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경관정책기본계획에 대해 다루고 나니 어느덧 가을이 돼버렸다. 정치권에서나 경제권에서나 여전히 시끄러운 양상이다.

게다가 마을가꾸기 관련해서도 움직임은 여전하다. 지난 9월 15일에는 행정자치부 후원, 한국정책학회 주관으로 ‘공동체발전국민포럼’이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50여 년의 초고속 경제성장 후유증으로, 사회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다문화 및 생활안전 등 각종 지역문제 등의 발생이 지역공동체가 희박해지고 해체되었다는 것을 배경으로 하는 포럼이다. 따라서 마을가꾸기를 비롯한 도시재생, 지역활성화 관련하여 현재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일체의 정책이나 사업들에는 ‘공동체활성화’라는 용어가 들어가야 하는 것처럼 사용되고 있다.

이를 위해 민관 협력적 추진체제를 비롯해 민간의 전문지식과 지역 현장 경험을 공유하고 부처 간 공동체 사업의 유사성과 중복성을 최소화해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을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운영 방향을 보면, 수평적 관계에서의 다양한 계층 참여를 확대하고, 참여 주체 간 활발한 정보공유 및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지속가능하고 실용적인 정책 발굴 및 실현이라 하고 있다. 또한 국민포럼의 공동대표를 관련 학회들 수장이 맡고, 운영위원과 분과회원으로 구성한다고 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일 발표에서는 ‘마을공동체사업’에 관해서만 다루었고, ‘마을공동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공동체’를 논하는 자리를 만들었지만, 정착 주관단체인 학회에서는 ‘공동체사업’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었다.

필자는 이를 보면서 아직 주관단체에서는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고, 어떤 사회자는 ‘사회’를 보기 전에 국내외 공동체 관련 내용을 소개하겠다고 하면서 진행일정에는 없는 ‘특강’을 할 정도로 참석자들을 순식간에 학생으로 만들어버렸다. 학계는 오히려 현장을 통해 현실감, 현장감을 배우고 익혀야 할 대상임에도, 스스로 그 무지몽매함을 드러내고 말았다.

‘경관’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고선, 왜 공동체 관련한 글을 쓰는지 의아해 하는 독자 분들이 계실 것이다. 그 이유는, 공동체는 일정한 지역이나 일정한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일단의 무리이고, 이 공동체 구성원이 곧 해당 지역, 도시, 마을, 거리, 집 등에 대해 경관과 관련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주체이기 때문이다.

‘공동체’라는 용어는 커뮤니티(community)를 번역한 말이어서, 우리의 ‘마을’, ‘동네’ 등의 개념을 포괄하는 말처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의미상으로 미묘한 차이가 존재한다.

각설하고, 경관을 가꿔나가는 데에 중요한 요소가 ‘주민’ 혹은 ‘주민과 동등한 활동이나 존재가치가 있는 주체’라고 한다면, 이 주민이 일정 지역에 모여 살거나, 특정 목표나 공감대를 가지고 활동하는 주체들을 가리켜 ‘공동체’라고 하거나, ‘마을사람’이나 ‘동네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체를 강화하거나, 공동체성을 기르거나 하는 것은 마을 사람이나 동네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대를 갖게 하거나 유대감을 갖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때 쓸 수 있는 수단은 수없이 많으며, 마을의 풍경이나 동네 풍경을 가꾸는 행위를 함께 하는 것도 해당이 된다. 경관을 가꿔나가는 것이 경관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고, 마을경관이나 동네경관을 가꿔나가는 것이 되는 것이다.

인천 송도 신도시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의 경관에 대해 걱정하고 논의를 하는 블로그가 있다. 여기에 실린 경관에 관한 사항을 잠깐 살펴보자.

▲ 송도 1공구의 모습(같은 위치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 출처 : http://cafe.naver.com/songdogo2003/27474)

그리고 아래와 같은 제안을 하고 있다. 대단하지 않은가.

송도 아파트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

 

살기도 쾌적하고 (통풍이 자유롭고 채광이 좋으며), 외관 역시 국제적인 시각에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 단지’만을 생각하는 도시 계획이 아닌 동네 전체 나아가 도시 전체를 생각하는 도시 디자인이었다.

예를 들면 타 단지에 의해 특정 단지들이 조망 피해를 받지 않는 등 상호 보완적이다.

 

개선점

1. 여닫이 창문같은 요즘 신축 아파트에도 자주 쓰이는 주상복합형 새시는 위로 여는 방식이 아닌 측면으로 여는 방식을 채택하고 그 열리는 각도를 보다 넓힌다. 더샵 하버뷰의 새시가 이와 가깝다. 또 집 내부 방향으로 완전히 90도까지 열 수 있게 능동적인 새시를 채택한다.

2. 판상형 동이 존재한다면 반드시 20층 이하의 저층으로 구성하며 건물의 폭이 45m가 넘지 않아야 한다.

3. 한 단지의 아파트들끼리도 각 동마다 그 건물 높이에 각각 20m씩 차별화를 둔다. (40층 이상 동이 2개 이상 존재하는 경우 단지 안에서 저층 판상형동을 제외한 고층 건물 중 제일 높은 동과 제일 낮은 동이 30m 이상의 높이 차이가 나야한다)

4. 아파트 건물 외벽의 기본 베이스 도색을 흰색이 아닌 밝기가 낮은 저채도의 유채색으로 도장한다. 이때 또 획일적인 색깔의 도장이 아닌 각각의 동마다 채도 차이를 줘야 한다.(위의 이상적인 송도 아파트 디자인 그림 참고)

5. 건물 외벽 포인트 도장은 고채도 및 무채색을 사용해도 되나, 흰색의 경우 그 면적을 20%이하로 제한한다.

6. 각 단지마다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패턴 도장을 채택한다.(각 단지마다 획일적이고 연속적인 똑같은 디자인 타파)

7. 될 수 있으면 아파트 대부분의 창호를 크게 디자인한다.

8. 새시 틀 색깔을 흰색은 배제하고 최대한 저채도의 색깔을 채택한다.

9. 작은 창문 같은 경우는 밖에서 보이는 새시 주변의 외관 특화를 한다. 저채도의 푸른색 페인트 등으로 주변을 보정해 창문이 보다 크고 세련되면서도 큰 창호들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시각적 효과를 준다. 글로벌캠퍼스 푸르지오가 이에 가깝다.

10. 북서쪽, 북동쪽 도로나 메인 도로(대로)변 보이는 건물은 전 세대 남향배치를 고집하지 않는다. 롯데 캠퍼스타운이 이 부분에서 회의적이다.

11. 20층 이상 고층 건물은 건물의 민면(창문이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민콘크리트 벽면)이 없게끔 한다. 20층 이하 저층으로 구성된 판상형 타입의 동은 이 사항에서 제외한다.

12. 저층 판상형동에서 위에서 언급한 민면이 존재한다면, 그 민면은 외벽에 규칙적인 장식을 붙이거나 굴곡을 주는 등 디자인 특화를 요구한다.

이처럼 마을 사람이라면, 동네 사람이라면, 아니 공동체 구성원이라면 자신들의 사는 터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한다. 저 내용이 소위 ‘전문가’가 작성한 글이 아닐지라도,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무엇을 바라는지를 파악해 계획과 설계에 반영하고, 시공으로 구현되도록 합리적으로 고민하는 과정이나 수단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모습의 풍경이 형성돼야 지역적인 경관이 비로소 가능해지며, 행정에서는 독자적인 경관행정 체제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충남 예산군 예산읍에서는 군에서 열리는 충남도민체육대회 대한민국 온천 대축제 등 각종 대회와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아름답고 깨끗한 군 이미지를 제공하기 위한 ‘도시경관 가꾸기 사업’을 2016년도까지 추진한다고 했다.

그 주요 내용으로는, 환경정비 기동반 운영을 통해 깨끗한 가로환경을 조성하고, 도시공원과 어린이공원을 새로이 정비하고, 노상 적치물 단속, 도시미관을 해치고 이용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공공 표지판과 안내판을 일제 조사해 정비대상 25개를 발굴해 5개는 정비를 완료했으며 나머지 20개는 추경예산과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 정비해나간다는 것이다.

통상 행정에서 취하는 전형적인 방식이지만, 앞에서 언급한 ‘주민’,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보면 ‘주민’이나 ‘공동체’가 주체가 돼 경관을 가꿔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행정주도 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도시경관 가꾸기 사업’을 2016년도까지만 한다고 하는 것은, ‘경관’이 갖는 역사성, 지속성이 ‘시간’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이후에는 신경을 쓰지 않게 될 터이고, 기존에 정비했던 것들은 방치되고 훼손되고… 하는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거의 모든 지자체가 그래 왔으니까.

여러분들은 어느 지자체를 존중하겠는가.

創硏 Creative Research & Consulting 대표 / Regional & Urban Creative Consultant

ufo1009@hanmail.net

오민근 집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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