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회 서울정원박람회에 많은 시민들이 찾아오고 있다.

우리나라 심장부가 정원박람회 대열에 합류했다. 그간 조경과 정원 관련 크고 작은 박람회가 있었지만, 정원박람회하면 떠오르는 것은 2013년 열린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와 그보다 먼저 시작한 경기정원문화박람회 등이다. 이 가운데 수도 서울이 지난 3일 마포월드컵경기장 평화의 공원에서 제1회 서울정원박람회를 개막했다. 힐링이 필요한 시대 속 정원문화 확산에 분수령이 되어줄 거라는 장밋빛 기대심리 또한 커지는 분위기다.

희망에 불씨를 당기듯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막식 인사말에서 “영국에서 유학할 때 힘들게 표를 얻어 첼시플라워쇼를 구경했다. 우리 한국에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시장이 되고 이렇게 만들었다"며 "앞으로 더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외국에 가보면 큰 건물을 화려하게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원과 조경과 사회와 도시농업과 이런 것들이 잘 되어있는 도시야말로 행복한 도시가 되는 것 같다”며 “지금 살아가기 너무 힘드시죠. 힐링이 필요한 시대다. 정원을 통해 시민들이 치유를 받고 더욱 행복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홍광표 서울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서울정원박람회를 개최하면서 두 가지 점에 주목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하나는 다른 박람회와 달리 서울시 전체를 위한 도시재생의 축으로 생각하자는 거였다. 노후된 공원들에 정원이라는 새옷을 입혀 새롭게 탄생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거였다”고 했다. 이어 “정원의 대중화, 정원의 생활화를 앞당길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를 마련하는 장소를 만들자는 거였다”며 “과거의 정원은 몇몇 사람들이 향유하는 담장 안에 가려진 베일의 정원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정원은 도시로 나가서 도시와 호흡하는 공공정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우리 조상들은 정원을 가꾸는 것이 일상이었다. 정원은 삶을 나누는 공간, 치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산림청은 정원법을 마련하고 그에 필요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며 “정원문화 확산과 새로운 산업발전에 책임론과 자부심을 갖고 성공적인 산림녹화사업으로 정원을 통해 정신이 푸르고 건강한 시민 삶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의원 시절 정원법을 발의했던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정원박람회라는 아이디어를 맨 먼저 낸 이가 박원순 서울시장이었다. 박 시장의 제안을 이어받아 최초의 국제정원박람회를 연 곳이 전남 순천이었고, 이후 신원섭 산림청장이 순천을 국가정원 제1호로 지정해줬다”며 “현재 순천만국가정원은 해마다 400만 명의 외지인이 몰려오고 있다. 정원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짐을 실감하고 있다. 서울정원박람회가 그 확산에 더욱 큰 불을 지폈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정원박람회의 개막으로 조경 정원계도 고무된 분위기다. 황용득 한국조경사회 회장과 정주현 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이 서울정원박람회 개막을 축하했고, 송정섭 사단법인 정원문화포럼 회장은 “선진국일수록 정원 문화가 발전한다”며 “한국이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행복지수 또한 낮은 순위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정원 문화 확산을 통해 사람과 사람 간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계기를 맞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외국에서 맹활약 중인 정원 작가들도 국내 정원 확산에 대한 기대감을 비췄다. 프랑스 쇼몽국제가든 페스티벌에서 한국인 처음으로 정원을 전시하고 이번에 서울정원박람회 초청작가로 나선 황혜정 정원디자이너는 “귀족들 전유물로 인식됐던 유럽정원이 보편화로 들어선 계기는 박람회 등이 잇따라 열리면서부터”라며 “이번 서울정원박람회 개최를 지켜보면서 국내 정원문화도 머지않아 대중화로 접어들 거라는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더불어 “단기간에 준비하면서도 80여 개 정원을 조성하는 놀라운 저력을 보였다”며 “역시 한국인인 만큼 앞으로 질적인 발전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국 첼시플라워쇼 수상으로 세계적 이목을 끈 황지해 초청작가도 “정원문화가 발전한 선진국들 틈에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소외돼 있지만, 이런 박람회를 통해 살아있는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한층 성숙하고, 정원문화가 만발하는 계기를 맞을 것으로 본다”며 “저 또한 한국 정원을 알리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정원박람회는 12일 막을 내린다. 실무를 진행한 오해영 서울시 푸른도시국 국장은 “서울에 사는 정원입니다라는 주제로 처음 열린 서울정원박람회는 15인의 공모전 수상 정원, 초청작가전 등 예술 정원은 물론 시민이 직접 가꾼 친근한 정원 등 80여 개 정원을 만나볼 수 있다. 또 분재 전시, 정원 산업 우수제품, 허수아비 정원 콘테스트, 애견하우스 옥상정원 콘테스트, 학술 세미나 등 즐길거리가 풍성해 시민 호응이 높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서울의 노후공간이 연차적으로 시민들의 정원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이번 박람회를 시작으로 엿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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