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악산 비선대의 가을정경(2012년 10월 초 촬영)

풍악산(楓嶽山)이
상쇠가 되면
가을 산은 모두 풍물놀이를 한다.

계수나무가
꽃 미남 버나쇠가 되어
소고를 보름달처럼 뱅뱅 돌리고

복자기나무가
삼족오(三足烏)의 살판쇠가 되어
살판 죽을판으로 대구대굴 구르고

은행나무가
쥐라기의 샛노란 어름쇠가 되어
쥘부채로 아슬아슬 허공을 걷고

모감주나무가
황금빛 덧뵈기쇠가 되어
익살스럽게 놀이판을 넘나들고

단풍나무가
진홍빛 덜미쇠가 되어
덩실덩실 임의 마음을 불사른다.

 

※ 풍악산(楓嶽山)은 가을의 금강산을 달리 불렀던 우리 선현들의 시가문학적(詩歌文學的)인 다양성의 감성이라 할 수 있다. 남사당(男寺黨)놀이의 여섯 마당이 우리 전래의 고유어로 구성 되어 있기에 단풍놀이에 접목시켜서 풍악산은 첫째 마당인 풍물놀이의 상쇠로, 보름달 속의 계수나무는 둘째 마당인 소고 돌리기의 버나쇠로, 태양의 불꽃같은 복자기나무는 셋째 마당인 땅재주의 살판쇠로, 지질연대의 샛노란 은행나무는 넷째 마당인 줄타기의 어름쇠로, 황금빛 모감주나무는 다섯째 마당인 탈춤의 덧뵈기쇠로, 가을의 극치(極致)인 진홍빛 단풍나무는 여섯째 마당인 꼭두각시놀음의 덜미쇠와 융합시켜 보았다.

서원우(한국조경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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