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31일 인천 서구 단봉초등학교 5학년 1반 교실에서는 ‘친환경적인 도시숲을 설계해보자’는 주제로 수업이 진행됐다.  <사진 = 박흥배기자>

사계절 꽃과 나무가 자라며 아이들과 동물, 노인이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 태양열 등을 모아 에너지를 만들어 공급하고 음악과 예술이 있는 곳. 아이들이 꿈꾸는 ‘도시숲’의 모습이다.

8월 31일 인천 서구 단봉초등학교(교장 한상근) 5학년 1반 교실에서는 ‘친환경적인 도시숲을 설계해보자’는 주제로 수업이 진행됐다.

아이들은 4~5명씩 5개 팀을 이뤄 각 팀에서 설계한 도시숲 도면을 들고나온 뒤 ‘어떤 도시숲을 만들고 싶은지’ 구상안을 발표했다. 이어 각자의 도시숲 설계 도면에 대해 잘한 점과 아쉬운 점, 수정하면 좋은 점 등을 손들어 발표했고 서로 짚어보면서 논의했다.

▲ 단봉초등학교 5학년 1반 아이들이 도시숲을 주제로 각자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 = 박흥배기자>

동식물과 함께하는 자연 친화적 공간 그려
전망대·예술의길 등 구체적 제안도 내놔

아이들은 어떤 도시숲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을까? 도시숲 첫 번째 모둠 아이들(도윤성, 이시연, 임지민, 조윤서, 최준열)은 족욕장과 캠핑장 등을 숲 속에 만들고 케이블카를 타고 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숲 속에는 건강에 해롭지 않은 천연 솜사탕을 만드는 가게가 들어와 있고 사계절 꽃을 피우는 제라늄 피크닉장도 마련돼 있다.

“도시숲에 족욕장을 만든 이유는 사람들이 허브 냄새를 맡으면서 족욕을 하면 좋기 때문입니다”, “동물과 같이 놀면 즐겁기 때문에 시간마다 동물을 꺼내놓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설계한 도시숲의 각 구역에 대해 이유를 설명했고 이를 듣고 있던 다른 아이들은 ‘구체적이어서 좋다’는 등 의견을 내놨다.

이어 두 번째 모둠(김희민, 남건우, 노성래, 송진우, 조해리)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동물을 볼 수 있는 사파리와 도시숲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 아토피나 피부질환을 가진 이들에게 효과적인 편백숲을 만들겠다고 했다.

“예술의 길을 만들어 유명한 화가들의 유명한 작품들을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인체에 도움을 주는 황톳길 코스도 좋은 것 같습니다”

숲 속에 만들고 싶은 다양한 공간에 대한 의견이 계속해서 나왔다. 세 번째 모둠(김승혁, 박한솔, 이수현, 장유진)은 동물을 보호해주는 공원을 만들고 노인들이 쉴 수 있는 노인정도 만들었다. 전기를 생산하는 공급시설도 마련한다.

네 번째 모둠(송다혜, 이지빈, 장서영, 차지우)은 텃밭 공간을 만들어 직접 키우고 수확해가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태양열 발전기 장치를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해 가로등과 동물보호소 등의 전기를 책임지게 한다. 마지막 모둠(김영건, 김수호, 박지현, 이용성, 정민수)은 산지 인근의 지형을 살려 멀리 캠핑장을 갈 필요 없이 가까운 도시숲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캠핑장을 만들자는 의견을 내놨다.

▲ 단봉초등학교 5학년 1반 아이들이 도시숲을 주제로 각자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사진 = 박흥배기자>

“평소에 생각하던 환경, 그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아이들이 ‘도시숲’의 모습을 그리게 된 것은 올해 산림청이 주최한 ‘제7회 도시숲 설계 공모대전’에 참여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학급 담임교사인 한난희씨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사회 수업에 참여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 공모전 공고를 보게 됐다. 이후 교육 과정에 관련된 주제를 찾아 과정을 재구성했고 아이들이 직접 도시숲을 설계해 볼 수 있도록 도왔다.

생각보다 더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고 올해 공모전에 직접 구상한 도시숲 설계안을 제출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뒤 소감을 묻는 말에도 “동무들과 나무를 알아보면서 식물을 찾아봤어요. 점점 완성돼가는 느낌이 들면서 뿌듯한 생각도 들었어요”, “평소에 생각하던 환경을 그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설계 공모를 거쳐 만들어진 공원에 직접 가보고 싶어요” 등 소감을 밝혔다.

▲ 한난희 교사
5학년 1반 담임교사인 한난희씨는 아이들이 직접 꿈꾸는 도시숲을 그려보고 공모전에 제출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주역이다. 사실 그는 수년째 아이들이 도시숲 공모전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앞서 지난 2013년에는 인천 발산초등학교 아이들이 직접 숲을 그리고 공모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도시숲 설계 공모전’에 아이들과 참여하게 된 계기는?
2013년 처음 참여했다. 아이들이 사회 수업을 어려워 했는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이런 공모전을 알게 됐다.

참가하는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
실생활에서 밀접한 주제이다 보니 아이들도 관심이 많았고 실제로 만족도도 높았다. 졸업하는 아이들이 찾아와서 선생님과 했던 일 중에 ‘도시숲 공모전’에 참여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는 말도 하더라. 처음 참여할 때는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다음에는 못 하겠다 했는데 그 말을 들은 뒤 해마다 하게 됐다.

수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움은 없나?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주제도 어렵고 해서 이렇게 진행하기는 어려웠을 텐데 해마다 고학년을 맡아서 잘 진행할 수 있었다. 교육 과정에서도 도시숲과 관련된 주제가 있어서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올해 도시숲 설계 과정은 어떻게 진행했나.
사회 수업 중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국토’ 단원과 연계해 과정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인간과 환경의 조화로운 삶’, ‘친환경적인 태도를 취하고 실천하기’ 등 내용이 포함돼 있다. 11차에 걸쳐 교육하는 과정인데 단원을 재구성하면서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조정했다. 아이들이 느낌상 오래 한다는 생각이 들면 힘들어하더라. 사회 수업은 일주일에 3시간이 있는데 조금 앞당기거나 해서 2주 과정으로 맞춰 도시숲 설계 수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수업을 계속 진행할 예정인가?
여건만 괜찮다면 계속 진행하고자 한다.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고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이런 과정을 진행하면서 올해는 아이들과 함께 드림파크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아름다운 정원만들기 콘테스트’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해보자고 제안했더니 아이들이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하고 많이 지원하더라. 어머님들도 협조를 많이 해주셔서 잘 이뤄진 것 같다. 아이들이 직접 정원을 조성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잘했으면 좋겠다.
▲ ‘자연 동식물 힐링’을 키워드로 그린 도시숲의 모습(도윤성,이시연,임지민,조윤서,최준열)
▲ ‘이상한 나라의 도시숲’을 키워드로 그린 도시숲의 모습(김희민,남건우,노성래,송진우,조해리)
▲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도시숲’을 키워드로 그린 도시숲의 모습(김승혁,박한솔,이수현,장유진)
▲ ‘재미, 경험, 자연’을 키워드로 그린 도시숲의 모습(송다혜,이지빈,장서영,차지우)
▲ ‘친환경적인 캠핑’을 키워드로 그린 도시숲의 모습(김영건,김수호,박지현,이용성,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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