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조경학교 둘째 날에 참가한 학생들이 모둠별 초화 심기에 열중하고 있다.

“조경은 풍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대방동 보라매공원 어린이조경학교에 참가한 서울 인왕초 5학년 2반 김성윤군은 수업을 모두 마친 뒤 교장선생님이 나눠준 ‘조경은 ㅇㅇ다’종이에 이 같이 적었다.

이날 성윤군과 함께 4조 조원으로 활동했던 같은 학교 5학년 5반 고한결군은 “조경은 아름다운 예술이다”라고 썼다.

수료증을 받아들고 집으로 향하는 두 친구에게 소감을 묻자 “전에는 잘 몰랐는데 직접 꽃도 심어보고 상상공원도 만들면서 조경이 예술적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년에 또 참여하고 싶다”고 한결같이 답했다.

석촌초등학교 6학년 박하영양도 수업 전후 대비 조경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뀌었다고 했다. 6조 소속이었던 하영양은 “이번에 처음으로 조경학교 참가 후 조경가가 무슨 일을 하는 지, 조경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며 “우리 주변의 공원, 놀이터, 그리고 식물을 가는 일 등을 해주는 고마운 작업, 고마운 분들”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조경학교 둘째 날인 당일 참가학생들은 어림잡아 30여 명 안팎. 일일이 소감을 들어볼 수는 없었지만 오후 5시 30분께 아이들이 남긴 ‘조경은 ㅇㅇ다’는 메모를 통해 다양하게 느낀 바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 상상공원그리기를 토대로 공원 만들기 모형 만들기를 완성한 어린이 조경학교 참가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조별 발표를 하고 있다.

일부 소개하면 “조경은 도시의 환경을 치유하는 것이다”, “조경은 그늘과 나무 꽃이다. 나무는 그늘을 줘 가려주고 풀과 꽃으로 장식을 더해 꾸며주니까” 등.

개중 가장 긴 문장으로 똑 부러진 정의를 내린 메모도 눈에 띈다. “조경은 훼손된 도시환경을 치유하고 도시환경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조성하기 위해 공간을 설계하고 조성하고 관리하는 일.”

조경에 한층 가까워진 아이들. 어떤 프로그램들이 도움을 준 걸까? 기자가 참관한 수업은 모둠별 초화 심기, 재밌었던 공원의 추억 혹은 있으면 좋겠는 상상공원그리기, 캠핑공원, 호수공원, 조각공원, 놀이공원, 돌공원 등 조별로 주제를 정해 직접 만들어보고 모둠별 발표를 하는 시간 등이었다.

특히 하얀색 전지에 상상공원을 설계한 후 색종이, 수수깡 등을 활용해 모형제작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참가학생들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어 즐거움을 더했다.

우선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박물관 공원도 눈길을 모았다. 돌림화분을 통해 공부하는 화석공원, 잔디 위 회양목이 바라다 보이는 책 소파 공원, 지능을 높일 수 있는 미로공원, 뗏목을 타고 워터파크처럼 즐길 수 있는 버드나무 낚시터, 그리고 나무를 활용한 둘레길 등이 박물관공원이라는 테마 아래 옹기종기 놓여 볼거리를 높였다.

▲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 조경학교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수료증을 받은 뒤 단체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어느 조는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긴장감을 유발하는 화산공원을 설치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주변으로 번지점프, 후룸라이드, 바이킹 등의 놀이시설과 UFO가 보이는 우주공원이 있었는데 각각을 둘러볼 수 있도록 다리를 연결해 나름의 타당성을 더했다.

학생들 발표를 흐뭇하게 지켜 본 주신하 어린이조경학교 교장(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은 ‘어린이조경가증명서’ 수여에 앞서 “여러분들이 조경에 대해 조금이라도 가슴에 담고 갔으면 좋겠다. 단순히 나무 심는 거 말고도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임을 알고 가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남겼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어린이 대상 조경학교 개설을 기획한 동부공원녹지사업소 윤세형 과장은 “작게는 자기 집 앞 화단, 마당 등을 가꾸는 것 등 굳이 전문 조경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조경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런 수업을 통해 꽃과 나무를 심는 등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에 대한 기본적인 자세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어린이조경학교는 서울시 동부공원녹지사업소와 (재)환경조경나눔연구원이 주최하는 가운데 미래 조경가 양성을 위해 조경학과 교수 및 졸업생들 재능기부로 교육과정을 기획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 7월29일, 30일, 31일 중 하루를 골라 서울시공공예약시스템을 통해 초등 4․ 5․ 6학년을 대상으로 신청자를 선착순 모집했다. 참가비는 1만 원이며 교육장소는 보라매공원 내 커뮤니티센터에서 진행했다. 학교는 주 교장 외에도 정욱주 서울대 도시설계협동과정 교수, 강연주 우리앤디자인펌 소장 등이 수업을 담당했다.

이춘희 동부공원녹지사업소장은 “방학을 맞이한 어린이들이 공원에서 창의력과 봉사정신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어린이들 상상력이 더해져 서울 공원이 더욱 어린이들에게 안전하고 친절한 공원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어린이조경학교 꽃심기 작업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자원봉사시간 2시간씩을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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