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놀이시설물 수출국가다. 북미와 유럽 선진국을 포함한 전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는 유니온랜드를 비롯해서 여러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놀이시설을 디자인·생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땅에는 정작 어울려 놀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으니 그들은 바로 ‘장애아동’들이다.

세계적인 사회 인프라가 ‘장애·비장애’ 구분이 줄어드는 통합형 시설물로 전환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보도와 대중교통 이용시설이 점차 개선되고 있으며, 이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그래서 도입된 것이 턱없는 보도, 저상버스, 장애인콜택시 등인데 아직 수요보다 부족하고 지자체마다 편차도 심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같은 시민단체가 항의와 시위를 하는 이유를 잘 들여다 본다면 결코 남의 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미 선진국에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들이 어울려 놀 수 있는 놀이시설이 보편화돼 있다고 한다. 휠체어를 탄 채 그네와 미끄럼틀을 타고 놀이터마다 턱이 없어서 걸림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놀이터를 만들 때부터 애당초 함께 할 수 있는 통합형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도 한 때 ‘무장애 놀이터’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실험이 전개되기도 했다. 서울숲과 국회에 1호, 2호가 설치돼 그 논의가 본격화되나 싶었는데, 후속 사업과 논의 없어 수 년째 정지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무장애연대와 도시연대, 조경작업소 울 등이 협업해서 ‘통합놀이터 조성’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첫 결실이 서울 어린이대공원 내 놀이터를 대상으로 8월초까지 1차 도면을 준비할 계획이라니 벌써부터 기대감이 크다.

우리는 흔히 조경을 녹색복지라고 표현한다. 울창한 숲과 공원을 통한 휴식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실체적 사회복지와 결합해서 현장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살피고 지근거리에서 지원할 수 있는 역할 또한 중요한 사명이다.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이라 자랑할 수 있는 우리나라 놀이시설 업계는 이런 부분에서 소홀한 측면이 있다. 물론 2008년부터 시작된 ‘놀이시설안전관리법’ 시행과 관련해서 올해 1월까지 안전 기준에 미달한 놀이시설의 철거 또는 리모델링이 진행된 관계로 거기까지 돌아볼 겨를이 없었을 수도 있다.

이번 통합형 놀이시설 논의는 무장애를 지향하는 시민단체 제안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도 어린이대공원이라는 대상지를 제공하면서 뜻을 같이 하고 있으며, 여러 시민단체와 조경사업체까지 포함되면서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제 첫 단추를 꿰는 시점에서 조경설계사와 놀이시설 기업들까지 관심을 갖고 뜻을 함께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시설과 비장애아동을 위한 놀이시설이 구분돼 있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장애·비장애 아동들이 차별 없이 한 공간에서 어울릴 수 있는 ‘통합형 놀이시설’이 실현되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이라도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장애아동들의 집단 항의가 없지 말란 법이 없다. 상상해보라, 최신 놀이시설이 즐비한 놀이터에 휠체어를 탄 아동들이 몰려와 아무것도 이용할 수 없는 현실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카메라를 든 보도진들이 대거 몰려와 취재경쟁을 펼치는 상황을….

좀 더 자극적으로 말한다면, 우리는 지금 변화의 대상이 될 것이냐, 변화의 주체가 될 것이냐에 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종사자들만 변화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조경인 모두가 통합 놀이시설을 향한 인식을 함께 하고, 가치관과 트렌드를 변화시키려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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