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경인들이 산림청에 분노하는 이유
[사설] 조경인들이 산림청에 분노하는 이유
  • 논설실
  • 승인 2015.10.29
  • 호수 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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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경기술자격제도 변경을 포함한 ‘건설기술자 기준’ 개편이 뒤늦게 알려지자 조경학과와 산업의 붕괴가 현실화됐다며 분노가 커지고 있다. 조경정책 주무부처이면서도 제대로 된 보호·육성은커녕 끊임없이 조경파괴만 일삼고 있는 국토교통부가 원망스럽다. 현실은 우리에게 ‘건설 마피아’처럼 벽으로 존재한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에 여러차례 조경 자격제도를 개방하라고 산림 분야에서 요구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의 화살은 산림청을 향하고 있다. 무엇이 조경인들을 분노하게 하는 것일까?

오늘 조경인들이 산림청에 쏟아내는 분노를 이해하려면 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89년 산림조합법을 개정하면서 건설산업기준법에서 정한 조경식재공사업 자격요건에도 불구하고, 산림조합들은 예외적으로 조경식재공사업을 등록할 수 있도록 개악한 것에서부터 기원한 분노이다. 그때도 당시 건설교통부와의 야합이 있었으리라.

이후 2000년대 초에는 조경공무원 신설을 극렬히 반대하며 조경계 앞날을 가로막은 사례가 있다. 최근에야 시설조경직, 산림조경직으로 나뉘어 뽑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만약 그때 조경계 운명을 시설조경직에 놔뒀더라면, 그리고 국토교통부에서 조경공무원을 뽑아 조경정책을 챙기기 시작했더라면 조경계 운명이 지금처럼 풍비박산 나 있을까?

아무도 조경 정책을 돌볼 수 없게끔 ‘무주공산’으로 만들어놓고 산림청은 맘대로 농락했다. 거침없이 도시로 내려와 조경이 해오던 업역을 무차별적으로 가로채 갔다. 그 시절 산림청에게 조경은 ‘점령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수탈의 피해자가 된 조경인들은 결집해서 더 이상 빼앗기지 않으려 저항했고, 그 배수진에서 ‘도시림등 조성’ 산림사업법인에 조경기사와 조경산업기사가 산림기술자와 동등하게 자격 요건을 인정받게 되는 성과를 얻었다. 산림청이 야심차게 추진해오던 ‘도시숲법’ 제정 또한 국회에서 좌절됐다.

더 이상 산림청은 막무가내식으로 조경을 침략할 수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유화전략으로 선회한 것 같다. 특히 조경분야 고유 업역이었던 정원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큰 반발에 부딪혔지만, 산림청은 ‘상생’이라는 화두를 꺼내며 대화 테이블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펼쳤던 것을 보면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때 조경계는 지나온 악연과 내외부 많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이 보여주던 진정성을 믿고 협상을 진행해 ‘상생의 조건’들을 제안하게 됐고 긍정적으로 검토되면서 진전을 가져오게 됐다. 그중 하나가 산림기술자격 중 일부에 조경기술자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숲길조성’ 산림사업법인을 추가하면서 조경기술자를 포함시키는 방향에 합의점을 찾기도 했다. 그렇게 ‘상생’을 지향했기에 산림청이 추진하는 정원법에 반대를 거둬들여 국회 통과를 돕고 올해 7월부터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정리하자면, 지난 십여 년간 조경계 의사와 반하게 업역을 빼앗아가던 산림청에 적대적 감정을 가져왔던 조경계가 산림청이 정원법 개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마련한 협상테이블에 앉아 ‘상생의 조건’을 제시했고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조경계는 ‘정원법 반대’ 의견을 거두고, 결국 정원법은 국회에서 통과됐던 것이다.

거기까지가 ‘화장실 들어가기 전’라고 한다면, 목표한 정원법이 통과된 후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들은 ‘화장실 나온 후’가 되겠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조경기술자들의 일부 산림산업 진입을 약속하면서, 국토부에 가서는 조경기술자격에 산림기술자를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고, 국회에 가서는 산림기술자격에 산림 이외 분야의 진입을 허용을 못 하게 하는 제정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로비를 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정원법’이 전격적으로 시행되고 나니까 협상 창구를 다른 부서로 변경해 버렸다.

지난 26일 조경분야 17개 기관이 소집돼 열린 ‘조경생존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이것을 “전형적인 산림청의 업무추진 방식”이라고 규정했다. 겉으로는 위로하고 “함께 가자” 안심시키며 동반자로 다가왔지만, 결과적으로 조경 생존기반을 처참히 짓밟는 이율배반의 행태가 알려지면서 분노가 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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