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은 풍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대방동 보라매공원 어린이조경학교에 참가한 서울 인왕초 5학년 2반 김성윤군은 수업을 모두 마친 뒤 교장선생님이 나눠준 ‘조경은 ㅇㅇ다’종이에 이 같이 적었다.
이날 성윤군과 함께 4조 조원으로 활동했던 같은 학교 5학년 5반 고한결군은 “조경은 아름다운 예술이다”라고 썼다.
수료증을 받아들고 집으로 향하는 두 친구에게 소감을 묻자 “전에는 잘 몰랐는데 직접 꽃도 심어보고 상상공원도 만들면서 조경이 예술적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년에 또 참여하고 싶다”고 한결같이 답했다.
석촌초등학교 6학년 박하영양도 수업 전후 대비 조경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뀌었다고 했다. 6조 소속이었던 하영양은 “이번에 처음으로 조경학교 참가 후 조경가가 무슨 일을 하는 지, 조경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며 “우리 주변의 공원, 놀이터, 그리고 식물을 가는 일 등을 해주는 고마운 작업, 고마운 분들”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조경학교 둘째 날인 당일 참가학생들은 어림잡아 30여 명 안팎. 일일이 소감을 들어볼 수는 없었지만 오후 5시 30분께 아이들이 남긴 ‘조경은 ㅇㅇ다’는 메모를 통해 다양하게 느낀 바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일부 소개하면 “조경은 도시의 환경을 치유하는 것이다”, “조경은 그늘과 나무 꽃이다. 나무는 그늘을 줘 가려주고 풀과 꽃으로 장식을 더해 꾸며주니까” 등.
개중 가장 긴 문장으로 똑 부러진 정의를 내린 메모도 눈에 띈다. “조경은 훼손된 도시환경을 치유하고 도시환경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조성하기 위해 공간을 설계하고 조성하고 관리하는 일.”
조경에 한층 가까워진 아이들. 어떤 프로그램들이 도움을 준 걸까? 기자가 참관한 수업은 모둠별 초화 심기, 재밌었던 공원의 추억 혹은 있으면 좋겠는 상상공원그리기, 캠핑공원, 호수공원, 조각공원, 놀이공원, 돌공원 등 조별로 주제를 정해 직접 만들어보고 모둠별 발표를 하는 시간 등이었다.
특히 하얀색 전지에 상상공원을 설계한 후 색종이, 수수깡 등을 활용해 모형제작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참가학생들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어 즐거움을 더했다.
우선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박물관 공원도 눈길을 모았다. 돌림화분을 통해 공부하는 화석공원, 잔디 위 회양목이 바라다 보이는 책 소파 공원, 지능을 높일 수 있는 미로공원, 뗏목을 타고 워터파크처럼 즐길 수 있는 버드나무 낚시터, 그리고 나무를 활용한 둘레길 등이 박물관공원이라는 테마 아래 옹기종기 놓여 볼거리를 높였다.
어느 조는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화산공원을 설치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주변으로 번지점프, 후룸라이드, 바이킹 등의 놀이시설과 UFO가 보이는 우주공원이 있었는데 각각을 둘러볼 수 있도록 다리를 연결해 나름의 타당성을 더했다.
학생들 발표를 흐뭇하게 지켜 본 주신하 어린이조경학교 교장(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은 ‘어린이조경가증명서’ 수여에 앞서 “여러분들이 조경에 대해 조금이라도 가슴에 담고 갔으면 좋겠다. 단순히 나무 심는 거 말고도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임을 알고 가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남겼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어린이 대상 조경학교 개설을 기획한 동부공원녹지사업소 윤세형 과장은 “작게는 자기 집 앞 화단, 마당 등을 가꾸는 것 등 굳이 전문 조경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조경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런 수업을 통해 꽃과 나무를 심는 등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어린이조경학교는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와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주최하는 가운데 미래 조경가 양성을 위해 조경학과 교수 및 졸업생들 재능기부로 교육과정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 7월29일, 30일, 31일 중 하루를 골라 서울시공공예약시스템을 통해 초등 4․ 5․ 6학년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선착순 모집했다. 참가비는 1만 원이며 교육장소는 보라매공원 내 커뮤니티센터에서 진행했다. 학교는 주 교장 외에도 정욱주 서울대 도시설계협동과정 교수, 강연주 우리앤디자인펌 소장 등이 수업을 담당했다.
이춘희 동부공원녹지사업소장은 “방학을 맞이한 어린이들이 공원에서 창의력과 봉사정신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어린이들 상상력이 더해져 서울 공원이 더욱 어린이들에게 안전하고 친절한 공원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어린이조경학교 꽃심기 작업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자원봉사시간 2시간씩을 인정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