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세입자들을 손 털고 떠나게 하는 일명 젠트리피케이션. 껑충 뛰는 임대료, 제도적 미비 등 복합적 이유로 촉발된 이 같은 현상이 황금알을 낳는 도시재생 주도민의 터전마저 위협하고 있다.

속칭 뜨는 동네, 공간 붐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곳을 보면 대략적인 공통점이 있다. 빈티지한 옛 도심권에 싼 임대료를 내고 터를 잡은 예술인들, 협동조합 설립 등을 통해 공동체마을을 형성하려는 활동가들, 그리고 터줏대감에 해당하는 원주민들이 서로 힘을 합해 제3의 독특한 이색문화공간을 창조한 경우가 많다는 거다.

원조 젠트리피케이션이라 일컬어지는 서울의 홍대, 신촌, 대학로, 삼청동, 북촌을 비롯해 부쩍 가속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경복궁 서촌, 이태원 경리단길, 성수동 보부상회 계절장길, 연남동 등이 모두 이런 곳에 속한다.

최근 이들 마을을 유명하게 한 일부 일등공신들은 돌연 건물 중의 계약해지 통보에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성산동마을 카페 작은나무, 제2의 경리단길을 연 보부상회 등이 대표적이다.

황금알을 낳는 데 공을 세웠으면 장본인에게 성장의 분배가 돌아 가야하는 게 마땅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을(乙)로 전락하고 있다.

한 조사기관이 발표한 바로 지난 2013년 11월~2014년 2월까지 서울시내 상가 평균 임대기간은 1.7년 수준밖에 되지 못했다. 기존 상가법에서 보장하는 최장 계약 보장기간 5년 대비 3분의 1밖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9년~15년 이상의 장기 임대차를 보장하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더욱 씁쓸한 일이다.

권리금 문제의 심각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년 9월 기준 우리나라 전체 권리금 규모는 약 33조 원(평균 2748만  원)인 가운데 이중 권리금을 제대로 못 받을 우려가 있는 상가 임차인은 약 120만 명에 이른다. 액수로 환산하면 세입자들이 겪는 손실액만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 5월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로써 세입자들은 임대차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다만 내용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맘편히장사하고픈모임’ 등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르면 개정법으로는 용산참사의 원인이 됐던 재건축과 재개발 및 대규모 점포의 경우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받을 수가 없다. 또 임차인이 임차물을 제3자에게 임대하는 계약인 전대차 또한 권리금 보호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건물주가 상가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면책 사유가 돼 이를 건물주가 악용할 소지도 있다.

정부당국 및 정치권은 현장에서 꼬집은 사항에 귀기울여 앞으로 개정안 보완을 위해 노력해줬으면 한다. 그래야 도시재생주도민 등 세입자들이 맘 편히 장사할 날이 오지 않을는지?

상대적 약자를 온전히 보호하는 착한 법이 와야 공정한 젠트리피케이션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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