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는 4월 27일 서울시청 신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우리 시대의 정원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기존 정원은 사유화, 귀족화하고 일반화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제 정원은 공적인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의 정원은 체험하고 참여하고 나누는 것이 전시 관람의 기능과 같이 가야 한다. 이제는 공원, 텃밭, 정원, 원예, 도시농업, 조경의 구분이 불필요한 시대다”

김완순 서울시립대 환경원예학과 교수는 4월 27일 서울시청 신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커뮤니티 가든’의 경우 기존의 사유지 개념에서 점점 공유화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 예로 뉴욕시가 시민들에게 뒷골목을 개방하면서 시민들이 가드닝을 함으로써 도시를 아름답게 가꾸고 녹화한 것을 들었다. 서울시의 ‘서울, 꽃으로 피다’ 환경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예전에 정원의 기능이 전시와 관람, 사유의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이것과 동시에 체험하거나 참여하고, 가진 것을 나누는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정원문화를 꽃피우기 위해서는 이 다섯 가지가 고루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는 이날 오후 ‘우리 시대의 정원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생각하는 ‘정원’에 대한 의미와 향후 우리 시대의 정원이 가져야 할 비전을 공유했다. 여기에는 건축과 관광, 도시, 미술, 원예, 임학, 의상, 의학, 조경 등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정원에 대한 각 분야의 관점을 발표하면서도 정원은 사회의 요구에 따라 변화하고 있으며 정원문화 및 산업의 발전과 관련 ‘협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정원디자인학회 고문인 조세환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는 “르네상스 시대를 거치며 개인 정원은 랜드스케이프 개념을 도입해서 랜드스케이프 가든으로 바뀌었고 산업화가 이뤄지면서 랜드스케이프 가든은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조경)로 진화해온 것”이라며 정원은 시대를 거치면서 사회상을 반영하는 식으로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오늘 여러 가지 시선으로 정원을 바라봤는데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느냐’ 그것이 한 분야의 발전방향을 가로 짓는 중요한 요소”라면서 “전문가들은 결국 ‘모든 국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누구든 잘 서비스하면 그 분야는 성공하는 것이고 그게 아니면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오늘 발표를 보면서 각 분야가 강점을 지니고 있고 할 말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혼자보다는 곁에 있는 분야와 함께하면 훨씬 더 크게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원은 이미 있던 분야…사회가 새로운 요구를 하고 있다”
‘정원디자인과의 융·복합적 역할에 관한 소견’이라는 주제로 조경 분야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시각을 발표한 정기호 성균관대 조경학과 교수는 ‘정원의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그동안 조경이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공의 공간을 조성해 왔다면 정원은 사적인 소유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의 정원은 공공정원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것을 공원과 차별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공정원이라는 용어가 아니라 그 내용을 공공선의 관점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원은 이미 있던 분야지만 이 사회가 새로운 요구를 하고 있으며 요구하는 부분에서 상당히 여러 분야에서 융·복합되고 있다”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부분을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정원이 있어야 하는 이유에는 ‘나를 치유해주고 감동을 주는 것’이 포함된 것 같다”며 “어디론가 멀리 가서 경관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서 그 경관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정원의 역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의학 분야에서 요구하는 정원의 모습도 공개됐다. 김미영 서울시립은평병원 박사는 병원에서의 정원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정원의 공공적인 기능을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병원 옥상에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치유정원’을 만들었으며 이 정원을 통해 환자들의 치유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치유정원의 효능과 갖춰야 할 조건 등을 설명한 뒤 병원에서도 정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의료계에서는 치료가 가능한 정원을 병원 주변에 설치하고 이용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정원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 직원에게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것은 병원의 공공사업에도 해당한다”면서 “앞으로 (의료계의)패러다임도 그렇게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원은 부가가치 창출할 수 있어야”
산림청, 정원문화·산업 활성화 지원 방향 공개

오는 7월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둔 산림청의 정원 정책과 지원 방향에 대한 설명도 진행됐다. 진혜영 국립수목원 연구관은 정원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과 관련 ▲정원의 인프라 구축 ▲정원 문화 및 관광 확산 ▲정원 수요확대를 통한 신시장 창출 ▲정원산업화 및 공급기반 구축 ▲국제협력 강화 및 신한류 정원문화 창출 등의 다섯 가지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산림청은 각 전략에 대해 ▲기반 구축기(2015년~2017년) ▲성장기(2018년~2020년) ▲도약기(2021년~2024년) 등으로 추진 시기를 구분하고 10년안에 정원문화 및 산업이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 구체적인 정책은 다음과 같다. 산림청은 올해 9월 순천만정원을 국가정원으로 지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1개소를 추가로 지정하고, 같은 시기 지방정원은 10개소, 공공용지를 활용한 공동체 정원은 5개소를 조성할 계획이다.

정원 관광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영국의 오픈가든 대중화를 이끈 NGS(National Garden Scheme)와 같은 형태로 KNGS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해 정원 정보를 제공하고 관광과 연계할 계획이다. 기업체와 함께 릴레이 기부 정원을 조성하고 소외 계층이 직접 돌보는 희망 정원을 조성해 정원 문화의 저변확대도 꾀한다. 희망 정원 조성 사업은 2019년까지 100개소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 행사와 관련 전문 작가들의 정원 작품 경연 대회인 ‘코리아가든쇼’를 국제 수준의 정원 페스티벌로 끌어 올리고 정원 작가를 하나의 직업군으로 만드는 데 노력할 예정이다. 정원 식물과 소품, 관수를 모듈화해 공간 제약없이 누구나 정원을 만들 수 있는 이지가든(Easy Garden)을 개발하고 대여 및 관리해 주는 형태의 정원 상품을 만드는 것도 계획 중이다. 공동주택에 적합한 ‘손바닥 정원’ 등 현대인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정원서비스 상품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다.

신한류 정원문화 콘텐츠로서 K-garden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진혜영 연구관은 ‘현재 해외에 조성된 25개의 한국정원과 관련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주관부처가 없는 점’을 지적하며 k-garden 프로젝트를 진행해 해외에 한국 정원을 조성한 뒤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국내 가든디자이너의 활동을 지원하고 해외 유명 정원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진혜영 연구관은 “분야별로 각종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어떤 아이디어를 담을 것인가 부처의 역할 있어야 한다”며 “산림청이나 농진청 등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것들을 바로잡는 형태의 조직이든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CSV(Creating Shared Value)의 개념을 정원 분야에서도 도입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여러 가지 분야가 모여서 공유가치를 창출하면서 파이를 키워가는 형태의 작업이 되어야 한다. 정원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는 4월 27일 서울시청 신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우리 시대의 정원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가든 투어’ 활성화 중요성 강조…국민 삶의 질 향상에도 효과 있을 것
가든 투어리즘의 중요성을 강조한 발표도 이어졌다. 이경찬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겸임교수는 정원을 국민적 여가활동으로 인식시키고 ‘가든 투어리즘’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200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의 공공정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약 1억 5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북미와 뉴질랜드 등에서 여가활동 순위를 조사한 결과 가드닝은 상위 2~3위를 차지하는 등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상위 10위 여가활동에는 단 한 번도 가드닝이 순위권 내에 들어온 적이 없다.

이 교수는 국내 정원 투어리즘이 저조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정원이라는 것은 일상 시민들이나 일반 국민에게 여가라는 것으로 와 닿지 않아 이런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면서 “실제 정원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여가활동 안으로 들어와야 관광뿐만 아니라 산업 쪽에서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국내 여가활동에서 볼 수 없는 가드닝이 새로운 형태로 국내의 여가문화로서 자리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는 어느 한 분야만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조경, 건축, 예술문화분야, 관광 분야 등 다양한 분야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가든 투어는 빠르게 소비되는 현대 레저활동의 대안으로서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지속가능한 관광측면으로서 정원관광은 국내에 부족한 여가자원의 확대를 넘어 관광산업에 긍정적 효과와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원은 도시의 중요한 인프라 시설로도 활용됐다”
심포지엄 중에는 정원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가설도 제기됐다. 한광야 동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정원을 조성하는 것이 ‘휴식’이라는 개념뿐만 아니라 도시의 중요한 인프라 시설로써 활용됐을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이탈리아와 스웨덴 등에 있는 일부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s)을 예로 들며 약용 식물원 인근에 의과 대학과 해부 극장이 만들어진 점 등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보타닉 가든이 도시 중심에 자리 잡고 약초를 제공하는 등 도시의 중요한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 쑤저우 ‘졸정원’과 ‘유원’, 국내 ‘남원 광한루원’을 예로 들며 정원이 막연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도시 기반시설인 시장과 연관돼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전략’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가설도 발표했다. 그는 특히 ‘남원장’으로 유명한 남원의 광한루원을 예로 들며 “어쩌면 남원의 사람들이 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남원 광한루 원을 더 예쁘게 하고 춘향전의 중심 배경으로 광한루원을 사용함으로써 그 시대의 사람들이 와서 봐야 하는 중요한 곳으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면서 “광한루원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였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건축·미술·패션에서 본 ‘정원’
건축 분야에서 정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무엇일까. 김병선 연세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우선 국내 공공건물을 대상으로 2005년 이전과 이후 지어진 건축물들의 에너지패턴을 조사한 결과를 설명하며 “아이러니컬 하게도 2005년 이후 지어진 건축물들의 에너지 소비가 훨씬 더 높다. 우리가 친환경, 에너지절약을 구호처럼 외치면서도 에너지 다소비 건축물을 짓고 있는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건물과 조경이 조화를 이뤄 실내에 주어지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게 해주고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친환경적이고 에너지를 절약한다는 것이 시뮬레이션이나 분석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면서 “전통정원에서 나타난 정원이나 차경을 이용하는 것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친환경적인 접근을 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술, 패션 분야에서 정원을 보는 관점도 발표했다. 류완하 동국대 미술학과 교수는 설치미술, 대지미술, 환경조각, 공공디자인 등의 영역에서 보이는 작품을 예로 들며 “물이 흐르고 자연, 꽃이 있는 것도 정원을 조성하는 방법이지만 미술 작품이 저 자리에 놓인 것도 정원을 꾸미는 좋은 예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미술작품이)정원에서 느낄 수 있는 기능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조경의 재료나 구성 방법을 조각품이라는 하나의 형태를 빌어서 도시민이 같이 향유 하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정원이 탄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술성과 기능성 조화를 통한 신개념의 정원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금희 서울여대 의류학과 교수는 패션과 정원의 연관성을 설명하면서 “파리의 도시 근대화 구조 계획에서 가장 필수적인 것이 정원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재 프랑스 파리가 패션의 주요 도시로 자리 잡을 수 있던 것이 근대화 과정과 발맞춰져 있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서울시와 연결하면 서울시에서 왜 정원 사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자료를 제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정원이라는 공간이 ‘문화 창작을 공유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것은 ‘미래의 좋은 삶’을 위해서 이뤄나가야 할 앞으로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 홍광표 한국정원디자인학회장<사진제공 한국정원디자인학회>

한편 한국정원디자인학회는 심포지엄에 앞서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홍광표 한국정원디자인학회장은 “정원이라는 것은 역사가 벌써 4000년 이상 됐지만 실제로 대중에게 다가오고 관심을 두게 된 것은 몇 년 되지 않는다. 정원에 대한 관심이 유행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정원디자인학회를 만든 것”이라며 “정원과 관련 있는 다른 분야와 긴밀하게 협조해서 한국 정원문화가 성숙하고 제대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정원디자인학회에서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홍광표 회장은 이와 함께 ▲사단법인 등록 및 등기 ▲학회 홈페이지 개설 ▲2015년 1차 라운드테이블 워크숍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과 농촌정원 조성방안 심포지엄 공동개최 ▲서울정원박람회 개최 후원 등 보고사항을 전했다. 아울러 지난해 결산보고와 올해 사업계획 및 예산계획, 고문 및 임원진 인준과 관련 안건도 발표했다.

한국정원디자인학회는 5월 29일 농촌진흥청과 ‘농촌 정원’을 주제로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학회는 10월 서울형정원박람회 후원기관으로서 참여하고 박람회 기간 중 가을 임시총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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