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승용차가 골프채와 만났다. 광주광역시에서 한 벤츠 승용차가 벤츠 자동차 판매장 앞에 정차를 한 후 차에서 내린 운전자가 야구방망이를 꺼내 자신이 타고 온 승용차를 부수기 시작했다. 야구 방망이가 부러지자 이번엔 차 트렁크에서 골프백을 내렸다. 그는 골프백 지퍼를 열더니 아이언 골프채를 빼서 자신이 타고 온 승용차를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했다. 골프채로 수십 번을 휘두르며 박살이 나는 과정을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어리 둥절 했을 것이다.

2억900만 원의 벤츠 S 63 AMG가 골프채에 찌그러지는 장면을 그곳을 지나던 한 시민이 촬영하여 SNS에 올리자 삽시간에 퍼지면서 메스컴에도 주요 뉴스로 등장했다. 운전자가 차를 부수게 된 사연은 차가 주행 중에 시동이 꺼지는 위험한 상황이 반복됐는데도 판매점 측이 교환해주기로 한 약속을 어겨서 화가 나서 그랬다는 것이다.

운전자는 올 3월 벤츠차량을 ‘리스’로 출고해 차량하부 소음방지장치와 배기구를 개조해 운행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상황을 맞았다. 다행히 저속 주행 중이라 별다른 사고는 없었지만 시동이 꺼진 차는 조향장치가 움직이지 않고 제동장치가 먹통이 되는 등 작동불능 상태가 돼서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단순 결함으로 생각해서 차를 20일 동안 A/S센터에 입고시켜 프로그램 등을 업데이트를 했지만 또 다시 시동 꺼짐 현상이 반복되자 40일 동안 다시 수리를 했다. 이 과정에서 “다시 문제가 재발하면 교환해주겠다는 약속을 업체 측에서 받았고 본인이 개조한 부분도 원상복구 했다”는 것이 운전자의 주장이다.

차량을 다시 인도받아 3개월 째 운전하던 지난 9월 9일에 차의 시동이 또 다시 꺼졌는데 이번에는 고속도로 위에서 발생이 됐고 주변의 차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어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고 공교롭게도 임신한 아내와 다섯 살 아들이 타고 있어서 더욱 아찔한 사건이 됐다. 이렇게 되자 운전자는 구입처에 찾아가서 항의를 하며 약속대로 차 교환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는데 업체에서는 ‘대표이사 부재’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자 운전자가 화를 참지 못하고 차를 부순 것이다. 차량을 부순 운전자는 차량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벤츠 판매점 측에서는 1인 시위는 영업방해에 해당한다고 신고를 했고 경찰에서는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차량이 리스된 것이라 운전자에게 소유권이 없으므로 재물손괴혐의 적용을 검토 중 이라고 한다.

법원의 판례를 보면 이번 경우와 비슷한 벤츠 결함의 상황이 두 번이 있는데 두 건 모두 소송까지 이어졌는데 법원은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따라서 번거롭지만 이번 운전자도 법에 호소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아직 부서진 벤츠는 판매장 앞에 방치돼 있으며 같은 증상을 보이는 동일 차종의 벤츠가 추가로 옆에 세워져 동조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마침 심재철 국회의원(새누리당)이 지난달 ‘자동차관리법 일부 개정안’에서 차량 인도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중대한 결함이 발생하거나 차량 인도일에서 1년 이내에 중대한 결함과 관련된 수리기간이 총 30일을 초과할 때 자동차 제작·판매사가 교환 또는 환불하도록 하는 내용이 발의돼서 주목이 되고 있다.

해외 골프 전문 매체인 골프닷컴에 “골프채로 자신의 차를 부순 벤츠 오너”라는 제목의 기사가 사진과 함께 올랐다. 기사에는 “많은 사람들이 18홀을 뛰기 위해 여러 가지 골프채를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자신의 차량을 부수기 위해 골프채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면서 이 남성의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더 많은 골프채 세트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풍자를 했다.

문제의 벤츠가 독일에서 만든 것인지 아니면 중국에서 만들어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벤츠 측의 대응이 궁금해진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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