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를 걱정과 공포 속에 몰아넣었던 메르스가 거의 잡히는 듯하다. 공식적인 종식 발표는 WHO의 규정에 따라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각 지자체마다 메르스 격리와 감시 조치를 해제하며 ‘메르스 종식’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아마도 그동안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상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고 보인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가장 큰 숙제는 감염병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이 없어서 혼선이 빚어졌고 초기의 환자발생과 경유병원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 정부가 비공개로 일관하면서 정부 부처와 지자체, 병원, 국민 모두가 올바른 대응을 못한 것이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처음 확진환자가 나온 다음날인 5월 21일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메르스 전염력이 대단히 낮습니다”라고 오판을 했고 환자가 12명으로 늘어난 30일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앞으로 환자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으며 주무장관은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면 교체될 것 같다는 설이 유력하다.

D병원으로 장막에 가려져있던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국회 메르스 대책특위에 출석해 “(삼성병원이 아니고)국가가 뚫린 것이다”고 확고하게 말을 하더니 나중에는 병원장이 사과하고 뒤이어서 그룹 총수가 대국민 사과를 하게 되는 해프닝을 초래했다. 삼성서울병원은 한국 최고의 의사, 쾌적한 주위 환경, 친절한 직원 등 한국 최고의 병원을 지향하는 곳으로 환자들도 신뢰를 가지고 치료에 임했던 병원인데 이번 메르스 사태로 불명예를 안게 됐다.

메르스 14번 환자는 폐질환을 앓다 메르스에 감염돼 폐렴 증상이 악화되자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아 입원하려 했는데 비어 있는 병실이 없자 응급실에서 사흘간을 지내며 병원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 사이에 14번 환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슈퍼전파자’가 됐다. 병원에 병실이 없으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북새통인 응급실에서 사흘 동안이나 입원대기를 한 것인데 이는 이른바 ‘빅5’ 병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으로 생기는 기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영리추구를 외면할 수 없는 병원 경영 방침이 응급실 과밀현상을 낳았으며 이는 다른 병원도 같은 상황이 발생되었다면 똑같이 뚫렸을 것이다.

메르스 환자의 절반가량이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됐으며 메르스 환자의 40%가 환자 가족이나 간병인이었다고 한다. 환자가 입원하면 가족이나 친지들이 예의상 병문안을 가는 문병문화도 재고되어야 하겠다.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는데 일부 몰지각한 시민의식도 큰 문제로 나타났다. 메르스 감염자와 접촉해 자가 격리 중이던 서울 강남의 50대 여성이 전북 서해안 골프장으로 일행 15명과 버스로 이동해 골프 치러 갔다가 서울로 강제 이송이 됐다. 메르스 의심 환자로 격리된 141번 환자는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고 탈출하여 가족과 함께 3박 4일간 제주도 여행을 가서 메르스 청정지역이던 제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를 보면 감염병 환자가 격리조치 등에 응하지 않고 입원 또는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남의 건강과 생명을 생각하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여 사회적, 경제적으로 일으킨 파문을 생각한다면 처벌이 너무 가벼운 것 같다. 메르스에 감염되고도 출국하여 홍콩에 입국 때 메르스 확진 상태를 속인 한국인을 처벌하라는 홍콩 현지의 분노의 목소리와 높아진 반한 감정은 그 심각성을 대변해주고 있다. 홍콩의 질병 예방과 관리 규정은 5000홍콩달러의 벌금과 함께 6개월 징역형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2위의 메르스 환자 발병국이 된 대한민국에는 격리된 국민이 1만6000명을 넘어서면서 경제적 손실은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차츰 진정되고 있는 메르스 사태를 지나면서 또 다시 사고 후진국임을 느낀다. 메르스가 주는 숙제가 너무 많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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