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국 작가<사진 배석희 기자>

“25개의 상징기둥(조명), 기둥과 기둥을 연결하는 천막과 식물들이 어울려 만들어진 유기적 정원이다. 이용자 의도에 따라 천막은 담장에서 지붕으로 쉽게 변화하면서 가변적이고 흥미로운 경관을 만들어 낸다”

참가 계기 및 소감은?
조경 설계를 해오던 차에 미국에 가서 3년 정도 있을 기회가 있었다. 그곳은 가든에 대한 것이 워낙 대중화되어 있어 볼 기회가 많았다. 당시에는 잘 가꾸어진 정원을 보기만 했지 만들어 본 적은 없었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서 조경신문을 통해 경기정원문화박람회 공모를 보게 됐다. 이전에 일하면서 씨토포스 최신현 대표가 제2회 경기정원문화박람회에서 초청작가로서 작품을 만든 것을 본 적이 있다.

당시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정원을 만드니까 멋지기도 하고 ‘대가가 되면 할 수 있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나도 나중에 참가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는데 3회부터는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해서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 생각했고 작품을 제출하게 됐다. 이번에 정원을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조경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뜬 것 같다. 설계 방향이 바뀐 것이다. 이전에는 대형프로젝트 위주로 건축 중심의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지금은 심는 방식도 바뀌었다. 보통은 설계할 때 식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하는데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 직접 해보니까 풀 한 포기 심기도 어렵더라. 공간을 계획할 때도 이전보다 더 실현 여부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

▲ 제3의 자연_Third Nature<사진 박흥배 기자>

작품의 콘셉트는?
예전부터 미로 정원을 한 번 만들어보려고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게 기둥과 천막이다. 이 정원에는 기둥이 25개가 있다. 특별한 의미는 없는데 12m×12m 공간에 가로, 세로, 높이 3m인 기둥을 세워 모듈 공간을 만들었다. 천막을 걸면 벽과 천장을 만들 수 있고 마치 미로 정원처럼 이용자의 의도에 따라서 공간이 계속 변하는 것이다.

정원에 있는 시설물은 내가 사업자 등록도 내고 특허도 출원한 제품이다. 디자인도 남대문을 콘셉트로 한국적이면서 모던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원앙 두 마리가 바라보고 붙어있는 모습도 의도했다. 두 개의 시설물이 달라 보이지만 조립을 통해 모양만 바꾼 것이다. 제품을 구성하는 모듈은 마름모형과 디귿형 딱 두 가지 밖에 없다. 이것만 있으면 어떤 형태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걸 풀어서 해체하면 작은 테이블도 만들 수 있고. 남자 두 명이 옮겨서 들 수 있고 볼트 풀어서 조립할 수도 있다.

계절감을 느끼기 위해 단풍나무를 심었고 모과, 자두 등 유실수 위주로 식재했다. 뒤쪽으로는 라일락을 많이 심었다.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향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라일락이 피면 가운데에 향기가 가득 찰 것으로 기대한다.

그라스 등을 심어 딱딱한 관목의 풍경을 많이 상쇄하도록 했고 겨울이 되었을 때도 보는 즐거움을 주도록 했다. 최대한 유지관리 하는 사람들이 쉽도록 잔디도 정해진 공간에만 깔았다. 섞여 있으면 제초작업 할 때도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 시기에 다른 정원에 가면 아스타 위주로 많이 심겨 있는데 나는 라일락, 나무수국, 화살나무 등을 심어 계절마다 변화되는 경관을 연출하고자 했다. 가을에는 유실수로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텃밭을 만들어 사람들이 이곳에서 밥을 먹으면서 상추를 뜯어 먹기도 하고 일상을 담을 수 있도록 했다.

▲ 제3의 자연_Third Nature<사진 박흥배 기자>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비용 지원과 관련해서 금액이 오버 됐을 때는 자기 돈을 내서 하고 남으면 뱉어내야 하는 식이더라. 오버 되면 자기 돈으로 한다는 게 재능기부를 요구하는 건가 싶었다. 재능기부도 할만한 상황에서 하는 건데…. 정원이 하루 이틀 걸리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인건비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재능기부도 대기업한테나 기부하라고 해야지 없는 사람들에게 자꾸 기부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다음에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정원박람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보람도 느끼면서 다시 한 번 도전하고 싶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어려운 점은 아니지만 아쉬웠던 점이 있는데 이것은 서울정원박람회와 일정이 겹친 부분이다. 기존에 경기정원박람회가 계획되어 있었는데, 서울시에서 똑같은 기간에 정원박람회를 여는 것은 도의에 어긋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분쟁 거리를 만들려고 시가 나서는 것도 아니고 날짜를 왜 그렇게 잡았나. 아쉽더라.

박람회에 대한 평가 및 발전방안은?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1년이 연기됐고 일정이 계획대로 안 됐는데 시스템적인 부분이 마련되어 있지 않더라. 보통 설계사들이 발주 받아서 기한을 지키지 않으면 페널티가 주어지는데 이곳은 아무것도 없더라. 처음부터 계약서를 명확하게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그나마 신예 작가들이 참가하기에 좋은 편이다. 그 이유는 결국 돈이다. 코리아가든쇼의 경우 500만 원 주면서 모자라는 건 스폰을 받거나 자기 돈을 주고 하라고 하고 서울정원박람회도 예산이 적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결과물이 썩 만족할만하지 못할 것이다. 지원되는 돈은 부족한데 잘하라고만 하니까. 신예 작가들이 스폰을 받기가 어렵다. 결국 그런 상황에서 정원을 만드는 건 기득권 세력들만 가능하다. 학교 졸업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친구가 정원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을까? 철벽을 쳐놓고 새 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정원박람회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 제3의 자연_Third Nature<사진 박흥배 기자>

정원문화 발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
정원은 조경과 정말 밀접한 부분이다. 지금은 조경하는 사람과 원예 하는 사람이 조금 배타적이라면 그 중간에 정원이 있다. 조율할 수 있는 분야가 정원인 것 같다. 일단 조경이 토목에 옷을 입히는 작업을 했다고 하면 조경에도 정원이라는 옷을 또 한 번 입혀야 패션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진 정원이라는 게 문화, 산업 등을 이야기하지만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업역들이 조경하는 사람들에 의해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

▲ 제3의 자연_Third Nature<사진 박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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