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림청은 산림복지 비전 선포 후 2년 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산림복지 정책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산림복지의 미래발전 방향 심포지엄’을 열었다.  <박흥배기자>

산림복지 진흥을 위한 법 시행을 앞두고 교육·의료·보건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산림복지 발전 방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산림복지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학계의 연구와 업계의 사업개발, 정부 부처 간 협동, 공공 및 민간의 참여 도출 등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헌호 한국임학회장은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산림복지의 미래발전 방향 심포지엄’에서 “산림복지 방안에 대한 학계의 연구와 관련 업계의 적극적인 사업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것이 실질적인 산림복지 발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산림복지관계법률과 국가종합계획이 제정, 선포된 상황을 설명하며 이 같은 제도적인 뒷받침에 따라 한국의 산림복지가 전면적으로 확대되리라 전망했다.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림복지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내년 3월부터 모든 국민이 산림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전통임업과 산림복지의 발전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 회장은 한국전쟁 후 산림복구 및 산림제도 정비 등 한국의 치산녹화 전개 과정과 현재 상황도 설명했다.

1953년 국민 1인당 소득은 67달러, ha당 임목축적량은 6㎥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인당 소득은 2만9250달러, 임목축적량은 ha당 126㎥로 늘어났다. 2010년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1987년 18조 원에서 2010년 109조 원까지 늘었으며 공익적 가치 중 산림휴양은 14조6000억 원(13.3%), 산림치유는 1조7000억 원(1.6%)으로 나타났다. 국민 1인당 숲을 통해 누리는 가치를 환산하면 해마다 약 216만 원에 달한다.

이 회장은 “지난 50년간 전통임업에서 다루고 실현해왔던 사업분야들은 오늘날의 산림복지와 무관하지 않고 산림복지 실현의 필수적인 전제조건이 되었다”며 “잘 가꾸어진 숲은 산림휴양, 치유, 교육 등 산림복지의 기본조건으로 고부가가치 산림복지 서비스는 6차산업 진흥의 기반이 되어서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의 소득증대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산림 치유에 객관적인 근거 확보 부처간 협업 중요해
이인숙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산림복지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가 간 의사소통과 산림복지 건강증진 사업을 위한 부처 간 협조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산림 환경이 인간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자율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등 건강 증진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증명된 바 있지만 산림 치유와 관련 객관적인 의학 근거는 불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산림 치유의 물질이 무엇인지 규정하는 것은 단순하지 않고 이 부분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전문가 간 연구를 통해 산림 치유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부처 간 상호협력 또한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하나의 예로 보건복지부가 해마다 실시하는 국민건강영향조사에 산림 이용 항목을 넣는 등 협조하는 일도 필요하다며 “산림청과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만나서 협의를 시작했고 복지부도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교수는 “산림복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산림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산림행정 3.0’ 등에 대해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민간과 공공의 참여를 끌어들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산림복지서비스 전달 체계 확립, 내용 구체화 등 필요
산림복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정책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산림복지의 개념을 ‘산림자원을 수단으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고 (생애주기별) 사회 구성원의 건강 증진, 질병 예방, 재활과 사회 복귀, 교육을 통한 성장을 지원하는 평생사회안전망의 한 분야’라고 정의하고 개념에 따른 정책 과제 설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한 “급여로서 산림자원의 형태를 구체화해야 한다”며 “법률에서 제시하고 있는 산림복지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서비스 전달 체계 확립, 서비스 내용의 구체화, 산림복지 서비스 소외자 발굴 체계 등 많은 정책적 과제가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산림복지 전달체계를 운영할 원칙과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국가와 지자체 민간, 비영리 조직 간 이른바 복지 혼합을 설정하는 원칙을 정해야 하고 아울러 수급 대상뿐만 아니라 산림의 현존가치를 유지해야 하는 과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림교육은 산림복지 정책의 핵심적인 수단

▲ 산림청은 산림복지 비전 선포 후 2년 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산림복지 정책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산림복지의 미래발전 방향 심포지엄’을 열었다.

산림교육의 중요성과 저변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임재택 부산대 명예교수는 “산림교육은 산림 내에서 행해지는 휴양, 문화, 해설활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교 폭력 및 왕따, 사회 불평등으로 발생하는 우울감 해결과 예방적 국민건강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의 기제로서 작용하고 있다”며 “산림교육은 산림의 공익적 가치를 복지의 수단으로 제공하는 산림복지 정책의 핵심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또한 “산림교육이 산림복지적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산림교육이 분리된 교육 영역이 아닌 전 사회적으로 관련된 사회 체계와의 연계를 통한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며 “산림교육의 주무 부처인 산림청, 산림교육 운영단체, 산림교육 전문가 등 산림교육 주체들이 관련된 사회교육산림청 정책, 제도, 경향 및 국민의 교육적 욕구와 수요에 대한 인식 증진과 대응전략의 수립, 실천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산림교육의 저변 확대를 통한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교육과 연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산림교육과의 연계가 가능한 교육과정은 비교과 교육과정이자 주로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창의적 체험활동임을 설명하며 “학교교육과정과 연계한 학교급별 차별화된 산림교육 프로그램을 구성,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산림청이 학교교육 과정 이외에 비교과 과정으로 산림교육을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더욱 적극적인 방안을 추진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그 예로 산림청 산하의 숲 유치원 등 교육기관을 만드는 방법도 제안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은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과 산림청 공동주최로 한국산림휴양복지학회가 주관했으며 행사에는 김용하 차장을 비롯해 ‘산림복지 진흥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황영철 의원, 산림휴양복지학회장 등 산림복지와 임업 관계자, 의료, 보건, 사회복지, 교육 등 관계자 등 약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산림복지 비전선포 후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산림복지 정책의 발전방향을 논의하기 위하여 마련했다. 주제 발표에 앞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인문학과 산림복지’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으며 주제 발표 이후에는 박봉우 강원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종합토론도 진행했다. 토론에는 정은조 한국산림경영인협회장, 한기전 한국숲해설가협회 상임대표, 김세천 한국산림휴양복지학회 고문, 김재준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복지연구과장 등이 참여했다.

▲ 산림청은 산림복지 비전 선포 후 2년 간의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산림복지 정책의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산림복지의 미래발전 방향 심포지엄’을 열었다.
“자연에서의 치유 경험…제주올레 ‘종합병원’ 배경”
 
▲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은 24일 심포지엄에서 ‘인문학과 산림복지’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자연이 주는 치유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제주 올레길을 만든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우선 제주 올레길을 만든 배경에 대해 25년간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것이 올레길을 만든 계기라고 밝혔다. 수십 년을 언론인으로서 쫓기듯 살았던 그는 40대 중반이 되자 몸에 병이 났다. 아파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봤지만 의사는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하고 운동해라’는 처방만 내놓을 뿐 구체적인 병명도 알 수 없었다.

직업 특성상 스트레스와 과로는 피할 수 없다고 여긴 그는 헬스, 에어로빅, 수영, 요가 등 운동을 하고자 했지만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마지막으로 생각해낸 것이 바로 ‘걷기’였다. 처음에는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 막혔지만 점차 걷는 즐거움을 느꼈고 짧은 거리를 걷기 시작해 점점 더 긴 길을 걷기 시작했다.

몇 해 뒤 50살이 되던 해인 2006년. 그는 기자 생활을 접고 떠나기로 작정했다. 설렘 속에 시작했던 언론인이라는 직업이 넌더리가 나고 지긋지긋하다고 느껴질 때 본인에게 정직해지자고 결심한 것. 당시 서 이사장은 ‘그간 정신없이 살았으니 이제는 좋아하는 길을 원 없이 걸으며 생각을 좀 해보자’는 생각으로 사표를 내고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게 됐다고.

이후 그는 프랑스에서 출발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종점까지 800km 길을 36일 동안 걸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며 육체적인 피로와 외로움, 그간 쌓인 마음의 속상함이 올라왔지만 그는 길에서 이 모든 것을 털어냈다. 오히려 나중에는 자연을 오감으로 만끽하고 자연의 치유 능력을 직접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고향인 제주도를 떠올렸다. 중학교 때까지 소풍 다녔던 서귀포 외돌개 가기 전 솔숲 길이 그려지고 ‘제주도의 숲과 바다를 연결하면 여기보다 더 아름다운 곳이 될 텐데….’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제주도로 돌아가면 도청에 길을 만들자고 건의해야겠다고 마음먹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때까진 직접 올레길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가 제주도에 직접 올레길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은 순례길에서 만난 영국인 여성 해니를 통해서다. 돌아가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던 그에게 해니는 ‘그것도 좋은데 당신이 이 길을 걸으며 너무 큰 위로를 받고 행복을 맛보았으니 다른 사람에게도 이런 기쁨을 나누어주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런 길을 만들라고 제안했다고.

이때까지도 길을 만들 확신이 들지 않았지만 해니의 한국 방문 경험담을 듣고 그는 결심하게 됐다. 한국을 두 번 방문한 해니는 ‘한국 사회가 명문대학, 높은 연봉, 커다란 명예 등을 위해 아침부터 밤늦도록 경쟁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숨 쉴 틈도 없이 미친 듯이 일하고 있었고 고층 건물과 깊은 지하철, 수도 서울은 그야말로 끔찍했다’는 것.

해니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본인이 산티아고 길에 오르게 된 배경을 떠올렸다. 본인은 힘든 생활에 지쳐 산티아고에 왔지만 이곳에 올 수 없지만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길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을 위한 ‘종합병원’(제주올레길)을 제주도에 가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

그렇게 그는 지인들과 자원봉사자 등과 손에 들 수 있는 도구만을 가지고 5년 4개월 만에 제주를 한 바퀴를 도는 올레길 425㎞를 만들었다.

제주올레는 현재 인도네시아 롬복에 ‘롬복올레’ 조성을 준비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통해 자연을 보존하는 관광사업을 수출하는 의미지만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인도네시아의 상황을 고려해 여기에 대한 별도의 로열티는 받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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