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양 화림동 거연정 <사진제공 문화재청>

계류가의 정자가 일품인 안의삼동 중 하나인 화림동 정자에서 제1경인 ‘거연정(居然亭)’은 전시서(全時敍)가 병자호란 이후 은거하던 화림재 서쪽의 수석이 빼어난 곳에 후손이 지은 정자다. 거연(居然)은 주자의 시 ‘정사잡영(精舍雜詠)’ 12수 중 ‘거연아천석(居然我泉石)’에서 유래한 것으로 물과 돌이 어울린 자연에 편안하게 사는 산중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거연정은 방수천 물 가운데 솟아있는 바위 위에 세워진 정자이며, 계곡 바닥과 강변의 기암괴석은 수석처럼 괴석의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정자바위의 절벽 밑에는 연못처럼 깊은 소(沼)가 푸른 물을 담고 있다. 서남쪽 강 언덕에는 벚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봄이면 벚꽃이 활짝 피어 뭉게구름을 연상케 하며, 동북 쪽 절벽엔 느티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여름의 녹음이 그늘을 형성해 땀을 식혀준다. 가을이면 단풍과 어우러지고 겨울이면 설경이 조화를 이뤄 자연이 나를 감싸고 내가 자연에 거하는 신비감에 지나가는 길손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조선 시대 서화가 임헌회(任憲晦)는 “영남의 명승 중에는 안의삼동이 가장 빼어나고, 삼동의 명승 중에서도 화림동(花林洞)이 최고이고, 화림동의 명승 중에는 거연정이 단연 으뜸”이라고 거연정 기문에 적고 있다. 또한 “당나라 때 사람 이덕유의 평천장별장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천하에 빼어나게 아름다운 것은 결국 권력 있는 자에게 빼앗기게 되어 오래 전해지기가 어렵기 마련인데, 10여 세를 지켜왔으니, 이 정자가 더욱 돋보인다”라고 적고 있다.

송병선의 거연정중수기에는 거연정에 올라 “조물주가 처음 조화를 부릴 적에 이 땅에 기이한 솜씨를 드러낸 것이니 사람의 힘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기록돼 있다.

거연정은 주변의 풍광과 화림천의 맑은 색이 화강암 반석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와류현상에 의한 물소리가 더해져 명승적 정취를 더해주고 있는 뛰어난 명승지이다.
 
<자료제공 :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자연문화재연구실>

▲ 함양 화림동 거연정 <사진제공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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