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국조경학회는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꽃전시관에서 ‘제2회 정원문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종합토론에는 홍광표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장, 조경진 (사)한국조경학회 정원학연구센터장, 곽혜란 (사)한국마스터가드너협회장, 송정섭 (사)정원문화포럼 회장, 류병열 (사)한국실내조경협회장, 이종석 서울시 도시농업위원회 위원장 등이 나섰다.(왼쪽부터)

조경진 (사)한국조경학회 정원학연구센터장은 8일 정원문화의 확산 및 육성과 관련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게 필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기관이며 (사람들이)뭘 할 수 있을 때 지원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꽃전시관에서 (사)한국조경학회가 개최한 ‘제2회 정원문화 심포지엄’에서 “정책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 중 하나로 사람들이 식물원에 가서 정원을 가꿔야 한다는 욕망을 찾고 식물원에서 정원을 가꾸는 교육을 받는 등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조 센터장은 “식물원이 도시 안에 없고 외곽에 있어서 시민들이 쉽게 가드닝 문화를 교육받는 게 한계가 있다”며 “산림청에서 생각하는 국가정원과 지방정원의 정체가 뭘까 생각해보니 지방정원이라는 것이 도시형 식물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식물원을)만들 수도 있고 지금 있는 곳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정원과 관련한 최근의 변화들이 조경분야가 자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봤다. 조 센터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조경설계는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시설물 위주의 설계 등을 수요자, 건설 요구에 맞춰왔다”며 정원과 관련해 최근 일고 있는 변화 속에서 이런 것들을 반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정원이 새로운 물결이 되고 있는데 ‘실제로 많이 변했나’ 등을 생각하면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시민들 욕망이 생활에서 구현되는 것은 천천히 오랫동안 지속해야 하는 일”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꿈꾸는 것보다는 각 분야의 성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거문화 변화되지 않고 정원문화는 그림의 떡”

▲ 정주현 한국정원문화협회 전 회장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다수의 전문가는 정원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주거문화와 실무교육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주현 한국정원문화협회 전 회장은 “주거문화가 변화되지 않고는 정원문화는 그림의 떡”이라며 관련 정책을 제언했다.

그는 도시민 80%가 아파트에 사는 주거문화 속에서 정원문화가 퍼지기는 어렵다고 보고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으로 묶어놓은 땅을 풀어서라도 주거문화를 변화시켜야 정원문화가 확산할 수 있다고 봤다.

정 전 회장은 현재 아파트 조경과 관련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아파트 조경의 80~90%가 슬라브(옥상) 위에 조성돼 하중 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지하주차장을 조성해 넓어진 지상 녹지 면적에 필요 이상의 조형물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상녹지면적은 증가했지만 나무를 많이 심지 않고 조형물을 이용한 조경이 이뤄지고 있어 생태적이지 않으며 지속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경관조명 등 불필요한 시설들에 대한 부담도 입주자가 져야 하므로 가동을 중단하는 문제도 잇따른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 전 회장은 현재 설계방식을 반성하고 현행 아파트 조경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슬라브를 최소화하는 설계방식을 고려해 지상주차를 늘리고 주차빌딩 등 다양한 주거형태가 모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식재기법을 달리할 것을 제안했다. 건물 쪽에 나무를 심고 가운데가 비어있는 현행 구조 대신 가운데에 녹지를 밀집시키고 건물의 입면을 드러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원 지식 없는 상태에서 소비할 수 없어”
“아이들 교과 과정에 정원 포함돼야” 주장도

▲ 임춘화 한국정원디자이너협회장

정원 교육과 관련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교육을 진행하던 중 느낀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발표했다. 임춘화 한국정원디자이너협회장은 “실무현장에서 바라봤을 때 정원을 만들고 싶은 욕구와 지식과의 차이가 있다.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정원을 소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정원과 관련 일반인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다양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시민정원사 봉사인턴과정 교육을 맡고 있는 류병열 (사)한국실내조경협회장은 지난해 이론과정을 운영할 때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이 올해 실무 과정을 운영하며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선 “직접 길러보라고 꽃을 나눠줬더니 집에 심을 곳이 없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정원을 얘기하지만 도시민이 정원 가꿀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아무리 정원을 이야기해도 실제로 가슴에 와 닿는 처지가 안되니 가든쇼 등을 해도 실질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론강의를 엄청나게 많이 들었던 분들도 실습은 못 할 때가 많다”며 “정원을 교육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질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기관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심포지엄에선 초·중등교육에 ‘정원’과 관련 교육이 사라지고 있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곽혜란 (사)한국마스터가드너협회장은 “2015년 교육과정 중 농업과 정원이 삭제되고 초등에서는 ‘꽃밭가꾸기’ 단원마저 없어졌다”며 지속적인 정원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아이들의 교과 과정에 정원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원교육은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몸에 스며들듯 이뤄져야 한다. 정원이나 조경교육이 학교 커리큘럼에 파고드는 게 중요하다”며 생활 속에 스며드는 정원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원문화진흥사업단’ 사업 배경과 내용 소개

▲ 이정 순천대 조경학과 교수

정원문화 진흥을 위해 꾸려진 특성화 사업단의 사업 추진 내용과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정원문화진흥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정 순천대 조경학과 교수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사업단이 추진하고 있는 정원 특성화교육의 배경과 내용 등을 소개했다.

순천대 조경학과와 산림자원학과는 지난해 ‘정원문화진흥사업단’을 꾸려 정원문화진흥과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단은 5년간 25억 원을 지원받아 정원문화를 진흥하고 정원문화 배경과 산업과 관련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단은 올해 1학기부터 교과목을 개편했다. ‘정원 문화의 이해’ 과목을 신설했으며 기존 과목들을 정원 관련 과목으로 바꿨다. 기존 조경 과목을 정원으로 특성화한 것이 특징이다.

현장에서 교육을 실제 취업률과 연결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민들과 연계해 네트워크를 구성, 6개 사업을 교과 과정 안에 넣었다. ‘계절학기 현장실습과정’과 오토캐드 자격증 취득, 어학교육(토익) 등을 진행했으며 ‘대한민국 환경조경대전’, ‘대한민국 도시숲 설계 공모대전’, ‘전국 한평정원 페스티벌’ 등 공모전에 참가하도록 지원했다.

이정 교수는 특성화 사업 1차년도 실적을 평가한 결과 ‘학부 통합’과 ‘예산 배분’의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2개 학부의 물리적 통합은 가능하나 화학적 통합이 어려우며 특성화 교과 과정의 합일점이 도출되지 않는 등 내분이 빚어진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학부 통합에 대한 인식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예산 배분과 관련해서도 두 개 학과가 돈을 배분해 쓰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기 예산으로 프로그램 내실화가 어려웠던 점도 설명했다. 이정 교수는 “사업 프로그램이 나뉘는 문제도 발생하고 이에 따라 준비가 안 된 프로그램이 많고 실적에 연연해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교육의 질적 불균형을 야기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선 정원문화 육성 및 확산 정책에 대해 정부 부처 산하기관 및 서울시 담당 공무원 등의 발표도 이어졌다. 각 담당자는 ▲정원산업활성화를 위한 도시농업의 역할과 추진 방향(박동금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장) ▲정원산업 육성 및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 방향(주요원 산림청 사무관) ▲‘서울, 꽃으로 피다’로 본 시민 자율참여를 위한 정원정책(이원영 서울시 조경과 과장) ▲수목원, 식물원, 그리고 정원(진혜영 국립수목원 연구관) 등을 발표했다.

행사를 마치며 김성균 (사)한국조경학회 회장은 정원문화 확산과 관련 “전문성 있는 분야는 각자 연구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에선 앞장 서자는 게 조경학회의 앞으로의 방향”이라며 “멀리 가기 위해 함께 가자”고 밝혔다.

▲ (사)한국조경학회는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고양꽃전시관에서 ‘제2회 정원문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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