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덕석 (K-water 시화본부 도시경관팀장)

한여름이고 휴가철이다. 물을 찾아 나설 때다. 계곡이냐? 바다냐? 결정은 한국인이면 누구나 겪는 짜장면-짬뽕의 선택의 기로와 같다. 하지만 올해의 물 사정을 보면 즐거운 휴가를 위한 선택의 고민이 또 다른 차원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가뭄이다. 그것도, 43년만의 최악의 가뭄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소양강댐 수위가 날마다 메인이슈로 떠오르고 온 국민이 맨살을 드러낸 소양강댐 바닥을 바라보며 걱정하였고 그 절박함은 기우제로 이어졌다. 지난달 춘천 청평사에 가기위해 소양강댐 호수에서 이용한 여객선 선장의 말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메르스와 가뭄으로 올해는 수익이 반 토막에 반 토막이 났다.” 다행히 며칠 전 반가운 마음으로 기꺼이 맞이한 태풍 찬홈이 가뭄극복에 도움을 주었지만, 충분한 해갈에는 여전히 부족하고 ‘마른장마’라는 이상한 합성어는 가뭄 걱정을 말끔히 씻어내기 힘들게 한다.

조경에 몸담고 있는 우리는 가뭄에 보다 민감한 직종이다. 조경가의 위치에서 가뭄을 맞고 바라보는 심정은 타들어가는 들판을 대하는 농민의 심정과 별반 다를 게 없을 것이다. 또한 평상시 살아있는 생명을 다룬다는 다른 분야와의 차별성과 자부심을 유지하기가 가뭄은 힘들게 한다. 지난 한국조경신문(제355호) 1면의 제목은 ‘가뭄 몸살에 준공 후 유지관리비 현안 급부상’이었다. 아주 시기적절하고 합리적인 문제제기라고 생각된다. 물차로 자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지만 소요 인력과 비용을 시공업체 홀로 오롯이 감당하기에는 쉽지 않다. 준공 후 유지관리비도 중요한 문제이지만 장기계속공사의 연차 준공분에 대해서도 유지관리비 책정도 아쉽다. 어려움과 실패는 그것이 남기는 타당한 문제제기와 배움 때문에 긍정적이다. 조경 유지관리비 적정반영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기회에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유지관리비 책정 기준과 규정이 마련되길 바란다. 그것이 조경업계 전체가 공생·공존하는 방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물은 조경에서 큰 기쁨의 대상이기도 하다. 여름철 바닥분수를 온몸으로 즐기는 아이들의 웃음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평온함에서, 조성된 습지에서 발견되는 올챙이를 통해 계획하고 설계하고 시공하면서 겪었던 힘겨운 과정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K-water 현장에는 늘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될 수공간이 있다. 나에게 지금 그 수공간은 시화호이다. 한때 오염의 대명사로까지 인식된 시화호는 최근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수질이 좋아졌다. 지난해에는 시화호를 중심으로 시화멀티테크노밸리, 송산그린시티, 시화조력발전소 그리고 그 주변 전체를 아우르는 이름으로 국민공모를 통해 ‘시화나래(Sihwa Narae)’라고 명명하고 대내외에 선포하였고, 지금은 시화나래의 중심에 있는 시화호의 수공간을 통해 도시활성화 및 친수가치 증진을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의 답을 찾기 위해 정월 초하루에 싱가포르를 찾았다. 싱가포르를 관통하는 싱가포르 강변으로 조성된 워터프론트 공간은 많은 벤치마킹과 시사점을 주었다. 싱가포르가 국제적인 도시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작고한 리콴유 총리가 추진한 강력한 청렴정책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지만, 싱가포르 친수구역 프로그램으로 추진된 워터프론트 공간은 싱가포르의 도시를 규정짓고 도시정체성 확립에 기여하여 도시에 더 없는 활력요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싱가포르 워터프론트를 찾는 수많은 관광객과 어트랙션 요소를 바라보면서 우리나라의 수변공간과 비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그 동안 수변은 적극적인 면의 공간으로서 보다는 내륙과 물을 구분 짓은 경계(edge)로만 인식한 측면이 없지 않고, 수변공간이 도시의 기반시설로서 도시계획과 함께 통합되지 못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산업화 시대의 수변공간은 교역 및 물자운송 등 도시경제적 기반과 공간적 토대로서 주로 역할을 수행하였고, 근대에는 산업부지나 공장부지 등으로 활용되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도시의 발전과 문화형성에 있어 그 중심적인 역할을 부여받았고, 매력적인 수변공간은 경제적, 문화적으로 뛰어난 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재인식되어 수변공간을 통해 도시재생과 도시활성화를 꾀하고자 하는 많은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수변지역은 청계천에 1m 가까워 질수록 지가는 평당 92~119만 원의 프리미엄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걸 보면 경제적 측면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성공적인 수변공간 조성과 그로 인한 도시활성화, 그리고 도시마케팅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조경 한 분야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기반과 토대로서의 토목, 도시 오브제로서의 건축, 도시형성과 확장으로서 도시계획, 그곳을 관통하고 통합하는 인프라스트럭처로서의 경관 등 관련 분야의 협업이 요구되는 사항일 것이다. 그 동안의 공간과 학제간 따로따로의 작업은 유기적이고 통합적인 계획 도출에 한계가 있었다. 관련 분야의 열린 협업이 필요한 공간이란 점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한 많은 필요 요소가 있겠지만, 도시의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결정하는 요소로 ‘도시환경’이 중요해 지고 있다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보고가 있다. 즉 도시의 경제성과 효율성은 기본이며 그것에 더하여 여유로움, 편리성, 안락함 등이 갖추어져야하며 도시환경이 쾌적해야 창조성,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결국 쾌적한 도시환경이 향후 도시의 경쟁력을 이끌다고 볼 수 있다. 수변공간은 그 쾌적한 도시환경을 조성하고 달성하는데 핵심요소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고대문명이 나일, 황하,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에 기대어 발전하였듯이 수변을 끼고 도시의 발전과 활성화를 꾀하는 건 여전히 유효하며, 맑아지고 있는 시화호에 기대어 현대문명으로서 ‘시화문명’을 꿈꾸며 글을 마친다.

양덕석(객원 논설위원·K-water 시화본부 도시경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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