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철로의 이름이다. 남북 분단으로 경의선은 문산역에서 끊겼지만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처럼 이어져야 할 길이다.(서울역~도라산역 구간의 DMZ TRAIN은 별도)

철로는 지역과 지역을 이어주는 중요한 교통수단이고 유통과 문화의 중요한 수단이지만 때로는 철길 양 옆을 단절시켜 지역 개발과 소통에 장애요인이 되기도 한다.

서울역을 출발하는 열차는 매우 많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철도가 서울역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경부선, 경의선만 있고 도시의 개발과 발전에 따라 이전하거나 도심 내에서는 선로가 옮겨지거나 지하화되고 있다.

2005년부터 지하화한 경의선의 지상구간은 용산문화센터에서 마포구 가좌역이 있는 홍제천까지 6.3km가 공원으로 탈바꿈하게 되는데 현재는 대흥동 구간이 공원으로 조성되어 주민들과 근처 직장인들의 산책과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내년 5월이면 전 구간이 완성된다고 한다. 서울 서북부에 오아시스 같이 소중한 띠녹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철로가 지하로 들어가자 이 지역의 환경과 가치가 상승하면서 재개발이 봇물 터지듯이 행해지고 대기업 건설사들이 앞 다투어 빌딩과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고 계속 추진을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6.3km의 숲길은 이 지역을 상징하는 명소가 될 것이고 녹지 조성 방법과 운영 관리에 많은 노력이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공덕역 주위의 숲길 시작점에는 ‘늘장’이 서고 있다. 이곳은 경의선이 폐선되고 방치된 상태의 선로 주변 터에 주민들이 2년 전부터 텃밭을 꾸미고 장을 열고 있는 곳이 됐다. ‘늘장 도시농부 윤ㅇㅇ님의 텃밭입니다’라는 팻말처럼 주민들이 텃밭을 꾸미다가 숲길이 생기자 주민들이 공공 용도로 쓰자고 제안하고 마포구청이 추진하면서 ‘경의선 숲길에 있는 생활놀이 장터’가 생긴 것이다.

늘장이 작년까지는 개별 단체나 사업자가 운영을 했는데 올해부터는 공간 입주자들이 힘을 모아 ‘늘장협동조합’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여행장(Travel Ground)이란 이름으로 늘장, 어반플레이(Urban Play), 플리마켓(Flee Market)을 테마로 서울 도심 속 의 새로운 문화공간을 열었다. 서울을 여행하는 여행자, 삶을 여행하는 주민, 그리고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여행자들이 만나 생활문화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마켓을 만들어 나간다는 포스터는 도심 속에 시원한 청량제 같은 느낌을 준다.

이곳에 오는 13일까지 ‘경의선 리포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경의선 철길에 얽혀 있는 지역, 시민 단체들이 경의선 숲길 조성 공간에 주민과 마을, 문화시설, 공공공간을 연결해 권역 문화재생공간 조성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획 전시회다. 경의선부지와 주변지역의 공간적 연계방안과 단절된 경의선부지 간 연계방안, 골목경제 살리기 방안 등이 사방의 벽과 바닥에 그려지고 모형 등이 전시되고 있다.

경의선포럼의 최정한 공간문화센터대표는 경의선 리포트를 준비하면서 “숲길이 파편화돼 있는 주민들의 삶과 골목경제를 잇는 역할을 하도록 주민과 공공 간 거버넌스를 구성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의 국제현상설계공모 당선작인 ‘서울수목원’이 여러 분야의 의견을 모아서 구체적인 설계를 한다고 하는데 제일 먼저 벤치마킹을 해야 할 곳이 경의선리포트가 아닐까 싶다. 지역주민과 상인, 시민 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함께 조성하는 공간이 가장 바람직한 공공 공간임을 경의선 리포트가 증명하고 있다.

 

▲ 김부식(본사 회장·조경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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