에요?” 심사위원의 한마디가 아직도 귓가에 머물고 있었다. 떨리는 마음을 잡고 ‘제7회 대한민국 도시 숲 설계 공모대전’에서 PPT 마지막 발표자들로 나섰던 그날, 우리끼리만 공유했던 ‘곶자왈’의 ‘상처’와 정신적인 ‘교감’을, 심사위원들에게도 빠짐없이 나누어 주었다. 어느덧 우리들의 이야기는 심사위원들과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고 그동안의 많은 일들이 기쁨의 눈물과 함께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제주도 사람들처럼, 아니 제주도 사람들보다 더 ‘곶자왈’을 잃지 않으려고 마음 속에 품었다.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소감은?

‘곶자왈을 잃은, 그대에게’ 이 작품명을 몇 번씩 되새김해 봐도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모를 정도로 너무 기쁘다. 많은 용기와 도움을 주신 교수님 및 지인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우리들이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조경캠프 등 각자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가 연이 닿아서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최우수상은 생각지도 못했다. 생각해 보면 ‘곶자왈’은 우리들에게 처음부터 ‘쉽게’, ‘교감’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우리가 선택한 그 곳은 생태교란으로 인한 퇴행천이 뿐만 아니라 일부는 쓰레기 매립장까지 들어와 땅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너무 감동스러운 결과를 가져와서 행복하다.

7개 대상지 중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올해 제시된 7개의 대상지 중 특히 ‘부산광역시 강서구 식만동’과 함께 저울질 했던 것 같다. 고민 끝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상도리 산 48번지’를 선택했으며, 생태적인 측면에서 더 끌렸다. 대상지는 제주의 허파라고 불리는 과거 ‘곶자왈’지대로 이곳은 이끼류와 양치식물의 다양성이 높아 원시림과 견줄만한 특징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목축을 위한 불놓기 작업, 인위적인 해송 식재로 인한 식생의 변화 등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버려져 왔다. 이런 안타까움에 작품명도 ‘곶자왈을 잃은, 그대에게’로 정했으며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다시 보여주고 싶어 선택했다. 또한 ‘곶자왈’은 고유 제주어의 합성어다. 숲을 뜻하는 ‘곶’과 엉클어진 덤불을 뜻하는 ‘자왈’이라는 부분 역시 신비감으로 다가와 대상지 선택에 한몫을 차지했다.

대상지의 콘셉트를 말한다면?

우선 이번 공모대전 대상지는 정원이나 공원이 아닌 ‘도시숲’이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노력했다. 국민들이 정서적 안정감을 얻고 건강을 얻을 수 있게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것이 관건 이었다. 그래서 원래 대상지가 가지고 있던 기반을 바탕으로 디자인했으며, 근린공원의 일부로 연계되어 있는 대상지의 특성을 살리기로 했다. 하지만 대상지는 사람의 손길 때문에 건강하지 못한 상태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기존의 퇴행천이를 일으키던 원인 식물을 제거했다. 그 후 현황에 적합한 식생 도입 및 단계별 건강한 천이를 정착했다. 또한 암석원, 아아못, 함몰지라는 곶자왈의 특징적인 공간을 통해 2ha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잠깐 언급했듯 근린공원에 연계되어 있는 내부의 동선은 폭 1m~2.5m 순환 동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길은 ‘곶자왈’의 식생과 공간을 바탕으로 바사삭길, 이끼길, 눈높이길 등 18가지의 코스로 구성된다. 오감을 통해 감각하고 몸 전체로 체험하며 건강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콘셉트다.

작품이 어떻게 활용됐으면 좋겠나?

과거 제주도 사람들은 ‘곶자왈’에서 나무를 하고 약용식물을 캐고 꿀벌을 치며 살아왔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위난의 시기에는 피신처로도 사용됐기 때문에 문화유적이 많이 남아있다. 그러나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까닭에 불모의 땅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런 생각을 타파시키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디자인한 개념대로 ‘곶자왈’의 복원이 이루어지면 제주도만이 가지고 있는 숲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주민들이 함께 지켜보게 될 것이다. 주민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데크 길을 걸으며 바람에 출렁이는 나뭇잎 소리와 새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힐링 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됐으면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관련 기관에서 우리 작품이 현실에 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계획 및 하고 싶은 말은?

개인적으로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최근 이 부분에 잠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마을 만들기 참여, 정원 디자인 프로젝트, 조경 설계분야 인턴, 국외서 학위 취득 등 다양한 계획들을 내비쳤다. 그 중 공통된 의견은 졸업 후 조경설계 분야로 취업을 하고 싶을 경우 취업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관련 회사에서는 대부분 3년 이상 경력직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갓 졸업한 학생들은 교수들의 인맥을 통해 취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현실로 내가 원하는 회사에 지원조차 할 수 없다. 앞으로 관련 회사들이 사회 초년생들에게도 열린 채용을 했으면 하는 것이 우리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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