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놀이시설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외국에 우리가 만든 놀이시설을 판매하는 회사가 적지 않다. 하지만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시설을 제작하는 회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짧은 시간 동안 비장애 아동들을 위한 놀이시설 디자인과 기술적인 발전은 놀라울 정도다. 그러나 놀라운 기술발전 이면에 장애아동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 공간들은 손꼽힐 뿐 철저히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례1. 지난 2006년 서울숲에는 ‘상상, 거인의 나라’라는 부제가 붙은 대한민국 최초 무장애 놀이터가 완공됐다. 서울시가 내놓은 서울숲 숲속놀이터 옆 250평 남짓한 공간이다. 하지만 거인상 외에 설치된 시설물이라고는 돔 형태의 둔덕 안쪽 기슭에 설치된 일자형 미끄럼틀과 꿈틀꿈틀 땅 위를 기는 뱀, 그 대각선 방향에 납작 엎드린 두꺼비 모형이 전부다. 9살짜리 장애아동을 둔 김모씨는 “우리나라 최초 장애아동들을 위한 놀이터지만 큰 조형물 밑에 경사진 넓은 도로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수준”이라며 “일반 놀이터처럼 장애아동들을 위한 다양한 기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놀이터라고 부르기에는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사례2. 지난 2008년 국회 의사당 내 국회 어린이집 옆에는 장애아와 비장애아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무장애 놀이터’ 2호가 탄생됐다. 이 놀이터는 6개의 테마 별로 이루어져 있다. 촉감으로 색과 형태를 느낄 수 있는 온도벽화, 노래하는 의자, 공명놀이, 소리가 나는 미끄럼틀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놀이시설들로 휠체어를 탄 채 야외에서 오감체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무장애연대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설치되어 있는 무장애 놀이터는 즐겁게 노는 곳이라는 놀이터의 본질이 부족해 아쉬운 상태”라며 “놀이터는 교육 목적도 중요하지만 장애아동들도 비장애 아동들처럼 즐겁게 놀 수 있는 장소라는 개념의 설계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국회 의사당 내 설치되어 장애아동들이 이용하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져 그 곳에 무장애놀이터가 있는지도 모르는 부모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 모두를 위한 맞춤형 놀이시설 필요

우리나라에는 많은 놀이터가 있다. 하지만 놀이터 주인인 어린이들은 접근성 및 다양한 이유로 더 이상 놀이터를 찾지 않고 있으며 일부 놀이터는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상상놀이터, 창의놀이터 등을 만들고 있지만 이 놀이터들은 장애 어린이나 장애인 부모에게는 갈 수 없고 놀 수 없는 꿈의 놀이터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들은 아직까지 통합놀이터에 대한 고민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영범 경기대 커뮤니티디자인연구실 교수는 “놀이터의 경우 지자체에서 놀이터를 만들 때 책정된 예산을 디자인회사 혹은 시공회사에 그대로 맡긴다”며 “시공회사들은 어린이나 부모, 주민들이 어떤 놀이터를 원하는지 놀이 주체의 의견을 묻는 과정 없이 놀이터를 짓고 나면 끝”이라고 지적했다. 즉 해당 놀이터 이용 주체에 맞추어 최적화된 놀이터를 만들려는 고민이 전혀 없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놀이터가 놀이시설물, 놀이기구 중심이 될 수밖에 없으며 나이와 성별, 장애를 고려해 설계, 세분화된 놀이터가 나올 수 없고 모두 획일적인 놀이터가 될 수밖에 없다.

사회 만연해 있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

하지만 장애어린이만을 위한 별도의 놀이터는 자칫 잘못하면 장애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를 분리하고 구분하는 또 다른 장벽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배융호 무장애연대 사무총장은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 그리고 폭력이 남아 있다”며 “이러한 차별과 편견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살지 못하게 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즉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더 멀리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장애어린이가 놀 수 없는 일반놀이터와 장애어린이만 노는 장애인 놀이터는 어려서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여 분리함으로써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동등하게 살아가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통합놀이터 도입이 해법

배융호 무장애연대 사무총장은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장애와 비장애의 장벽 없이 함께 놀고 어울릴 수 있는 ‘통합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통합놀이터의 의미는 ▲누구에게나 공평할 것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것 ▲독립적일 것 ▲안전할 것 ▲활동적일 것 ▲편안한 것으로 나누어진다.

김남진 무장애연대 실장은 “특히 통합놀이터는 놀이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재미, 호기심, 모험심 등 다양한 참여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며 “어른이 봐도 재미있는 놀이터가 되어야하며 이것이 곳 통합놀이터가 추구하는 목표”라고 밝혔다.

통합놀이터의 한계, 넘어서야 할 벽

통합놀이터는 장애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놀이기구나 놀이시설들을 장애어린이가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놀이 기구는 함께 이용할 수 있으며, 일부는 장애어린이가 이용할 수 없을 수도 있다. 반대로 일부 놀이기구는 장애어린이가 주로 이용하는 놀이기구가 설치될 수 있다.

배융호 무장애연대 사무총장은 “장애어린이가 이용할 수 있는 놀이 시설이라고 해도 장애유형, 장애정도와 관계없이 모든 장애어린이가 모든 놀이기구를 이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부 놀이기구나 시설의 경우 장애유형 및 정도에 따라 이용이 어려 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통합놀이터는 이용대상자를 제한하지 않지만 평균 4~14살 사이의 어린이가 놀기에 적합한 놀이터가 될 수 있다. 그는 “14살 이상 어린이들이 놀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규모로 조성이 필요하며 이와 함께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시설물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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