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만들기 전국네트워크 45회 대화모임 2일차. 마지막날까지 일정을 소화한 참가자들이 목포 원도심 현장탐방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마을’에 정을 둔 여럿이 모여 수다를 풀어놨다. 지난 7~8일 전남목포국제축구센터에서 가진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제45회 대화모임에서다. 목포 마을만들기 발표가 주였지만 하이라이트는 ‘자기소개’시간 등에서 펼쳐졌다. 자연스레 주민주도를 둘러싼 마을만들기 현주소가 비춰졌다. 모두의 얘기는 아니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 귀를 쫑긋하게 한 대목들을 재구성해봤다.

문화예술마을만들기에 뜻을 두고 일주일에 네 번은 인천 문갑도에서 사는 김종현 연극집단 삶은연극 대표는 스스로 몇 년간 연극하기를 보류했다. 마을주민이 문화예술에 대한 필요성이 없는 상황에서 어느 날 갑자기 하자고 하면 될까를 생각해봤지만 결론은 시간이 필요함을 절감했기 때문. 그래서 그는 주민이 직접 나와 얘기하는 마을영화를 찍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를 올해 2회째 맞는 문갑도자구리 축제 때 상영할 계획.

마상헌 마을아놀자 사무국장은 주민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마을만들기사업 중 잘 된 게 별반 없어요. 초창기 사례 보면 마을만들기는 없고 가장 좋은 땅에 지은 건물만 휑하니 남은 경우가 많아요. 뭐가 문제냐. 결국 주인공이 없던 거죠. 뭘 원하나. 주민들한테 물어보지 않았어요. 제가 늘 말하는 사례인데, 노인 한 분이 ‘우리 마을은 딴 거 다 필요 없어, 그냥 애기들이 와서 삐약삐약거렸으면 좋겠어. 그거면 돼’ 아이들이 있는 우리 마을. 정답은 스스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아는 마을 주민들 안에 있어요. 그래서 물어봐야 한다는 거예요.”

목포 주공3단지 안에 있는 상리사회복지 손모 복지사업팀장도 “결국 제가 느낀 정답은 지역주민 안에 있다는 것”이라고 공감했다. 특히 그는 주민주도 대안으로 시나 구에 재정적 지원을 일부러 받지 않고 있다. 유달산 꽃축제가 끝나면 버려지는 꽃들을 얻어다 주민과 함께 마을대청소때 활용하고, 서로 간 약속을 정해 매달 두 번씩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도 하고 있다. 비록 금전적 어려움은 있지만 이웃 학교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마을만들기로 확대되는 등 나름 뿌듯하다고 소회했다. 그러면서도 “마을만들기 사업을 보면 많은 예산을 갖고 하는 분도 있고 협동조합이나 거대한 마을 만들기 추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을만들기라는 게 뭔지 지금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저희도 잘 하는 건지 의문이 들고 있다”며 회의적 시각을 견지했다.

▲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1일차 프로그램은 목포 지역 사례를 들어보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소속과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한 참가자는 “마을만들기가 지속가능해지려면 기본적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마을만들기에 국가예산이 들어갔으면 저는 거기에 상응하는 결과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지속가능하려면 주민 주도의 자생적 소득창출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여천동주민자치위원회 신장호 위원장도 비슷한 맥락을 이어갔다. “주민 자치에 뜻을 두고 주민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과연 주민자치 완성인가 되묻게 된다”고 씁쓸해했다. “결과적으로 능력있는 사람들만 나오게 되더라”고 전한 그는 “소득격차 해소가 주민자치의 출발점”이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

광주광역시 두암2동커뮤니티센터 문병교 센터장은 “주민스스로와 지속가능성, 이 두말을 싫어한다”고 잘라 말했다. 주민한테 책임과 의무만 주고 누릴 권리는 없는 마을만들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게 이유였다. 그만큼 결과물과 정산을 놓고 주민에 책임을 지우지 말라는 게 강조점.

▲ 마을만들기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사람들이 7~8일 목포에서 대화모임을 가졌다.

왜 성공사례가 드물까? 제주도에서 마을만들기 컨설팅에 참여했던 황아미씨는 요즘 스스로 이 같은 물음을 던지고 있다. 답을 얻고자 황씨는 조만간 마을만들기 연구에 돌입할 예정이다. “제주도 150개 마을만들기에 대한 예산이 꾸려지고는 있지만 정작 결과물이 없다. 왜 안 됐을까. 이런 걸 분석하고 싶다.”

사단법인 우리마을 강릉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 권상동 센터장은 “단시간에 변할 수 있다면 마을만들기란 게 있을 필요가 없다. 우리 삶이 그렇듯 높낮이가 있으면 빠르고 느릴 때가 있다”며 긴 호흡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어 “마을만들기 활동가나 연구원, 공무원도 주민”이라며 “‘그들만의 리그’에서 활동하지 않으려면 우리들 스스로 주민으로서의 나의 역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마을만들기 연구 및 활동에 매진한 오민근 창연 크리에이티브 리서치&컨설팅 대표는 관이 주도하는 마을만들기의 하향식 접근 및 사업위주로의 접근을 경계했다. 오 대표는 “마을만들기는 공장에서 똑같은 제품을 찍어내듯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주민이 주도하면 행정절차도움 등 관이나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방식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활동가 등 마을만들기에 노력하는 분들도 사업위주로 인식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자칫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대화모임 1일차 발표에는 ▲목포시종합사회복지관의 주민조직화 사례(하옥 주민리더) ▲목포지역 마을만들기 돌아보고 내다보고(장미 청년그룹 가치키움협동조합 대표) ▲강진논두렁밭두렁 토요문화장터(노두섭 단장) ▲전남권 마을만들기 현황과 과제(장현민 전 목포아름다운가게 팀장) ▲전남 섬마을만들기(윤미숙 전문위원)등.

2일차는 목포원도심현장탐방, 강진토요문화장터 등에 나섰다. 문화농업연구소 정대철 소장과 장미 마을만들기 코디네이터는 일본영사관 등 일제강점기시대 건물들이 남아있는 유달동 만호동이 도시재생지역에서 제외된 것을 아쉬워했다. 이들은 “목포가 가진 역사적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원도심 공간의 정체성을 살리는 것도 지역재생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는 2001년 8월 대전에서의 워크숍을 출발점으로 한다. 본격 대화모임은 2004년부터 시작됐다. 안정희 도시재생주거환경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누가 비전문가냐 전문가냐 이런 게 없고 각자의 의견이 굉장히 소중한 자리”라며 “전남권 마을만들기에 큰 고민을 던지는 전남네트워크 준비위를 시작으로 경남이나 경기 등에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45회 모임에는 목포시 자원봉사자협의회 김문재 대표 등 50여 명 안팎이 참석한 가운데 목포를 지역구로 둔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을 비롯해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잠깐 얼굴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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