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정원을 말할 때 사람들은 주저 없이 ‘소쇄원’을 꼽는다.

그러나 국가명승 40호인 이곳에서 드라마 제작진이 무분별하게 촬영하다가 일부 훼손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일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오버랩 되는 것은 지난 달 발생한 ‘두오모성당 드론 카메라 사건’이다. 우리나라 방송촬영팀이 이탈리아 두오모광장에서 항공촬영을 위해 드론 카메라를 띄우자 문화재시설 관리자가 신고해 경찰이 충돌했고 결국 무선헬기가 두오모성당에 충돌해 경미한 손상을 입힌 사건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좋은 영상 결과물을 얻고자 하는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소쇄원 사건’과 출발은 같지만, 처리과정은 정반대였다.

먼저 이탈리아에서는 촬영팀을 경찰로 연행해 긴 시간 동안 위법사항을 조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훼손을 막아달라고 신고한 민원인을 수갑 채운 채 경찰로 연행해 촬영이 끝난 뒤에야 풀어준 것이다.

상반된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재를 대하는 태도에 있다. 이탈리아는 보존을 우선시한 것이며, 우리나라는 문화재는 뒷전이고 촬영 협조를 위한 민원 해소가 우선이었다.

일반적으로 생각한다면, 이용자가 문화재 보존을 위한 최소한의 에티켓을 지키는 게 당연한 의무다. 여기가 민속촌인지 문화재인지 구별 못하고 막무가내식 촬영을 감행한 제작진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큰 훼손은 없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스럽다. 일개 제작진의 무지와 무례의 정도가 심한 것은 맞지만, 그 원인과 책임을 제작진에게만 돌리기에는 우리 사회 전반의 문화재 에티켓이 빈약한 것도 사실이다.

국가지정문화재의 촬영은 사전허가제다. 훼손우려가 있는 촬영은 사전심사로 걸러내고, 준수사항을 고지·설명한 뒤, 촬영 중에는 기본적인 시설 보호를 위해 감시·통제 역할을 해야 하며, 촬영 종료 후에는 원상복구 및 정리정돈이 기준대로 이행됐는지를 점검해야 하는 것은, 법에 없지만 상식이다. 국가 법령으로 문화재에 대한 촬영을 사전 허가하도록 한 이유는 이용보다 보존이 우선돼야 하는 국가유산이기에 무분별한 이용을 제한하고 훼손을 막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쇄원 관리책임을 지고 있는 담양군의 태도다. 덩그러니 운동장만 빌려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업무가 아닌가? 그러나 촬영과정에서 시설을 보호하고 통제할 수 있는 요원 배치가 안됐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또한 15대째 소쇄원을 관리하고 있는 실질적 종손에게 사전 예고나 당부를 전하는 것은 예의인데, 촬영 때마다 사전 예고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종손이 항의하다가 경찰에 연행돼도 나 몰라라 하는 행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이런 가운데서 최형식 담양군수가 올해 대나무박람회를 마치면 죽녹원을 국가정원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일 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중심으로 하는 죽녹원은 대숲과 정자문화가 결합된 담양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원이자 관광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군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소쇄원 사태를 되짚어보면,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문화재를 대하는 담양군의 천박한 인식이 빚어낸 필연이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한국 최고 가치의 정원을 대하는 수준이 그러할 진데, 또 다른 시설물을 ‘국가정원’으로 등록하겠다는 말에 헛웃음이 앞선다. 우리는 담양군이 소쇄원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대책마련과 지속가능한 보존·복원 중심의 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국가정원을 운영·관리할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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