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마을에는 아파트와 같은 관리사무소가 없을까?”
이런 물음에서 시작한 민간 마을관리사무소 ‘마실’이 전국 처음으로 부산에서 문을 열었다. 시민이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우리마을’은 약 1년간 준비한 끝에 부산시 동구 범일5동 매축지 마을에 마련한 마을관리사무소 ‘마실’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고 6월30일 밝혔다.
‘마실’은 우리나라 전통의 복지시스템이었던 마을의 계, 두레, 품앗이를 시대에 맞게 재구성한 것으로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마을관리사무소 정의는 ‘아파트(공동주택) 건물과 아파트 환경을 관리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처럼 마을의 주택과 마을환경 전반에 대한 관리뿐만 아니라 주민들 복지와 건강, 경제 등 주민 삶에 대해서 지원하는 일종의 작은 복지관, 작은 보건소, 작은 주민자치센터의 구실을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실제로 맡는 일은 아파트 관리사무소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이라고 볼 수 있다. 마실은 전기, 보일러 등 집과 관련한 간단한 수리나 관리부터 쓰레기 분리수거 등 마을 환경을 관리하는 주거 환경 관리 구실을 맡는다. 부산대병원 등과 연계해 주민실태 및 지역조사를 하고 홀몸노인, 1~2인 가구 등을 우선으로 주민 건강 실태를 파악해 진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취약계층을 위한 재무설계도 진행한다. 마실에서는 매달 1회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개인의 효율적 자산관리를 위한 재무설계와 상담을 하고 집중 재무관리가 필요한 지역주민 5명을 대상으로 주민 스스로 효율적인 재무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을 때까지 지속적인 재무관리를 도울 예정이다.
아울러 대부분 주민이 고령화되어 있어 이불빨래, 두꺼운 겨울옷 등 힘이 들어가는 빨래를 하기가 힘든 상황을 고려해 세탁사업도 추진하고 불필요한 벽화를 없애거나 마을의 지저분한 외벽에 새로운 색을 입혀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빈곤·양극화 등 문제의 답 ‘공동체’ 속에서 찾고자 해
이런 시도는 빈곤과 양극화 등의 복지문제를 공동체 속에서 찾아보려는 민간의 노력에서 시작됐다. 대상지인 부산시 동구 범일5동 매축지 마을은 부산 앞바다를 메워 만든 곳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마부와 짐꾼들이 쉬던 장소였다가 광복 이후 일본에서 귀국한 동포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현재 고령의 주민들이 대다수로 20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우리마을’은 복지가 확대되고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주거취약지역 주민들 삶과 주거 환경은 더 나빠지는 등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을 인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중심의 ‘복지’ 실천을 위해 마을관리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마을관리소 운영에는 사업을 총괄하는 팀장과 주민생활관리 등을 담당할 활동가, 외부자원 발굴 및 마을 자원을 관리할 활동가 등 3명이 참여한다. 마을사무소 운영은 초기에는 마을활동가와 마을 주민이 함께하는 형태로 하다 정착되면 마을 주민이 맡게 된다. 아직 시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점차 마을 주민들이 매달 회비를 내고 직접 사무소를 운영하는 구조로 전환해 마을 공동체 내부에서 복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14일 오전 11시에는 마을관리소 마실에서 개소식을 연다. 행사에는 주민과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으로 국수데이 행사와 현판식 등이 진행된다.
시민이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우리마을’은?
‘우리마을’은 시민이 회비를 내고 평등한 의결권을 가지는 공익형 사회복지법인이다. 시민 참여와 운영을 바탕으로 주민 공동체 건설과 마을운동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 삶의 질 향상과 공동체 문화형성 등 지역사회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몇 년간 준비를 거쳐 2013년 창립총회를 열었다. 지난해 3월 사회복지법인설립 허가를 받고 9월 마을관리사무소 ‘마실’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마을의 주요 사업은 마을관리사무소 마실 운영과 지역공동체 지원, 협동조합 지원 및 양성, 사회복지시설 및 기관 운영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