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빨갛게 익어 갈 무렵
오곡백과가 알알이 익어 갈 무렵
이제는, 진정으로
진정한 사과(謝過)의 선물을
진정한 이웃과 나누는 계절이 왔다.

임금(林檎)이 향기롭게 익어 갈 무렵
황금들판이 모든 것을 내어 줄 무렵
늦기 전에, 아낌없이
진정한 이웃과 나누는 능금의 계절이다.

비록
인류가 따 먹은
아담과 이브의 사과를
뉴톤의 사과를
게오르규의 25시 사과를
스티브 잡스의 사과를
문명의 문맹이 지은 사과를
서로가 용서받을 수 있도록

사과가 싱그럽게 익어 갈 무렵
능금이 예스럽게 익어 갈 무렵
후회 없는, 마음을 담은
진정한 사과(謝過)의 선물을
진정한 이웃과 주고받는 계절이 왔다.

 

※ 10월은 ‘개천절’을 비롯하여 겨레의 ‘말’과 ‘얼’과 ‘글’을 꽃피운 ‘한글날’이 깃든 축복의 달이다. 또한 향촌의 과수원에는 드높은 푸른 하늘에 싱그러운 빨간 사과가 애드벌룬처럼 두둥실 떠 있는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사과는 인류가 발견한 금단(禁斷)의 열매이자 문명개화의 과일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사과는 많은 유전적 변형으로 상품성을 극대화하고 있지만, 원래는 우리고유 품종인 조선임금(朝鮮林檎)을 ‘능금’이라 하여 전에는 세검정 과수원에서에서 볼 수 있었기에 오늘의 사과(沙果)를 진정한 능금처럼 이웃과 갈등을 푸는 사과(謝過)의 선물로 은유하여 보았다.

서원우(한국조경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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