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균(순천대 조경학과 교수)

기업의 사명은 기업과 구성원들이 함께 비전을 공유하며 생존할 수 있는 수익을 창출함과 동시에 사회발전에 기여하면서 지속적으로 존속하는 것이다. 조경산업의 사명은 기업과 구성원들이 함께 인간, 자연 그리고 생태계 보전에 중요한 구실로 사회발전에 기여 하면서 건전한 경영수익구조로 지속적으로 조경산업 활동을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조경산업은 1970년부터 2010년대 까지 국토, 공장, 주택, 도로 등의 건설경기 호조에 힘입어 경이적인 성장과 발전을 기록해 왔다. 그러나 최근 5~7년간 건설경기 위축에 따른 조경시장 실패로 조경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있으며, 나머지 조경기업들도 생존하기 위하여 몸부림치고 있다.

급변하는 현시대에서 한국 조경업계의 경영 위기탈출과 지속적인 경영 해법은 무엇인가?

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그 현재 경영 위기의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조경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된 배경에는 건설 분야 수주 의존적 경영의 실패, 유사업종들의 조경시장 진입, 돈 벌기에 급급한 저품질 조경에 대한 고객들의 실망, 새로운 영역창출의 소홀 등이 있다. 시대의 흐름은 과거의 조경산업 경영처럼 건설수주의존 방식이나 당면한 사회욕구를 해결해주는 구태의연한 기회주의적 ‘피동적 경영방식’으로는 기업경영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조경산업이 튼튼한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내·외부 환경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경영비전과 목표 그리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근원적인 대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그 근원적 대안이 어디에 있을 것인가? 조경산업분야 위기탈출 해법은 Porter & Kramer(2011)가 주창한 다양한 형태의 단일 또는 여러 조직이 사회의 특정 요구와 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에서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산업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충족으로부터 발현되는 ‘가치’ 있는 경영활동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가치가 없는 일에는 고객이 없다. 역설적으로 가치가 있는 일에는 수요가 있고, 공급자가 있다는 것이 시장원리이다. 조경산업이 사회, 문화, 환경, 생태 등의 분야에서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없을 것이다. 조경산업이 앞으로도 가치 있는 일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가치창출’이 필요하다. 가치 창출은 현재의 고객도 중요하지만 잠재고객 창출도 중요하다. 그동안 조경이 고객창출에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앞으로는 고객창출에 더 많은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앉아서 기회주의적으로 고객을 기다리던 시대는 이제 종말을 고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현대적 기업경영에서는 소비자의 가치, 기업의 가치, 사회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기업가 정신이 요구되고 있다(Philip Kotler, 2010).

‘공유가치창출’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그 개념은 많이 다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법적, 환경적, 윤리적, 경제적 책임으로 기업이 일방적으로 이윤을 희생하면서 자선의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공유가치창출은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과 주변 공동체의 번영이 상호의존적이다(KASBA CSV Society, 2013).

공유가치창출은 기업이 가지고 있거나 잠재해 있는 저력을 통하여 다른 기업들이 생각하지 못하였던 사회 또는 지역사회 등의 경제·사회적 문제와 요구사항들을 향상시키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함과 동시에 기업의 핵심 목표인 경제적 가치를 달성하여 사회와 기업이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의 처지에서 사회에 기여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일 것이다(이양호, 2014). 조경의 공유가치창출은 자연, 환경, 생태, 인간, 문화 등의 다방면서 창출할 수 있다. 특히 조경인들의 전문적 지식, 경험, 자원 등은 사회적으로 취약한 환경을 개선하여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조경의 경제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분야에서 공유가치창출은 공공목적을 위한 시민참여방식의 제3섹터 비영리 단체인 웨이스트 컨선(Waste Concern)이 오늘날 극심한 도시의 쓰레기를 퇴비화로 재사용 하여 5년 만에 약 1만1000달러의 수익과 986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였다(산업정책연구원, 2012).

조경분야에서 공유가치창출 사례는 19세기 뉴욕이 산업화, 도시화, 슬럼화, 빈곤, 대량실직 등의 사회문제가 심하였을 때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와 보우(Calvert Vaux)가 공동으로 뉴욕의 센트럴파크, 프로스펙트 파크, 프랭크린 파크, 보스턴의 녹지계획 등을 통하여 버려진 토지를 재생시키고, 시민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레크리에이션이 가능한 공원을 만들어 고용창출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조경산업을 부흥 시킨 훌륭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 ‘나무사랑연구회(회장 이용연)’는 개인이나 어떤 조직에서 통합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조경수재배기법 개발, 공동 마케팅, 유통망의 형성, 원가절감 등에 대한 지식, 경험, 노하우들을 공유하는 카페를 만들어 회원들 또는 신규 생산자들이 생산성이 있는 조경수재배를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여를 하면서 협동조합체제를 갖추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와 같이 공유가치창출은 사회적 문제나 요구들을 해결하면서 사회적 가치와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여 새로운 사업을 하거나 혁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공유가치는 CEO의 의사결정도 중요하지만 구성원 모두가 전사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위, 직급을 떠나서 조직이나 개인의 역량을 발휘하여 작은 것이라도 하나하나 실천해 갈 때 큰 힘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다. 조경산업의 그 영역이 매우 넓은 만큼 각 조직이나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무수히 많은 아이템과 역량을 발휘하여 공유가치창출을 할 때 조경산업 각 조직이나 개인의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고, 정체성이 있는 분야로 거듭나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 가치가 충실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도균(객원 논설위원·순천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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