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 10월 13일 ‘국가계약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다음 달 23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는 관급공사에서 최저가 낙찰제가 폐지되고 종합심사낙찰제가 실시된다. 종합심사낙찰제는 가격, 공사수행능력, 고용·공정거래·건설안전 실적 등 사회적 책임을 종합평가해서 낙찰자를 선정하는 제도다. 기존의 최저가낙찰제는 가격만으로 낙찰자를 선정함에 따라 덤핑낙찰과 이에 따른 담합, 공사품질 저하, 안전사고, 저가하도급 등의 부작용이 꾸준히 지적되어왔다.

그동안 건설 재해로 인한 대형사고가 빚어낸 사회적 비용이 엄청난데 최저가낙찰제가 부실공사, 재해의 근본원인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공공공사의 최저가낙찰제는 2001년 1월에 1000억 원 이상의 공사에 적용하다가 2003년 12월에는 500억 원 이상의 공사에도 적용하고 2006년 5월부터는 300억 원 이상의 공사로 확대를 했다. 2012년 1월부터는 100억 원 이상의 공사에도 최저가낙찰제를 확대 실시하려 했다가 지방의 중소 건설사의 수주가 어려워지고 덤핑수주, 재해 등의 사회적 손실이 우려된다는 여론으로 2년을 유예하여 2014년에 실시하기로 했다가 또 다시 2년을 추가 유예하여 2016년에 실시하기로 했었다.

정부가 16년 동안 최저낙찰제 대상을 꾸준히 확대하려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예산절감이다. 17대 총선(2004년) 때 당시 한나라당은 최저낙찰제를 1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면 연간 1조 원의 예산을 절감된다며 이를 총선공약으로 제시할 정도로 예산절감이 정책의 우선순위가 됐다.

그러나 그동안 최저낙찰제로 인한 예산절감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중론이다. 1994년에 붕괴 사고가 발생한 성수대교도 예정가격의 66.5%의 공사비로 시공되었는데 사고의 근본 원인이 최저가낙찰제라는 비판이 많았으며 이후에도 각종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부실공사가 사고의 중요 요인으로 꼽혔다. 또한 부실시공으로 인한 유지보수비용도 만만치가 않았다. 역시 최저낙찰제로 건설된 영동고속도로의 경우 보수비용이 건설공사 비용의 2배가 넘어서 예산절감의 효과는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건설업체의 부담도 증가되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건설사들도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계속 최저낙찰제 공사를 수주했던 것은 물량확보가 되어야 회사 유지가 된다는 당시의 절박한 환경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최저가낙찰제의 폐해가 커지다 보니 최근 대형 건설업체에서도 공공공사를 기피하는 분위기고 중소 건설사는 도산 우려에 처해 있다.

정부가 다시 300억 원 이상의 공공공사에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하면서 가격요소와 공사수행능력, 안전실적, 사회적 책임이행 등을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은 선진국형 입찰방식으로 환영할만하다.

종합심사낙찰제가 시행되면 그동안 최저가낙찰제에 따라 원도급 건설사가 협력업체들에 적용했던 ‘마른행주 쥐어짜기 식’의 하도급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건설사는 공공공사뿐만 아니라 민간 건설공사에서도 협력업체에 최저가를 적용해왔다. 그러다 보니 협력업체인 전문건설업체는 조그만 이윤이라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줄이는 것밖에 없으므로 자격증이 있는 전문 기술 인력보다는 임금이 저렴한 미숙련공이나 외국인을 고용하여 공사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이 부실공사와 산업재해 및 대형사고로 이어져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따라서 공공공사에서 적용하는 심사방식에 준하는 기준과 적정공사비를 협력업체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협력업체에 대한 과거의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종합심사낙찰제는 대형 건설사의 배만 불려줄 뿐이다. 그동안 협력업체에게 적용했던 최저가 공사가 개선되지 않으면 종합심사낙찰제 시행의 효과가 작을 뿐만 아니라 부실공사, 산업재해 발생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절감되지 않는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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