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6월 18일 서울숲 개원 7주년을 기념해 촬영한 모습<사진제공 서울그린트러스트>

2002년 12월 시민사회단체는 서울시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서울 그린 비전 2020’을 제안하고 뚝섬을 도시숲으로 만들자는 의견을 내놨다. 이후 서울시는 생활녹지 100만 평 확대 계획과 뚝섬에 ‘서울숲’을 조성할 계획을 발표했고 2003년 3월 18일 생명의숲 국민운동과 서울시 서울그린트러스트 운동을 협약했다. 그렇게 서울숲 조성이 시작됐다.

서울그린트러스트를 중심으로 시민사회가 직접 움직였고 시민 4000여 명과 70여 개 기업, CEO 및 단체는 기금 50억 원을 모아 숲 조성에 들어갔다. 이후 3년간 나무 심기 작업이 이어졌고 2005년 5월, 민관협동에 의한 서울숲 운영을 위해 서울숲 사랑 모임이 발족한 뒤 같은 해 6월 18일 서울숲은 문을 열었다.

시민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35만 평 상업부지를 개발하지 않고 만든 숲에는 개장 후 2주 만에 약 100만 명이 다녀갔다. 무척 더웠던 그해 여름, 이웃 주민은 밤늦도록 서울숲에서 더위를 식혔고 개장 후 두 달이 지나도록 방문객은 줄지 않았다. 이들은 당연한 듯 음식 배달을 시켰고 늦은 밤까지 일부 시민들의 음주가 일상화되었다. 공원을 이용하는 시민의 문화가 유원지의 향락문화였다.

서울숲 사랑 모임은 가장 먼저 공원의 안전과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공원의 무질서를 단속, 계도하는 일을 시작했다. 청년들은 새벽 2시까지 음주를 계도하고 공공에 해를 끼치는 부적절한 행위를 단속했고 기업 대표와 교수들은 어깨띠를 두르고 휴지를 주웠다. 서울숲을 함께 만든 책임감이 이런 역할을 가능하게 했다.

서울숲의 운영 혁신 사례

▲ 책 읽는 공원 캠페인<사진제공 서울그린트러스트>

서울숲은 더욱 긍정적인 공원 문화를 정착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책 읽는 공원 캠페인’을 기획했다. 이 캠페인은 오랫동안 서울그린트러스트에 문화전문가로서 도움을 준 추계예술대학의 박은실 교수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10평 남짓한 사회봉사실 공간을 고쳐 숲 속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고 책 수레를 만들어 주말이면 공원을 돌며 책 읽는 공원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후 이 캠페인은 다른 공원에서 벤치마킹하기에 이르렀다.

투명한 비닐 쓰레기통은 서울숲 운영의 혁신 사례 중 하나다. 이는 분리수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서울숲 운영 관리 총책임자였던 최광빈 과장(현 노원부구청장)이 도입한 것이다. 단순한 아이디어였지만 투명한 비닐 쓰레기통은 분리수거를 활성화했으며 쓰레기 양도 줄였다. 이 아이디어는 나중에 대다수 공원에 적용되었다.

도시공원에선 처음으로 도입한 ‘젊은 엄마들을 위한 수유방’도 혁신 사례이다. 서울숲 개원 얼마 뒤 분유가 영아 건강에 좋지 않다는 보도가 나갔고 이후 엄마들의 모유 수유에 대한 욕구는 늘었지만 장소가 마땅하지 않았다. 서울숲은 이러한 새로운 수요에 맞추어 방문자센터 내에 작은 수유방을 만들기로 했고 풀무원에서 수유방 조성을 후원했다. 이는 공공시설 운영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고 요즘은 흔히 수유방을 볼 수 있게 됐다.

서울숲, 자원봉사 ‘중심지’로 떠오르다

▲ 서울숲에서 진행하는 자원봉사 참여 프로그램 중 하나인 ‘잇츠 마이 파크 데이(It's my park day)’에 참가한 활동가들<사진제공 서울그린트러스트>

서울숲을 이야기하면 자원봉사프로그램을 빼놓을 수 없다. 서울숲에는 서울숲지킴이, 서울숲가꿈이, 안내도움이, 도서관도움이, 문화알림이(서울숲알림이+문화도슨트) 등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자원봉사활동가와 기업과 단체, 청소년, 대학생 등이 참여하는 사회봉사 참여자 등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기업과 단체, 대학생,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집계된 자료에 의하면 총 6803명이 2만825시간 동안 서울숲의 자원봉사프로그램에 동참했다.

서울숲에 자원봉사 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2003년 공원 조성을 위한 나무 심기 때부터다. 조성부터 시민과 함께해 온 서울숲의 운영, 관리에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기업과 단체는 물론 지역 주민, 청소년, 대학생 등 시민이 참여하고 있다.

그간 서울숲의 자원봉사프로그램에도 변화가 있었다. 특히 기업의 사회봉사 활동은 단순한 나무 심기와 공원 청소로 시작한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계절별, 월별로 진행하는 정기적인 공원 가꾸기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여기에는 뉴욕 센트럴파크의 기업 자원봉사와 영국 정원의 자원봉사활동이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초기 자원봉사 활동과 지금의 자원봉사 활동은 큰 차이를 보인다. 초기에는 주로 잡초 관리에 온 힘을 기울였지만 최근에는 공원의 숲과 나무가 자라면서 계절별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졌다. 봄에는 꽃과 나무 심기, 여름에는 잡초 관리, 가을에는 낙엽 모아 퇴비 만들기, 겨울에는 눈 치우기와 빙판길 관리하기 등 다양한 계절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봉사활동도 변화했다. 초기에는 공원을 청소하거나 잡초를 제거하는 등 기본적인 공원 관리 일도 있지만 봉사자들이 지속적인 흥미를 느낄수 있는 일감을 개발, 진행하고 있다.

올해 서울숲에는 어떤 일이?
서울숲에서 최근 집중하고 있는 것은 ‘도시정원사’를 키우는 것이다. 서울숲에서는 지난해부터 가드너의 꿈을 펼치고 싶은 시민 30명을 모집해 월별 심화 주제를 가지고 40주 과정에 거쳐 교육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숲에서는 도시정원사 실습학교 정기교육생 외에도 현장답사 및 가드닝 열린 특강 등을 진행했다. 특강은 총 78회 진행했으며 여기에는 약 1430명이 참여했다.

도시정원사들은 교육과 실습을 해 공원에서의 가드닝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이들은 서울숲뿐만 아니라 가정과 지역사회에서도 가드닝 문화 확산과 공원의 가치를 높여가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공원 텃밭 모델을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서울숲에서 공동체 텃밭 정원(커뮤니티)을 운영 중이다. 서울숲에서는 올해 초 텃밭 정원을 함께 운영할 10개 팀을 모집하고 다양한 작물을 기르고 있다. 수확물 중 일부는 지역 어르신을 위해 나눔 밥상을 차리는 데 수년째 기부하고 있다.

서울숲 개원 초기부터 진행된 지역 주민들 자원봉사 참여 프로그램은 2011년 ‘잇츠 마이 파크 데이(It's my park day)’로 바뀌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서울숲에서 3월~12월까지 매달 둘째 주에 진행되는 하루짜리 가족자원봉사 프로그램이며 서울숲의 주인으로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내 나무, 내 풀꽃을 가꾸고 아름다운 공원에서 즐겁고 신나게 즐기자는 의미가 있다. 봉사프로그램 외에도 서울숲에서는 다양한 계절별 프로그램과 아카데미 형태의 교육과 세미나, 포럼 또한 계속하고 있다. 봄과 여름, 가을마다 ‘여름캠프’와 ‘가을페스티벌’ 등 문화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참고 도서 ‘서울그린트러스트-시민과 함께한 녹색 도시 만들기’>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