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 안압지 인근의 연꽃정경<주 신정조경 허남태 사장 제공>

비 오는 날에
연못으로 가면

군자의 모습을
인자의 모습을

군자의 미소를
인자의 미소를

군자의 거동을
인자의 거동을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누추한 곳에서

하늘을 우러러
빗방울과 담소(談笑)하는

군자의 마음이
인자의 마음이

내 마음속으로, 숙연히
전해 온다네!

 

※ 연꽃이 피어나는 못을 ‘연못’이라 하듯이 우리의 정원문화에서 연못을 빼고는 거론 할 수 없다. 이미 백제의 궁남지와 신라의 안압지가 세계적으로 우리의 고유한 지당문화(池塘文化)로 널리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연못이 심오한 생태계적 심미성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가(佛家)의 상징이 연꽃인 동시에 부처님의 모습이요 미소이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란 어원도 부처님께서 설법하실 때 제자들이 그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자 부처님께서 말없이 연꽃을 들어 보이시자 ‘가섭’이란 제자가 미소로 답 한데서 연유하였다고 한다. 이에 비 오는 날에 연못의 정경을 군자와 인자가 처한 내밀(內密)한 함축미로 연계하여 보았다.

서원우(한국조경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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