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영 작가의 '빠레트 정원' 

숲속에 작은 카페가 하나가 있다. 언덕의 좁은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마주치는 그 곳. 마치 분지와 비슷한 지형에 자리 잡고 있어 포근한 느낌마저 준다. 군데군데 각각 다른 방향으로 세워놓은 빠레트는 가슴을 쫙 펴고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사이사이로 들려오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 이대영 작가는 빠레트가 속삭이듯 생명력을 불어 넣어 사람들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었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참여 계기 혹은 소감

대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했을 때부터 공모전이나 박람회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됐다. 관련 회사 입사 후 차분히 조경의 기초를 배웠다. 퇴사 후 지인들과 함께 조경설계사무소 스튜디오 엘(STUDIO L)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주로 용역에 비중이 컸던 이전 회사와 달리 나와 동료들이 추구하는 이상을 실험하며 실천적으로 정원 설계에 표출할 수 있어 좋았다. 회사가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는 중 경기정원박람회를 알게 돼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을 더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함께 공감해보자는 취지로 참여하게 됐다. 그 후 결과도 좋게 나와서 기쁘다. 직접해보니 큰 보람을 느꼈고 다시 한 번 우리 STUDIO L팀 이상기, 조성희, 김지환 등 고생한 동료들에게 영광을 돌리고 싶다.

작품의 콘셉트 및 특징

파레트는 무거운 물건을 중기로 운반할 때 사용한다. 파레트의 각도를 바꾸면 크고 작은 규칙적인 틈은 울타리가 되고 창문이 된다. 마치 어느 조용한 시골 카페의 창처럼. 파레트카페 정원은 자원 재활용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upcycling’의 개념을 도입했다. 파레트가 정원과 만났을 때 조금 더 다채로운 일상이 될 수 있다. 파레트를 이용한 텃밭에서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일상을 나눈다. 또한 간단한 손질과 가공을 통해 정원 속 책장으로 변신되기도 한다. 대부분 공사장에서 사용되는 파레트는 이처럼 놀라운 디자인 요소와 주옥같은 기능이 숨어 있지만 쉽게 버려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파레트가 의자와 탁자로 변신해 정원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해 준다면 어떨까. 또한 그 것으로 벽을 만들면 그 틈으로 들어오는 바깥 풍경들과 바람, 그리고 따듯한 햇살이 하나의 그림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했었다. 바닥에 놓여있는 파레트는 사람들이 편안히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 사이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작은 식물들은 발걸음을 느리게 만든다. 파레트 주변의 식물들이 시간이 지나 더욱 풍성해지면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주변의 경관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원래 있었던, 자연이 만들어준 카페처럼 그렇게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공유하고 소통하게 될 것이다. 파레트카페 정원은 자연스럽게 자연의 일부가 되는 모습의 특징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준비하면서 애로사항 등 전체적인 평가를 한다면

2014년 개최 예정이었던 처음 계획과는 달리 세 번째 정원문화박람회는 안성시의 추경확보 실패로 1년 뒤로 미뤄졌다. 우여곡절 끝에 정원문화박람회가 열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길었던 준비 기간에 사람들이 정원에 대해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생각과 재료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정원을 만들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계절적 부분에 있어서 조금은 애로사항이랄까? 아쉬움이 남는다. 10월 보다는 코리아가든쇼처럼 5월에 행사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식재 부분에 있어서도 다양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고 그로 인해 풍부한 색감이 표현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작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박람회부분 전체를 평가한다면 정원이 설계될 지형을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주최 측에서 기획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즉 기존에 이미 자연적으로 가꾸어진 지형에 정원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 콘크리트나 벽돌 바닥에 만든 인위적인 정원보다 훨씬 더 풍성하게 보였다. 주변을 보면 이미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던 나무들과 풀 그리고 뒷산의 배경들이 함께 어우러져 정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발전하기 위한 방안

이번 박람회뿐만 아니라 앞으로 열릴 작고 큰 박람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 스스로 작품에 대한 양심을 갖고 애정을 쏟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정원은 노동의 결과다. 내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을 다른 사람을 시켜 대신 설계하고 시공하게 내버려 둔다면 그 정원은 영혼이 없는 정원이라고 생각된다. 마찬가지로 박람회 관계자들이 하루 행사로만 인식하고 기획했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면 영혼 없는 보여주기식 박람회가 될 것이다. 박람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기획자들이 한국의 정서에 맞는 대상지를 찾고 그 대상지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갈 수 있는 주제를 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게 된다면 외국사람들이 한국의 정원박람회를 방문 했을 때 일본이나 영국의 정원문화와는 확실히 차별이 되는구나라고 느끼게 될 것이다. 한국의 색깔이 무엇인지 작가들뿐만 아니라 주최 측도 함께 고민해야 발전을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향후 활동 계획

개인적으로 박람회 같은 큰 스케일은 지양하고 작은 정원 만들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물론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서 구경하는 대규모 공모전과 박람회활동도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는 작은 정원에서 행복을 느끼길 원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전달하고 싶다. 단독주택의 작은 정원의 경우 약 300만 원에서 1000만 원 사이로 다양한 비용이 발생된다. 물론 크게 이익을 남기지는 못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세평 남짓 작은 바닥에 돌담길이 생기고 주변에 꽃과 나무가 식재되면 깊이감이 생겨 큰 정원 부럽지 않은 아름다운 정원이 탄생된다. 정원의 주인들은 이런 광경을 보고 큰 감동을 받는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 매우 뿌듯하고 큰 보람을 느끼기 때문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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