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집행공원이 악몽의 달을 맞고 있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 도시공원 결정 실효에 따라 10년이 되는 날까지 공원조성계획 고시가 없는 도시공원은 이달 1일부터 효력을 상실했다. 당장 살아남은 장기미집행공원의 앞날 또한 밝지 못하다. 2020년은 멀리 있지 않다. 공원으로 지정된지 20년이 지난 대상지는 일몰제가 본격 시행되는 2020년까지 공원을 조성하지 못하면 무조건 실효되기 때문. 일선 지방자치단체로선 속 시원한 해결방안에 목이 마를 수밖에 없다.

현재 전국 기준 총 실효 현황은 국토부가 파악 중에 있다. 하지만 도시공원일몰제가 임박해오던 당시에도 해당 부처는 파악 중에 있을 뿐 정확한 집계를 내는 데 미온적인 반응이어서 이번 결과 역시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2000년 7월 1일 도시계획법상 도시공원이 지방사무로 분류되면서 지자체 소관이지, 주무부처가 할 일은 아니라고 보는 시각 때문에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방증하듯 담당 관계자는 “각 지자체 공시를 통해 알아보는 게 좋을 듯”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정부에서 알아서 지정해놓고 국가사무에서 지방 이양으로 법을 바꿔 손 떼고 나 몰라라 한다”는 지자체 비판과 대조적인 모습인 것이다.

실효 대상 규모는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긴 하다. 앞서 본보가 지난 8월 전국 실효 예정지에 대해 자체 조사한 결과 8개 광역·시 도시공원 부지 합계(1억8811만9504㎡) 대비 89.1%가 10년 이상 장기미집행 면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대구광역시 1곳(미군부대 안에 지정돼 있는 곳이라 당장 공원조성이 어려운 6만6000㎡)을 제외하고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 광역단위와 세종특별자치시 등은 조성계획 수립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했다.

어찌 됐든 대다수가 실효 위기를 벗어나 1차로 숨을 돌린 셈이다. 하지만 2020년까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실행 과제가 남았다. 각 지자체가 급한 대로 숨 가쁘게 종합계획 수립을 했지만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조성을 위해서는 토지매입비 등 중차대한 비용을 강구해야 하는 진짜 문제가 남은 것이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도시공원 효력 상실에 대응하기 위한 공원 조성 방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예로 경기도만 해도 이달 1일부로 137개 도시공원이 없어졌고, 향후 장기미집행공원 조성을 위해서는 29조129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 중이다. 그러나 자금 마련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답답함은 다른 곳에서도 나오고 있다. 심철의 광주시의회 의원은 지난 15일 도를 상대로 “광주 장기미집행 공원 면적은 971만1186㎡로, 수용비만 1조7700억 원이어서 시 재정상태로는 부지 매입조차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인데도 광주시는 어떠한 대안 제시도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질타한 바 있다. 더욱이 중앙정부는 2009년 ‘민간공원조성 특례제도’ 도입을 통해 민간공원 조성 해법을 내놓았지만, 이제껏 성공사례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민간공원 조성을 통해 장기미집행 공원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중론이다.

실효 문제가 현실화되면서 다각적 해법 마련에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대두하는 쟁점은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의 적극적 지원,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령 및 제도 개선 그리고 새로운 제도 발굴 등이다. 이달 초 경기연구원(전 경기개발연구원)이 밝힌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문제, 해법은 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실효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핵심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제도 개선에 있다. 국가 사무에 자연환경 보전이 있어 국가 지원이 필요함에도 “도시공원은 지자체 고유사무라”는 논리로 뒷짐만 지고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대국적 차원에서 장기미집행공원을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국토부가 산림청과 환경부와의 적극적인 협업 방안을 모색하고, 이들 부처도 영역 싸움이 아닌 협업 차원으로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연구원 측은 “환경부, 산림청은 지원 대상에서 자연환경 보전 목적의 공원에 대한 지원을 제외하고 있는데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국비보조금 지원의 정책화를 위한 법령 및 제도를 개선하고 새로운 제도 발굴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은 법률을 통해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라며 그 예로 국토교통부장관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규정에 따라 시범사업으로 공원조성을 지원을 할 수 있음에 주목했다. 더불어 실효문제에 한발 물러나 있던 광역 지자체의 역할론도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는 의견도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도시공원 실효문제에 관해서는 광역지자체 임무가 없었지만 큰 틀에서 광역지자체의 환경의 질을 보전할 책임은 해당 단체장에게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이양주 경기연구원 경영기획본부장은 장기미집행공원 해결책으로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 등 다각도의 힘을 합해 국비보조금 지원을 위한 법령 개정을 제안하고 있다. 국가에서 지정고시한 도시공원 조성비용에 국고지원을 정책화 하자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녹색복지 향상, 쾌적한 삶의 질 향상, 지역 간 녹색 서비스 불균형 해소를 위해 국가 도시공원 및 도 도시공원이 필요하나 제도가 부재하다”며 “국가 및 도가 주관하는 도시공원을 신설하는 법령개정안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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