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제1회 서울정원박람회 초청작은 황지해 작가의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과 황혜정 작가의 ‘다연(차를 마시며 즐기다)’이다. 테마와 오브제는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힐링 정원’을 내포한다. 작가가 들려주는 감상 포인트를 통해 이들이 전하고픈 메시지를 따라가 본다.

▲ 황혜정 작가는 바쁜 현대인의 생활 속 휴식을 안겨주는 정원을 보여줬다고 했다.

프랑스 쇼몽 인터내셔널 가든 페스티벌에 한국인으론 처음 출전한 황혜정 작가의 ‘다연(차를 마시며 즐기다)’ 정원에선 절로 차분해진다. 들머리에 들어서면 단풍나무와 강아지풀 등 식물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한적한 가을날, 처음 왔으면서도 언젠가 와본 듯 한 시골 한옥의 정취가 감도는 정원은 고요하면서도 정갈하다. 절제된 모던함과 동양 고전풍의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키포인트는 휴식이다. 지난 3일 서울정원박람회가 개막할 당시 만난 황혜정 작가는 “아파트에 사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도 조성할 수 있는 정원, 바쁜 현대인들에게 휴식을 안겨줄 정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작가는 먼저 좋은 정원이란 뭘까를 고민했다. 작가가 생각하는 좋은 정원이란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해주는 정원이다. 그 중 하나가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정원을 만드는 거다. 한국식 정원이란 다른 게 아닌 작가 내면에 있는 정원이다. 이에 작가는 옛 창호지와 창살이라는 아이템을 응용, 마당을 볼 수 있는 안쪽에 병풍처럼 둘렀고, 고동색 창살 주변으로 비슷한 계열의 색깔들을 배치했다.

좋은 정원은 눈을 즐겁게 해주는 정원이다. 해서 작가는 후정을 감상할 수 있도록 벽을 터놓은 빈 공간에 조각상을 설치했다. 조각 설치는 변남석 작가가 해줬다. 변 작가는 세모 모양의 자연석을 세로로 흔들흔들 아슬아슬하게 쌓으면서도 중심잡기에 탁월한 작가로 유명하다.

황 작가는 편안히 앉아 차를 마시며 조각상을 감상할 수 있도록 아웃도어 실외용 가구를 놓았다. 외국에 살고 있는 작가가 애초 계획한 것은 돌 의자를 수입해 국내에 들여오는 거였지만, 여의치 않아 들여오지 못해 차선책으로 실외용 가구를 들여왔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의자라, 이를 본 시민들 중에는 비가 오면 어떻게 하느냐며 작가에게 물었다. 비가와도 문제가 없다고 말한 작가는 정원문화가 발전한 유럽 등에 이런 실외용 가구가 대중화돼 있다며, 머지않아 우리나라도 이런 의자가 더는 생소하지 않을 만큼 정원문화가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얘기가 맘에 와 닿았다고 한다. 박 시장은 앞서 개막식 축사를 통해 한국인들 삶의 질이 점차 높아질수록 정원을 건강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정원이 딸린 공동체주택 등도 지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 말에 희망을 가늠한 작가는 유럽 정원도 예전엔 귀족들이 소유한 부의 상징으로 여긴 때도 있었지만 이런 정원박람회 등이 많이 열리면서 보편화를 이루게 되었다며 우리 역시 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연’ 정원을 찾은 이들 중에는 앉을까 말까, 어른들이 망설이는 사이 함께 온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의자에 앉아 조각상 너머의 바깥 풍경을 바라봤다. 멀찌감치 있는 나무와 풀들이 액자 모양 유리창 없는 창문으로 들어와 작은 갤러리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좋은 정원은 역시나 꽃과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정원이다. 작가는 양쪽 꽃을 배열할 때는 유럽정원기법에서 많이 쓰이는 대칭구조로 심었다. 들판에 나가면 볼 수 있는 꽃들처럼 보이도록 배치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서양의 좋은 점과 우리나라 정서에 맞는 재료들을 같이 쓰면서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색다른 정원은 이런 과정을 거쳐 조성됐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휴식을 취하며 살았으면 한다는 황 작가의 바람은 시민들과 통했을까. 정원을 감상한 한 노부부는 “얼마가 들어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참 편안하고 좋네”하고 말했다. 길을 안내해주던 시민정원사 이원목씨도 “친근하면서도 고요한 분위기에서 평온함을 선물 받은 기분”이란다.

이 같은 얘기에 작가는 환하게 웃었다. 초청 요청을 받은 지난 7월 이후 설계를 끝낸 뒤 외국에 있는지라 시공하는 기간 직접 참여하지 못했다면서 그 기간 작가의 의도를 열심히 살려준 시공업체 덕분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에서 정원디자인 출품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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