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을 품은 창살-한옥 후원에서’의 조감도

오는 10월 일본 가든앤플라워쇼(Japan Garden and Flower Show 2015)에서 한국의 멋과 문화를 담아낸 정원이 조성된다. 김영준 정원 작가(게이트준 소장)의 ‘자연을 품은 창살-한옥 후원(後園)에서’다.

이 행사는 제6회 세계가드닝월드컵과 플라워 콘테스트 등을 포함하고 있다. 김영준 작가는 전 세계 일류 가든 디자이너들이 참가하는 가드닝월드컵에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다. 작품 조성을 앞두고 7일 오전 성수동 게이트준 사무실에서 만난 김 작가는 “영광스럽고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외국인들이 찬사를 보낼 정도의 정원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작품의 모티브는 한옥의 창살과 청사초롱이다. 그는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 속 한옥과 정원의 모습을 통해 화려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단아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작품의 콘셉트에 대해 “한옥을 분해해서 창살, 툇마루, 디딤석, 석축 등을 하나의 정원 오브제로 사용했다”며 “사대부 한옥 후원의 은밀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거쳐 일본을 방문해 일본 시공사 관계자와 만나고 시공감리를 수행한다. 이 기간에는 따로 비용이 지원되지 않는다. 영국 등 정원 선진국과 달리 정원 문화에 대한 스폰서가 부족한 국내 여건에서는 작가의 자비로 충당해야만 하는 상황. 그런데도 김 작가는 “주최 측에서도 감리를 반드시 오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설계자가 가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가드닝월드컵은 10월 3일부터 19일까지 일본 나가사키 하우스텐보스에서 열린다. 행사에는 총 28개국 34명의 정원 작가가 출전한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김영준 정원 작가

가드닝월드컵 참가 소감은?
영광스럽고 책임감을 느낀다. 사소한 것이라도 조직을 대표하면 책임감이 들기 마련인데 한국을 대표해 나가게 됐으니 더욱 책임감도 커지는 것 같다. 외국인들이 와서 찬사를 보낼 정도의 정원을 만들고 싶다. 수상 여부를 떠나 개인적으로 굉장히 영광이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고마운 분들이 많은데, 우선 이런 기회가 생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준 한국조경신문사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게이트준의 환기, 재수, 원석, 영원이에게 고맙고 항상 응원해 주시는 상명대 이진희 교수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작품 주제와 개념은 어떻게 정했나?
올해 가드닝월드컵의 주제가 ‘My Country, My Culture(나의 국가, 나의 문화)’이다. 한국 정원을 보여줄 수 있는 시대를 고민하다가 현대로 할 경우 한국을 알리기 어려울 것 같아서 자연스럽게 전통으로 정했다. 세계 각 나라에 있는 한국 전통 정원을 떠올려봤는데 화계나 방지원도, 정자 등은 이미 많이 조성돼 있더라. 그러다가 ‘스캔들’이라는 영화를 본 게 생각났다. 영화에선 조선 시대의 상류사회와 기방 등을 다루는데 복장과 액세서리부터 건물 등 모든 게 너무 화려하다. 힐끗힐끗 정원이 나오는데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멋이 있더라.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전 세계적으로 귀족들이 정원문화를 주도해 온 측면이 있다. 영화를 보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귀족들의 정원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도 사대부의 한옥 뒤편에 은밀하고 고급스러운 정원이 있다. 한옥 후원을 통해 동양에서 느낄 수 있는 고급스러우면서 단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와 견줘 대회 공간이나 콘셉트가 달라졌다
이번에 28개국 34명이 참가하면서 지난해보다 조성 공간이 줄어들었다. 지난해는 10mX10m였는데 올해는 6mX5m로 넓이가 줄었다. 또한 올해는 쇼가든이 아니고 홈가든이다. 실험적인 디자인보다는 사람들이 들어와서 살고 싶은 주택 정원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관람객들이 맘에 들 경우 살 수도 있고 판매도 이뤄진다고 하더라.

‘자연을 품은 창살-한옥 후원에서’ 정원을 설명해달라
한옥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분해해서 오브제로 재해석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한옥을 보면 창살과 청사초롱이 있고 옆에 벽이 있다. 또한 툇마루가 있고 툇마루에 올라가기 위한 디딤석이 있다. 조금 더 살펴보면 툇마루 밑에 석축이 있다는 것도 볼 수 있다. 창살, 디딤석, 석축 등을 하나의 정원 오브제로 사용했는데 사대부 한옥 후정의 은밀하고 고급스러운 정원 느낌을 주고자 했다. 창살과 한옥의 벽을 두고 디딤돌이나 석축은 분리해 두었고 툇마루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바닥에는 쇠파이프로 창살의 문양을 넣었는데 창살의 그림자처럼 비치도록 했다. 한지 창살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 등에도 있지만 각각 문양도 다르고 한지를 붙이는 방식도 다르더라. 우리나라에만 있는 창살문양을 하나 꼽아서 보여줄 계획이다.

식재된 식물은 무엇인가?
엄밀하게 말하면 이 정원은 전통 조경은 아니다. 식재 부분에서도 고증을 거친 것은 아니고 정원의 콘셉트와 어울리는 수종을 선택했다. 단풍나무를 둘러 위요 공간을 만들었는데 나무는 반드시 다간형(줄기가 밑에서 많이 나와서 퍼진 것)이어야 한다. 가지가 많지 않으면 원하는 형태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일본 쪽에도 강조를 한 부분이다. 다른 나라들은 화려한 정원을 꾸밀 것 같은데, 한국정원에서 단아하고 정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다. 꽃을 많이 배치하지 않았고 대신에 흰색 꽃을 일부 심어 벽과 매치시켰다. 밤에 조명에 비친 흰색 벽과 꽃, 철제의 느낌이 굉장히 단아할 것 같다.

포인트가 될만한 요소가 있는가?
다 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인데 레인디어모스(reindeer moss)가 포인트가 될 것 같다. 올해 고양국제꽃박람회장에서 레인디어모스를 보게 됐다. 이게 알래스카 순록들이 먹는 컬러 이끼라고 하는데 색깔이 7~8가지 있더라. 이걸 보니까 우리나라 한복의 문양이 떠올랐다. 우리 민족이 백의민족이라고 하는데 한복은 화려하지 않나.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들어와 툇마루에 앉았을 때 보이도록 조성할 계획이다.

정원 조성에 앞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올해 코리아가든쇼 때는 그간 설계와 시공을 같이 해 온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정원 조성은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본 업체에서 시공을 맡다 보니 그게 가능할까 싶다. 내가 원하는 수목과 인력, 자재 등을 찾을 수 있을까. 시공업체도 주최 측에서 정해준다고 하니까 시공 과정에서 조율해야 하는 부분이 조금 걱정된다.

9월 시공 감리에 비용은 따로 지원되지 않던데, 진행할 것인가?
공식적으로 9월 24일부터 시공으로 잡혀있는데 9월 20일부터 미리 가서 시공 기간 내내 열흘 정도 있으려고 한다. 주최 측에서도 반드시 오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는 설계자가 가야 한다. 그나마 시공비는 지원돼서 다행이다. 다만 지금 구상대로 하면 지원되는 시공비를 넘어설 것 같다. 각 나라의 명예를 걸고 하는데 다른 나라의 참가자들도 지원되는 비용만으로 해결하지 않을 것 같아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기업 등에서 후원 연락 등이 오지는 않나.
이번에 코리아가든쇼를 하면서도 많이 느꼈는데 우리나라는 정원작품에 대한 후원을 받기가 힘들다. 코리아가든쇼 기간에 수많은 기업체에 의뢰를 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예산이 잡혀있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아직 정원이라는 문화 사업에는 ‘공짜로 돈을 줄 수 없다’고 보는 것 같아 아쉽다.

앞으로의 계획은?
행사는 아직 두 달 반 이상 남았는데 보름이나 한 달 후에 시공사가 확정되면 일본에 한 번 가려고 한다. 시공 기간에 사전에 조율해야 하는 부분을 이야기하려면 너무 촉박할 것 같더라. 미리 가서 직접 이야기해 보고 대안을 함께 찾아 보고자 한다.

작가 약력 김영준 조경설계사무소 게이트준 대표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에서 조경설계 전공
상명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
서울시립대, 상명대, 삼육대 등 출강 경력

정원분야 수상경력
2012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서울정원 공모전 ‘1875 miles..서울로의 여행’ 최우수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실외정원부분 ‘서울의 정원’ 금상
2015년 코리아가든쇼 최우수상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