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현 ((주)씨토포스 대표·조경건축가)

최근에 메르스로 인해 불안해하며 살아가는 시민들이 참 많다. 전에 상영되었던 한국영화 중에 ‘감기’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영화랑 지금 상황이 너무나 비슷함을 느낀다.

어디에 어떤 모임이든 기침만 하면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차갑다. 공공기관에서 열린 자문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어떤 자문위원 한 분이 기침을 하자 위원장이 “어 기침하시네요”라고 말하자 그 위원분이 당황하시면서 “아네, 저는 단순한 감기에요”라고 변명하던 장면이 떠오르며 씁쓸한 웃음을 지은 적이 있다.

참 세상이 어수선하다. 이게 시작인 듯하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변종 바이러스가 세상을 더 어수선하게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 살기 힘들어지고 사람들의 관계는 더 삭막해져서 사회는 더 침체되어지고 관계는 더 악화되고 어쨌든 참 힘든 세상의 때에 살아가고 있다.

조경분야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많은 다양한 것들을 개척하며 생존경쟁에서 승리해 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보인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경쟁력을 높이기도 하고 카페나 다른 업종과 겸업하며 돌파구를 찾기도 하고 회사의 규모를 줄여서 버텨보기도 하고 1인 또는 2인 기업으로 창업을 통해 가능성을 바라보고 열심히 매진하는 조경가들을 볼 수 있다. 이제 공공공간에 대한 공모참여도 쉽지 않아서 갈수록 조경의 입지가 좁아지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최근에 있었던 ‘서울역고가 국제지명공모’에서도 세계적인 건축가가 당선이 되었고 ‘세운상가 국제공모’도 건축가가 당선되었고 ‘노들꿈섬 공모’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모든 기획과 지침을 건축중심으로 시행하고 있어서 앞으로 더더욱 대형 공공프로젝트는 당연히 조경가가 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관례가 무너지고 건축가 중심으로 흘러갈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 마음이 안타깝다.

우리 조경분야가 역사나 모든 시각이나 관점에서 보더라도 건축보다 미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에서 배운 다양한 스케일의 공간들은 조경가가 분명히 앞서는데도 이제는 건축가의 잔치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에 우리의 역할은 단순한 식재설계만 해야 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된다.

그러면서 우리 조경학과에서 가장 먼저 설계경험을 하게 되는 정원설계분야가 이제는 산림청의 사업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데 그러려니하며 많은 조경가들이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정원조성에 마음을 돌리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큰 공간의 프로젝트가 줄어 든 것도 사실이고 경기가 둔화되어 가면서 어려워지자 정원과 관련된 사업에 많은 조경가와 정원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거기에 편승하여 다양한 정원박람회가 열리면서 모든 관심들이 정원스케일의 프로젝트에 눈이 가고 있는 실정이 되어버렸다.

예를 들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나 고양꽃박람회 같은 대형 정원행사 뿐만 아니라 서울정원박람회나 경기정원박람회, 부산조경정원박람회 같은 지자체 정원행사가 계속해서 열리면서 다양한 행사에 많은 조경가들이 참여하며 어느 순간에 조경분야가 정원에만 국한 되는 느낌 마저 든다. 마치 메르스가 아무 대책없이 번지는 것처럼 정원의 열기가 식어버린 조경분야를 삼켜버릴 기세로 유행처럼 열리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굉장히 고무적이고 기쁜 일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나는 30년 이상 조경분야에 몸담아온 조경가로서 조금 다른 관점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이야기 하고 싶다. 물론 우리는 정원 등의 작은 공간을 분명히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조경분야는 그동안 정원, 주거단지, 어린이공원, 소공원, 도시공원, 자연공원, 관광지, 골프장, 스키장 등 정말 다양한 공간들을 다루는 일을 해왔다. 그런 상황속에서 당연히 주택정원은 우리가 가장 작은 스케일로 풀 한포기를 소중하게 다루는 디테일로 정원을 담당하며 정원을 향유하는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우리의 영역에서 꼭 해야만 했고 많은 아름다운 정원들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요즈음 유행처럼 번지는 정원이벤트나 박람회의 행사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행사를 위해 정원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정원을 오랫동안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기간동안 오는 관람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정원이라는 것이다. 그 기간에 모든 초점이 되어 그 시기에 가장 돋보이는 정원에 모든 방향이 맞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 행사가 끝나면 철거되어 없어지거나 아니면 유지관리가 어려워 흉물이 되어 방치되거나 어쨌든 주인이 요구하여 만든 주택정원과는 다른 여러 가지 환경과 상황에 결국은 이런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내가 이 정원박람회를 무조건 반대하기 때문에 이 글을 쓰고 있지는 않다. 우리가 꼭 한번 짚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정원박람회에 끌려 다니는 조경가가 아니라 냉정하게 조경이 가야할 길을 바라보고 행사성 조경의 영역보다는 실제 우리가 지키고 헤쳐 나가야 할 우리 조경영역에 대해 조금 더 많은 노력과 디자인 개발, 전문성 강화로 조경가의 역량을 키워나가야 할 뿐 아니라 조경의 영역확장을 이루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에 한국조경사회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생각을 해 봤다. 그 전에는 모든 조경영역의 중심에 조경사회가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환경생태가 떨어져 나가고 이제는 정원이 분리 되고 조경은 무엇을 하는 분야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오히려 조경토목, 조경건축, 조경설비, 조경전기 등의 영역을 확장해서 조경토목기술사, 조경건축가, 조경설비기술사 등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들어 냈다면 지금 우리의 조경은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일회성 조경·정원박람회가 필요는 하지만 이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것을 한번은 생각하고 되돌아 봤으면 한다.

최신현(객원 논설위원·(주)씨토포스 대표·조경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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