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특별한 곳 ‘아지트’를 모티브로 남자들을 위한 정원을 제안한다. 정원에서 보이는 것들은 지극히 실용적이기도 하고 곳곳에 유쾌함이 묻어난다. 투박하고 거친 모습을 지녔지만 순수하고 감성적인 정원에서 진정 행복한 순간을 맛보길 기대한다”

▲ 이규철 작가<사진 배석희 기자>

참가 계기 및 소감은?
개인적으로 두 번째 작품 활동이다. 순천에서 처음 실내정원을 만들었는데 그때는 철거해서 아쉬웠다면 이곳에서는 남겨두고 공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해 그것 때문에 도전하게 됐다. 개인의 이름으로 나왔지만 협업을 했다. 회사((주)그람디자인)에서 ‘가드닝프렌즈’라고 활동하는데 같이 그림부터 식재까지 작업했다.

작품의 콘셉트는?
처음 제목은 1년 전부터 잡았다. 터미네이터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 영화에서 미래 전쟁을 준비하듯 ‘미래 씨앗 전쟁’을 준비하는 공간으로 구상했다. 이후 남자들만의 아지트를 하면 어떻겠나 싶어서 이야기하다가 의견이 보태지고 어른 남자들을 위한 아지트라는 콘셉트를 잡았다. 애초 공모전에선 12m×12m 공간이었는데, 이 공간만 가지고 연출하면 너무 이질감이 들 것 같더라. 그래서 원래 있던 소나무까지 안아서 박람회가 끝나고도 어색하지 않도록 정원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정원에 들어오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보는 곳에 따라서 정원이 달리 보이도록 연출했다. 한 발짝만 옆으로 가서 봐도 느낌이 다르도록, 변하는 모습을 보게 하고자 노력했다. 식재 위치나 이런 걸 많이 고민했는데, 전체적으로 원래 있었던 것처럼 하고자 했다. 개인적으로 디자인할 때 열린 결말을 추구한다. 정원 속 담장을 보고 누구는 방공호를 떠올리고 누구는 아지트를 떠올릴 수도 있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어디를 비우고 어디를 모으느냐는 것이다. 여기는 게으른 남자들의 정원이다. 보는 사람들도 가능하면 편안하게 하려고 했다. 너무 빡빡하게 심는 것보다는 보이는 부분에서 초점을 주는 공간에만 색을 주고자 했다. 푸른색이 있으니까 붉은색으로 잡아주고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키가 큰 억새를 심었다. 다른 정원은 혼식 스타일이라면 여기는 의도하지 않았는데 한 개씩 심겨 있는 스타일이다. 직선 옆에는 퍼지는 식물을 심었고 주변 색과 같이 보고 강조할 색이 있는지 찾아 네추럴하게 연출했다. 지금은 낙상홍의 빨간 열매가 여기에서 뭔가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3~4월이 되면 백철쭉이 피어 또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 AZIT_garden for men <사진 박흥배 기자>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직장을 다니면서 정원을 만들다 보니 시간에 쫓겼다. 1년 정도 밀려서 생각하고 준비할 시간이 많아져서 오히려 다행인지도. 하지만 거리가 멀어서 한번 준비하면 숙박해야 하고 자재 운반과정도 불편했다. 어느 정도는 차를 이용해 들이지만 사람이 직접 운반을 해야 하고. 작업 여건이 조금 아쉽다. 주최 측에서 소통하는 부분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제가 만드는 데만 집중해서 그런지 일정이나 이런 건 잘 모르겠더라. 정원 관련 행사를 몇 시부터 하는지 이 안에서 어떻게 프로그램이 돌아가는지 잘 몰랐다. ‘여기서 클래식 공연할 거야’ 언급만 하고 제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알고만 있으면 되는지 잘 모르겠더라. 작가들이 정원에 있는 것도 하루만 나오는 줄 알았더니 갑자기 다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큰 맥락에서 보면 일단 일일이 조율하면 일이 진행이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결정된 부분은 인지할 수 있도록 미리 알려줬으면.

▲ AZIT_garden for men <사진 박흥배 기자>

박람회에 대한 평가 및 발전방안은?
순천이나 코리아가든쇼 등에 나갈 때 제약 사항이 많아서 힘들었는데 여기는 안성맞춤랜드 담당자가 적극적으로 도와줘 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경기정원박람회가 재밌던 것은 부지 때문이다. 다른 박람회는 경계를 쳐놓고 여기서만 해라 이러는데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원하는 위치를 선정하라고 하더라. 경계가 없었기 때문에 원래 있던 건지 만든 것인지 알 수 없었고 원래 있었던 것처럼 만들고자 했다. 안성맞춤랜드에서 요구한 것도 섬처럼 만들지 말고 박람회 끝나도 경관과 잘 어우러지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기존 박람회와는 차별되고 좋았다. 이전에 참여한 박람회의 경우 정해진 부지 안에서 비용을 지원하니까 너희 책임이라는 식이라 아쉬웠는데 여기는 서로 조율하면서 하다 보니 가능했던 것 같다.

향후 작품계획은?
구상은 늘 하고 있는데 다음 작품은 개를 위한 정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강아지를 위한 정원을 만들 계획이다. 시흥시에서 텃밭을 분양받은 곳이 있어서 정원을 꾸며 놓기도 했다. 지금도 이곳에서 연습하고 있다.

▲ AZIT_garden for men <사진 박흥배 기자>

정원문화 발전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
모든 박람회에 참가하진 않았지만 2~3년 박람회 연출하면서 느낀 점은 아직 정원 관람 문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술관 등 작품 전시에는 줄도 쳐놓고 해설하는 이도 있고 그런데, 여기는 해석하기 나름 아닌가. 정원을 올바로 볼 수 있는 시간이 적다. 조성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 더 보충되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정원을 보러 오는 이들이 결과물만 보면 감흥이 없다. 처음에 어떤 모습, 중간 진행과정이 어땠고 얼마나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자료를 통해 배포되고 관람객들이 찾아오면 그걸 보는 재미도 분명히 있다. 오는 이들이 결과만 보면 ‘어디랑 똑같네, 나도 하겠네’ 이럴 수밖에 없다. 결과물만 예쁘게 찍어 놓는 책자를 만들지 말고 과정을 알려주는 책이 배포될 필요가 있다. 여기 오는 이들도 궁극적으로는 그 과정이 궁금한 것이다. 자기도 만들어 보고 싶고 그렇다면 과정이 중요하지 않을까? 앞으로 박람회는 그런 것까지 고민해서 만드는 데만 치우치지 말고 과정부터 소통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AZIT_garden for men <사진 박흥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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