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이웃에 자주 간다. 동호회 모임으로 시간만 허락된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대로를 따라 걷게 된다. 굳이 모임이 아니더라도 홍대는 왠지 청년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지역처럼 느껴진다. 말 그대로 ‘젊음의 거리’다. 거리는 생동감 있고 보이는 것마다 호기심을 자극한다.

홍대에서 집까지는 그리 멀지 않다. 버스로 15분 남짓, 조금의 여유만 있다면 슬슬 걸어가도 1시간 남짓이면 간다. 그래서 친구들과 모임이 늦게까지 이어지거나 하면 종종 걷기도 한다. 마침 경의선숲길이 잘 조성돼 있어, 그 길을 걸으며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걷는 기분은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이랄까.

지난 주말, 동생과 조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집을 나섰다. 집 앞 큰길과 경의중앙선 사이에는 2010년 이맘때쯤 첫 입주가 시작된 대형 아파트단지가 있다. 그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면 바로 경의선숲길 새창고개 구간으로 이어진다.

언제까지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동안 조카와 함께 그 아파트 단지 안에 새로 조성된 놀이터를 찾았다. 집 근처에 다른 놀이터도 없거니와 그 놀이터에는 탄성고무 매트가 잘 깔려 있어 어린 조카가 놀기에는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6월 말 경의선숲길 새창고개구간이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에 둔 효창동에 사는 나와 조카, 우리 가족에게는 직선거리로 10분 남짓인 그 짧은 거리를 쉽게 이용할 수 없다. 언제부턴가 아파트단지에 방범(보안) 시스템이 설치됐고, 인증이 된 사람만 단지 내로 들어가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날도 어린 조카를 데리고 효창공원앞 역까지 한참을 내려가서 아파트 단지를 끼고 돌아 다시 올라가서야 경의선숲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조성된 가운데 시내에 물은 흐르지 않았지만, 조카도 맘껏 뛰놀며 높이 뜬 달빛 아래 좋아라 뛰어다니고 동생도 여유롭고 즐거워 보였다. 하지만 나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경의선숲길도, 단지 안의 놀이터도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렇게까지 막아서 이곳을 이용하고 싶어하는 동네 주민을 힘들게 하고 싶은 것인지 묻고 싶다. 좋은 것은 나누고 함께 하는 것이 만인을 위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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