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계가 연일 수난을 겪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LH 공공임대 리츠사업 발주 중 조경공사가 기계설비 등의 공사와 함께 분리 발주되던 관행이 통합발주로 선회되면서 갈등을 빚더니 이제는 조경기술자 자격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말에 ‘건설기술자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 등에 관한 기준’을 제정·고시했다. 이는 종전의 ‘건설기술자 교육·훈련 운영지침’과 ‘건설기술자 교육훈련의 인정기준’ ‘건설기술인력의 경력인정방법 및 절차기준’의 3가지를 통합한 것이다. 새로운 기준의 제정 이유는 건설기술자의 등급 인정 및 교육훈련과 관련하여 유사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제정·관리되고 있는 관련 행정규칙 내용을 하나의 기준으로 통합하여 관련 제도 운영에 통일성을 기하며, 건설기술관련 자격을 확대하고 규제는 완화하는 등 각각의 행정규칙 운영상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조경계가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국토부장관 고시 제3조 ‘건설기술자의 인정범위의 국가자격 종목’의 확대 완화 건이다.

조경직무분야는 조경계획과 조경시공관리의 2개 전문분야로 나뉘는데 이중 조경시공관리 전문분야에서 조경기술사와 종자기술사, 산림기술사 세 종목의 기술사가 동일한 자격의 기술 대우를 받게 되고 조경기사는 조경, 종자, 임업종묘, 산림, 식물보호기사가 동일한 기술자로 대우를 받게 되어있다.

농촌진흥청이 관련부처인 종자기술사는 다른 자격과 동일하게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시험의 출제 경향을 보면 ‘종자에 관한 실무 경험, 전문지식 및 응용능력과 기술사로서의 지도감리능력, 자질 등’이다. 여기서 종자라 함은 증식용 또는 재배용으로 쓰이는 씨앗, 버섯종묘 또는 영양체를 말한다

. 또한 산림청이 관련부처인 임업종묘기사의 시험출제 경향은 ‘종자의 채종 및 번식방법, 품질검사, 육종방법 등’에 대한 것이다. 종자기술과 임업종묘기술이 조경기술과 유사분야로의 해석이 맞는지 의문이다.

이번 국토부장관 고시의 문제점을 살펴본다.

첫째, 국토부 기술정책과는 조경건설기술의 유사성을 검토함에 있어서 조경전문가와 전혀 소통을 하지 않는 우를 범했다. 조경분야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교육과 자격을 갖추지 않은 자가 자격을 인정받고 건설현장에 나타나서 생기는 문제에 대하여 생각조차 안한 것이다. 담당인 김재환 사무관은 “그동안 관련분야인 종자, 원예, 산림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서 반영했다”고 했는데 정작 해당분야인 조경분야와는 한마디 대화도 안한 것이다. 더군다나 조경 담당부서인 녹색도시과와 협의도 없어 보인다. “이번 고시가 전국 50여 개 대학 조경학과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조경계의 얘기를 “녹색도시과도 공감하는가?”라고 물어볼 정도이니 말이다.

둘째, 이번 국토부장관 고시의 목적인 자격확대와 규제완화는 조경의 전문성을 무시한 일방적인 확대와 규제일 뿐이다. 조경시공관리 분야에 조경 소재 중 하나인 식물(植物)의 식(植)자의 냄새만 같아도 자격확대의 대범함을 보여주었는데 조경분야 기술자는 이번에 조경기술자격으로 확대된 산림, 종자, 임업종묘, 식물보호, 원예의 모든 분야에 진입의 길이 막혀있다. 타 부처의 기술자를 끌어들여 자기부처의 업무인 건설산업 기술자로 자격인정을 해주면서 기존의 자기 부처 기술자가 타 부처의 관련 기술과 상호 인정해주는 협의조차 안 해주는 인색함은 암만 봐도 국토부의 편협한 업무처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셋째, 조경계의 허약함에 실망과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우리나라 조경은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조경분야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육성시키려는 의지로 출발되었으며 건설부에 공원녹지과 직제가 신설되고 대통령의 지시로 한국도로공사, 수자원개발공사, 대한주택공사, 산업은행 등 국영기업체가 공동으로 출자한 한국종합조경공사가 창설됐다. 이후 조경건설은 대한민국의 고도성장 속에서 국토훼손의 수호자로 많은 역할을 했지만 정작 행정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민간에서 아무리 활약을 많이 해도 중앙부처의 조직이 없으면 타 조직의 힘에 뒤처지게 된다. 여태껏 조경이 타 분야에 당하고만 지낸 것은 정부조직의 관심을 못 받아서 그렇다고 여겨진다. 조경산업이 잘 나갈 때 중앙정부의 조직을 못 만든 것이 너무 아쉽지만 이제라도 조직이 구성될 수 있게 전방위 노력을 해야 하겠다.

동네북은 여러 사람이 두루 건드리거나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 등을 의미하는데 조경이 동네북 신세가 됐다. 조경계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힘을 모아서 이참에 정부조직도 만들 수 있게 한번 대차게 밀어보자.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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