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호(부산시 공원운영과장)

우리나라 경제 중 건설분야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건설 분야 중 조경분야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해오고 있다. 삶의 수준이 향상되고 쾌적한 환경을 요구하는 수요에 따라 조경분야는 많은 기술 축적으로 건설분야에서 독립적인 영역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조경분야 소재들은 다른 건설업 소재와 달리 정형화되지 않고, 생물적인 요소를 다루며, 생물 삶의 주기가 큰 성과로 나타나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설계와 시공에서 과학적, 정량적인 접근보다는 경험적 판단, 설계에 대한 경시, 저가 입찰 등 조경분야의 분열과 질적 저하를 초래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최근 어느 지자체에서 조경설계업과 조경시공업이 서로의 책임 문제와 관련해 갑론을박으로 조그마한 해프닝 있어 언급하고자 한다.

조경계획, 설계, 시공은 조경작품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조경계획과 설계과정을 통해 작성되는 설계도서는 현장시공에서 변경사항은 원칙적으로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설계 당시 충분한 자료 조사 및 분석 등의 검토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에 의한 결과물은 설계도서와 다른 모습으로 시공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조경시공가의 시공기술, 시공재료, 현장관리 기술 등 현장에서 발생하는 요인이 작용해 설계도서와 다른 결과물이 나타난다. 이러한 과정에서 설계변경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설계변경은 사업비 증감문제로 발생하는 데 그 책임 소재는 조경설계가 와 조경시공가의 몫이 되고 그들의 불협화음으로 이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남의 눈에 티끌은 보여도 내 눈의 들보는 안보이고, 남의 눈에 든 티끌만 찾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과연 누구의 책임이고 누구의 잘못일까? 조경공간을 조성하는 과정은 조경설계와 시공 두 가지 공정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설계는 예술적 기술과 직관적 능력에 의해 이루어짐과 동시 법률적 문제, 공학적 기술 등을 활용해 공간의 자연적인 조건이나 사회적인 조건을 조사하고 분석해서 국토계획 표준품셈, 지자체별 설계지침서 등의 기준을 바탕으로 설계해, 미래의 공간에 관한 모습(안)을 제시하는 과정이다, 또한 공간의 미래모습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설계가의 의도는 조경공간의 모든 공정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인식되어야 하는 부분이다. 당연히 우리가 생각하는 조경설계가는 시공 공정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공 후의 미래공간에 대해 예측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조경설계가 잘못일까?

시공은 대상지에 대한 공학적인 시공기술과 공사현장을 관리하는 시공기술 등의 경험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설계도면을 공간에 현실화하는 과정이다. 공간에서 발생하는 토목적 문제, 생물환경조성의 생태적 문제, 시설들의 구조적 문제를 공학적으로 해결한다. 당연히 우리가 생각하는 조경설계가는 저가입찰 등의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이윤과 설계가의 예술성,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조경시공이 잘못인가?

설계와 시공이 일치하지 않는 근본적인 원인은 발주처의 사업기획, 설계, 시공의 3단계로 나누어 단계마다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발주처의 조경계획과 설계에 대한 전문적 인식결여는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발주처가 조경설계가가 되는 문제들을 야기한다, 또한 대상지에 대한 정확한 기초조사 및 분석 없이, 오토캐드(AutoCAD)로 찍어내듯 작성되는 설계도서와 이윤추구에 의한 부적합한 공법, 특허라는 이름으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자재로 인한 품질 저하, 수익성을 목적으로 자행되는 설계변경 등은 조경분야에 대한 전문가로서 신뢰성을 잃게 하고 그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목소리는 조경분야 발전을 저해하고 조직력을 저하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결국 조경분야에 국한되어 다른 분야를 배워가지 못하고, 영혼 없이 조경을 바라보며, 아전인수 격으로 조경에 대한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며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들 모습을 ‘역지사지하는 심정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조경분야 발전을 위해서는 조성설계 및 시공업무, 이를 감독 또는 발주하는 모든 조경가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조경설계가들은 충분한 설계 기간과 적정한 용역비를 요구할 수 있는 전문성을 키워야 할 것이며, 정밀한 현장조사와 분석을 통해 설계도서의 정확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또한 시공 현장과 교류를 통해 시공과정 및 기술에 대한 정보교류로 시공지식에 대합 습득이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설계도서를 작성해야 할 것이다.

조경시공가들 역시 적정한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을 요구할 수 있는 전문성과 설계 의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습득이 필요하다. 또한 시공관리에 있어 지나친 이윤추구보다는 시공품질을 향상 시키는 시공관리 철학이 있어야 할 것이다. 발주처 또한 적정비용(설계비, 공사비)과 충분한 공사기간을 제공 할 수 있도록 조경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제고해야 하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민원, 다른 공정과 마찰 등 문제 발생 때 적극적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설계 및 시공의 사후 디자인평가 또는 시공평가 등 다양한 기법을 도입해 시민들에게 필요한 조경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관리·감독해야 할 것이다.

“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진 않는다’ 경쟁이 아닌 0에서 1을 만들어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는 페이팔(Paypal) 창업자 피터 앤드리아스 틸(Peter Andreas Thiel)의 강연 중의 말이다. 불필요하고 소득 없는 경쟁의 함정에 빠져 ‘도긴개긴’ 하지 말고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독보적인 조경분야를 구축해야한다는 의미로 생각이 든다.

정자가 멋진 마음의 집을 짓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조경분야와 더불어 생태, 환경 등의 다양한 분야의 시장 창출에 매진하면서 새로운 성장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도전정신과 진취적인 정신을 갖춰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조경설계가, 조경시공가라는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한정 짓지 말아야 한다. 어렵고 힘들지만 서로에 대한 이해와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고 발전시켜야하는 부단한 노력이 우리 조경가에게 필요한 때이다.

최인호(객원 논설위원·부산시 공연운영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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