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퉁이에 비추인 태양’<자료제공 (주)뮴>

황지해 정원 작가는 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공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정원인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설계안을 발표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정원은 열두 살 소녀가 바라본 마당의 풍경을 담고 있다. 황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 열두 살 최연소 할머니가 있었는데 그 소녀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다. 이 공간은 열두 살 소녀의 마음이 담긴, 열두 살 소녀가 태양 빛이 아주 따스한 어느 뜨락 마루에 걸터앉아서 마당을 바라보고 있는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이곳을 할머니들이 소녀 시절에 만들어 놓은 정원이라고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할머니들을 기억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황 작가가 설계한 이번 작품의 이름은 ‘모퉁이에 비추인 태양’이다. 황 작가는 대상지에 있는 느티나무를 기준으로 뒤쪽에는 20~25m 긴 담장을 만들고 맞은편에는 나비가 사랑하는 꽃을 심어 정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담장 왼쪽에는 고(故) 김순덕, 고 강덕경, 김복동 할머니 등이 직접 그린 수채화와 압화 등을 전시한다. 정원에 있는 담장과 창틀은 물론 돌과 돌 사이에는 할머니들이 소녀 시절 지녔던 머리빗과 손거울 등 소장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도 조성할 계획이다.

▲ 황지해 정원 작가

담장 모티브는 전남 담양 소쇄원의 ‘애양단’이다. 황 작가는 이것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애양단’의 궁극적인 뜻은 태양을 사랑하는 담장이지만 그 내면의 뜻은 여기의 모든 사람이 햇볕을 동일하게 받을 수 있고 항상 정의로운 생각을 하고 밝은 세상을 기대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 마음은 곧 소녀들의 마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할머니들 족적을 남기기 위해 할머니들의 발 모양을 음각해서 바닥에 매입하고 할머니들이 주로 신었던 검정고무신을 두어 이 공간의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황 작가는 “할머니들은 검정치마에 흰저고리를 많이 기억하시고 검정고무신을 많이 신으신 것 같다”며 “검정고무신은 이곳이 열두 살 소녀가 살았던 공간이라는 이정표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전했다.

정원에는 나비가 많이 날아드는 초종인 접시꽃, 물망초, 찔레, 쑥부쟁이, 도라지 등과 한국 자생종인 꼬리풀, 개정향풀, 범부채, 등골나물 등을 심을 예정이다. 황 작가는 할머니들 작품에 꽃과 나비가 많이 나오는 점을 바탕으로 할머니들이 소녀였을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고자 노력했고 나비가 많이 날아드는 식물과 우리 자생종으로 정원을 꾸미로 결정했다.

아울러 그는 “진실을 제대로 알고 기억하고 역사를 바로 인지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이번 정원은 헌정하는 정원이다. 다음 세대 그리고 또 다음 세대가 이곳에 와서 꽃이 끊이지 않고 피고 지고 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이 정원에서 소녀들을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게 이 정원의 완성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지해 작가는 오는 14일부터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을 본격 조성한다. 해당 정원 규모는 800㎡로 ‘서울정원박람회’가 열리는 10월 3일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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